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본사 ‘꼼수 경영’ 불공정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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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지역MBC] 경남 명예퇴직 신청…지역방송 대책 마련 시급

지역MBC가 위태롭다. 광고시장 침체로 골목 상권이라 할 수 있는 지역방송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MBC 본사의 ‘꼼수 경영’도 위기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MBC본사가 전파료와 지상파 재전송료 배분율 협상에서 지역사에 불리한 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지역사 18개에서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은 데다가 최근에는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곳도 일부 있어 지역사 구성원들의 불안감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불균형 광고배분 ‘속 앓이’= 지역사의 광고는 지난 2007년 정점을 찍고 등락을 거듭하며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전체 MBC 광고 매출 가운데 지역사에 배분된 비율이 낮아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교차판매 등을 통해 지역사에 할당된 광고 물량이 본사로 집중되면서 지역사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MBC 노조 관계자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1993년부터 2012년까지 지난 20년간 본사와 지역사의 광고매출 평균 점유율은 각각 62.57%, 37.43%였다. 평소 64대 36 비율을 꾸준히 유지해왔으나 올해 들어 66.82%, 33.18% 수준으로 본사와 지역사 간 점유율은 3%p 벌어졌다. 광고배분의 불균형으로 줄어든 지역사의 몫 3%는 2012년 MBC 총 광고매출로 환산하면 228억원에 달한다.

지역사에 대한 광고배분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부터 승인을 받은 사항이다. 지난 2012년 미디어렙법 도입에 따른 지역방송 보호 대책(MBC 네트워크 지원방안)으로 코바코는 본사 대비 지역MBC의 광고를 광고총량의 5년 평균 판매 비중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사 관계자들은 방통위에 약속한 광고배분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A 지역사 구성원은 “광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불문율로 여겨지던 광고배분 원칙까지 어기는 행위는 결국 지역사 옥죄기에 불과하다”며 “광고배분에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한데다 최소한의 합의마저 속절없이 무너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사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본사로 광고 물량을 의도적으로 몰아주는 일이 없다”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이들은 전체 광고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불가피하게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 연도별 지역MBC의 광고수익 현황.

■전파료·지상파 재전송료 ‘왜곡’= 광고배분과 더불어 지역사의 수익을 판가름하는 전파료 재산정과 지상파 재전송료 배분율 협상에서도 지역MBC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전파료는 지역사가 MBC 본사의 프로그램과 광고를 송출해주는 대가로 받는 광고요금이다.

MBC는 내년 1월부터 18개사 지역MBC의 전파료 중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고정비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줄이고 시청률과 해당 지역의 소비지수 등을 고려한 변동비의 비율을 늘리는 안을 제안했다. 해당 안이 적용되면 광역 단위 계열사의 광고요금은 일부 올라가고, 나머지 지역사들은 낮아져 반발이 큰 상황이다.

지상파 재전송료 배분율도 논란거리다. 지역사는 유료방송에 대한 재전송료를 본사로부터 받아야 하지만 아직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지역사의 몫이 유보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본사와 지역사 간 TF팀의 협상이 난항을 겪자 국장급으로 협상 테이블을 격상해 다시금 논하기로 했다.

B 지역사 구성원은 “IPTV 등 재전송료 87억원(2009년 7월~2012년 12월 31일)과 기타 케이블 TV 재전송료 110억원 등의 유보금이 지역사로 지급되면 적자가 해소된다”며 “유보금 배분만 풀려도 경영적자는 없을 텐데 계속 미루는 건 일종의 지역사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인력감축 ‘신호탄’에 ‘뒤숭숭’= 이러한 가운데 ‘인력 구조조정’ 찬바람도 불고 있다. MBC경남은 지난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자를 받는다고 공고했다. MBC경남 외에도 일부 지역사는 희망 명예퇴직과 관련해 MBC 본사와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사 내부에서는 MBC경남의 명예퇴직 신청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사에서도 비상경영체제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현재 연차수당, 안식년, 임금피크제 등의 비용절감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C 지역사 한 구성원은 “지역사에서 비상경영체제로 몰아치더니 구조조정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서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결국 지역사 구성원들의 결속력과 자긍심을 떨어뜨려 지역사나 노조 모두에게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역방송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지역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D 지역사 구성원은 “지역MBC를 두고 비용과 효율 등 시장논리로만 재단하는데 공영방송 MBC의 역할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지역MBC는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적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지닌 만큼 자율경영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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