“관객 채우는 행사 아닌 스스로 찾는 영화제 바란다”
상태바
“관객 채우는 행사 아닌 스스로 찾는 영화제 바란다”
[인터뷰]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오정호 수석 프로그래머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3.10.11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오정호 EIDF 수석 프로그래머. ⓒEBS
세계 각국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EBS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가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이번 EIDF에는 역대 최다인 91개국 756편의 작품이 출품돼 23개국 54편이 선정됐다. 고심 끝에 선정된 54편의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처럼 작품을 고르는 것은 물론 작품과 관객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영화제 프로그래머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본사에서 EIDF 수석 프로그래머 오정호 PD를 만나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지난 8회와 9회 EIDF 사무부국장을 맡아온 오 PD는 올해는 수석 프로그래머까지 맡게 됐다. 오 PD는 EBS에서 <시네마천국>을 연출하고 <독립영화극장>을 기획하는 등 영화와 인연이 깊다. 그런 그에게 EIDF 프로그래머 자리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특히 EIDF가 극장 상영과 TV 편성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제작 현장에서의 그의 경력은 돋보인다.

“야구로 치면 백인천(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선수 겸 감독을 역임)인 거죠. EIDF는 흥행성도 고려해야 하고 방송 콘텐츠로서 적합한지, 교육방송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지도 봐야 해요.”

올해 EIDF의 경향성 가운데 하나는 대중성 있는 다큐멘터리(Popular Documentary)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오 PD는 “음악, 디자인, 테크놀로지 등도 다큐의 한 장르로서 세분화시킬 수 있다”며 “2011년 <서칭 포 슈가맨>(감독 말릭 벤젤룰) 이후 음악 다큐가 굉장히 많아졌다. 앞으로 EIDF에서도 다큐의 세분화를 시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상영되는 <경계의 건축>(도시와 건축 섹션),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기술과 문명 섹션), <프레다,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틀스>(뮤직 다큐 섹션) 등이 세분화된 예라 할 수 있다.

또 10회 EIDF의 주제가 ‘진실의 힘’인 것처럼 진실과 사회의 감춰진 사실을 다루는 작품도 이번 영화제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Shin Bet)’를 다룬 <게이트키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의 역사는 물론 실제 테러 진압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들의 닉슨>은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3명이 찍은 영상을 모아 만든 다큐멘터리로 닉슨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좋은 영화를 발굴한 만큼 관객과 영화를 중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사이를 잇는 것이 바로 페스티벌이고 프로그래머의 역할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가져와도 많은 분들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해외 영화제를 다니면서 나이가 정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관람하는 걸 보면 부럽죠. 단순히 관객을 채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해야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콘텐츠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또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할 겁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