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존재 이유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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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막극 존재 이유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
[인터뷰] MBC ‘드라마 페스티벌’ 김진민 CP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3.10.21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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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페스티벌>(10부작)이 작지만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MBC는 지난 2007년 <베스트극장> 폐지 이후 거의 7년 만에 단막극을 편성했다. 첫 스타트는 좋았다. 지난 2일 첫 방영된 1편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연출 이성준, 극본 노해윤)과 2편 ‘불온’(연출 정대윤, 극본 정해리)은 심야 편성에도, 각각 전국 시청률 6.1%, 4.5%를 기록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다양한 소재와 실험 정신이 깃든 장르가 단막극인 만큼 시청자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제작진도 고군분투 중이다. <PD저널>은 지난 18일 일산 MBC에서 <드라마 페스티벌>의 기획을 맡고 있는 김진민 CP를 만나 단막극을 편성하게 된 배경과 최근 지상파 드라마의 추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흔히 단막극을 “신인 배우와 작가, 연출자의 등용문”이라고 일컫는다. 덩치가 큰 일일·주말 드라마에 비해 단막극에서 신인 연출자와 배우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단막극에서 쌓인 노하우가 향후 드라마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단막극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제작비 등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으로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KBS <드라마스페셜>이 어렵사리 단막극의 명맥을 이어온 상황에서 MBC에서 <드라마 페스티벌>의 편성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 김진민 MBC <드라마 페스티벌> CP ⓒMBC
김진민 CP는 “후배 드라마 PD들의 단막극에 대한 의지가 꾸준히 있었다”며 “5명의 연출진과 5명의 작가진이 2편씩 제작한 <심야병원>(2010) 연작 시리즈를 하고나서 후배들이 이왕이면 자신의 이름을 건 장편을 만들기 전에 단막극으로 스스로를 점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가 편당 8천만원 가량 제작비를 지원하는 등 방송사의 부담을 덜어줬기에 단막극 편성이 수월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에 방영되는 단막극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쟁력 있는 연출자들과 MBC 극본 공모 출신 작가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먼저 <심야병원>·<오자룡이 간다>를 연출한 이재진 PD와 오해란 작가는 <잠자는 숲 속의 마녀>(24일 밤 11시 15분)로 손잡고, <닥터진>·<7급 공무원> 공동 연출한 오현종 PD와 류문상 작가는 <상놈 탈출기>(31일)로 뭉쳤다. <여우야 뭐하니>·<선덕여왕>등을 프로듀서한 김호영 PD와 <심야병원>을 집필한 김현경 작가는 <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11월 7일)으로 시청자 곁을 찾는다.

특히 김 CP는 <드라마 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 드라마 PD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한다. “PD들에게 요구한 기준은 단 하나였는데 바로 ‘예산과 편성시간 준수’였어요. 주어진 돈과 시간만 빼고는 PD들이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만들라고 했죠. 저는 작품의 방향이나 수위를 전혀 터치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막상 PD들이 가져온 작품들을 보니까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그렇게까지 짙은 작품들은 없더라고요.”(웃음)

이어 김 CP는 단막극을 통해 원석 같은 신인들을 찾길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단막극을 하면 아무래도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생긴다. 눈에 띄는 신인 배우들을 발굴할 수도 있고 연출자나 작가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장르적 실험을 통해서 끄집어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단막극은 사람을 찾는 하나의 기회이자 드라마가 발전해 나가는 데 기본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MBC <드라마 페스티벌> ‘소년, 소녀를 다시 만나다’, ‘불온’,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사진 위부터) ⓒMBC

이밖에도 <드라마 페스티벌>은 촬영 단계부터 특수영상,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까지 UHD(Ultra High Definition Television, 초고선명 텔레비전)로 제작했다. UHD 화질은 고화질(풀HD)보다 4배 이상 선명해 TV로 영화를 보는 느낌을 선사한다. 아울러 시청자들이 보다 쉽게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iMBC, Pooq, 네이버 TVcast를 통해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방영된 전편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MBC가 <드라마 페스티벌>로 단막극 편성의 물꼬로 튼 상황에서 SBS도 내년에 단막극 방영을 계획 중이다. 단막극은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 폐지수순을 밟는 전례가 빈번했기에 지상파 방송사가 단막극에 관심을 쏟는 건 이례적이다. 김 CP는 “단막극은 상업성과 거리가 먼 장르이지만, KBS <드라마스페셜>이 그나마 나름의 경험들을 쌓아왔다”며 “현재 방영되는 장편 드라마에서 단막극 출신 연출자나 작가들이 대거 기용되는 것만 봐도 방송사마다 단막극으로 경쟁력을 축적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단막극 편성이 시청 타깃층이 명확한 케이블 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들이 약진을 보이는 데 반해 지상파 드라마들은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등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CP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된 드라마 콘텐츠들은 지상파에서 방영한다고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긴 힘들다”며 “좁은 시청자 타깃에 맞춘 드라마들은 방송가에서 이슈가 될 순 있지만 스핀오프(spin-off)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단막극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상황에서 드라마의 큰 흐름에 대해 물었다.

“한국 드라마를 두고 소재나 주제가 새롭지 않다거나 리메이크가 많다고들 말하는데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어요. 다만 비슷한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느냐, 리메이크를 해도 그 안에서 우리만의 감정과 가치를 어떻게 끌어내느냐의 문제입니다. 해마다 좋은 드라마 한 편씩 나오는 게 드라마의 생리이듯 실패를 실패로 보되 조금씩 발전하는 드라마의 흐름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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