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유일한 방송용 주파수…회수시 미래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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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MHz 유일한 방송용 주파수…회수시 미래 불투명
미래부-방통위, 11월 4일 사업자 의견 수렴… “통신 특혜 로드맵” 우려 제기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3.10.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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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와 통신업계가 벌이는 ‘황금주파수’ 전쟁이 뜨겁다. 주파수 700㎒ 대역을 둘러싼 방송계와 통신계간의 힘겨루기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의 디지털 전환 계획이 나오면서부터 다시 용도를 지정해야 하는 주파수 700㎒ 대역 배정은 그동안 관심사였다. 최근 디지털 채널 배치가 완료되고, 정부가 주파수 700㎒ 대역 할당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 신경전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특히 효율성과 경제성을 강조한 통신업계의 주장에 방송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UHD 방송 등 차세대 방송을 위해 가용 주파수가 필요한 방송업계의 다급한 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신용 할당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후퇴”

지상파 방송사는 700㎒ 대역 확보에 대해 차세대 방송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차세대방송 서비스 활성화 방안 및 전략’ 세미나에서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700㎒ 대역 활용방안은 기술적 산업적 관점뿐만 아니라 방송의 문화, 시청자의 권리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이 대역은 방송용이 가능한 유일한 주파수이므로 이를 차세대 서비스용으로 활용하는 것이 공익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시민단체 등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방송정책과 관련해 우려하는 지점은 현재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인 주파수 700㎒ 대역은 통신용으로 할당되고, UHD방송이 유료방송 중심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가 맡아 온 무료 보편적 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동안 공공재인 주파수가 경매를 통해 비싼 값에 팔리게 되면 통신 이용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현업 방송인들 뿐만 아니라 언론시민단체까지 미래부가 시청자 복지를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인총연합회와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정책들은 시청자 복지를 무시하고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을 말살하고 유료방송과 통신 특혜 정책 로드맵을 세우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정부의 방송정책을 규탄했다.

효율성·경제성 내세운 통신

현재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주파수 700㎒ 대역 용도와 관련해 향배를 가늠하게 될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서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 주파수 대역에 대해 지난 8월 주파수의 사회 경제적 효과, 이용자 편익, 미래 주파수 수요 국제적 이용추세, 기술개발 표준 동향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동연구반은 오는 11월 4일에 처음으로 통신·방송·공공부문 사업자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설명회를 앞두고 각 사업자들은 주파수 700㎒ 확보를 위한 논리를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업계는 모바일 무선 트래픽의 폭발적인 증가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파수의 효율성과 세계적인 추세를 내세운 논리다.

하지만 방송사는 특수성과 공익성을 내세우면서 맞서고 있다. 김광호 교수는 “700㎒ 대역 밴드 플랜을 보면 EU, 북미, 남미 모두 달라 어떤 지역의 밴드 플랜을 적용하더라도 국제적 조화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데다가 700㎒ 유휴 대역을 통신용으로만 할당하는 곳도 호주와 남미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진우 KBS 미디어정책부장도 “우리나라 방송 주파수 환경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열악하다”며 “미국 지상파 방송은 우리나라보다 72㎒ 폭 정도 많은 주파수를 확보했고 일본과 유럽의 경우도 지상파 UHDTV 전환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주파수 향배 쥔 공동연구 결론은

이처럼 방송사와 통신사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정부가 벌써부터 통신용 할당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방송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인 주파수 대역은 지난해 방통위가 이동통신용으로 결정한 40㎒폭을 제외한 68㎒ 폭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시 등의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아 108㎒ 폭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방송사들의 요구에 미래부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18명으로 구성된 공동연구반에 통신전문가가 13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인적 구성이 통신 쪽에 편향됐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파수와 관련한 사안을 연구하는 연구반에 언론학자를 3명이나 포함한 경우는 드물다”며 “최대한 중립적인 인물들로 연구반을 꾸렸다”고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한 위원은 “700㎒ 할당과 관련해서는 사업자별 입장을 들은 후에 종합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연구반에서 결론을 내고 미래부에 권고하는 수순을 밟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어느 쪽으로 결정될지 단정하기 이르다”며 전했다.

700㎒ 대역의 용도는 공동연구반의 연구 결과와 공개토론회 등 의견 수렴 절차,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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