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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김영희 PD
[21세기 부산, 이제는 영화다] 기획한 PSB 이상조 부장
한국 방문 중인 칠레 독립제작사 디렉터 파올라 콜
  • 승인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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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규와 함께 간 세상읽기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김영희 PD지난 2월 서울시 감사패, 7월 손해보험협회 감사패, 9월 건설교통부장관 특별상 그리고 지난 10월 8일 청소년보호위원회 감사패. 앞에서 열거한 상들은 오직 한 프로그램의 단 한 코너 때문에 제작진에게 수여된 것이다. 이미 짐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절찬리(?)에 방송중인 ‘이경규가 간다’.흥미 위주, 식상한 소재, 내용 빈곤 등 비판의 도마에나 오르던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회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감사패’까지 받기가 흔한 일인가. 그래서 ‘이경규가 간다’의 산파인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 김영희 PD를 만나 수상소감부터 들었다.“글쎄요, 그만큼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가 잡히지 않았다는 얘기겠죠.”외교적인 언사 하나 없이 끝났다. 그렇다면 나도 아픈 곳을 찔러보자. ‘이경규가 간다’의 양심선정 기준이 과연 합당한가, 코미디가 아니라 수준 낮은 계몽 프로그램이 아닌가, 진지하게 접근해야 될 사회문제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것은 아닌가?“양심을 찾는다는 것은 상징적인 목표예요. 모든 기준에 합당한 ‘양심’을 찾기란 불가능해요.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소재로 오락성을 추구하다 보니 ‘이경규가 간다’는 소위 두 얼굴이고, 그런 지적도 한편 맞습니다. 사실 이 양다리를 잘 걸쳐야 되는데… 기본적으로 ‘코미디’므로 재미 추구에 더 주안점을 둡니다.”김영희 PD는 그러나 ‘쉽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 2주간 까페와 레스토랑의 양심가게 선정이 실패한 내막은 양심가게의 조건을 갖춘 몇몇 가게들을 미심쩍어 한 김 PD의 현장답사. 막상 들어가보니 분위기가 아니어서 포기했단다.그렇다면 그가 1년 가까이 이경규와 함께 ‘가면서’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세상에 ‘요행’은 없어요. 평소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팔지 않는 사람이 양심으로 선정되더라구요. 사람 사는 이치가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우리 사회는 서민들이 이끌어 간다는 겁니다. 소형차일수록, 동네 구멍가게일수록 기본 질서와 법을 잘 지켜요. 돈 있는 사람들, 부끄러워해야 합니다.”어느새 프로그램 코너 하나로 세상 읽기에 들어간 김영희 PD는 86년 입사해 [웃으면 복이와요], [콤비 콤비] 등을 연출하며 코미디로 잔뼈가 굵었다.“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 역시 방송의 공적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자 다짐했죠. ‘새로움을 추구하되 반 발짝만 앞서가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코미디 프로그램이요? 볼 때 재밌고, 보고난 후에도 뒷맛이 상쾌한 그런 것 아닐까요? 근데 제 프로그램은 어느 쪽이죠?”프로그램 하다보니 간이 나빠져 3개월쯤 쉬어야 한다는 김영희 PD. 김 PD와의 인터뷰는 뒷맛이 상쾌했다.<이서영>씨네포트를 꿈꾼다[21세기 부산, 이제는 영화다] 기획한 PSB 이상조 부장“부산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신발산업으로 상징되던 경공업의 축이 무너지면서 지역경제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막걸리색 걸쭉한 목소리의 이상조 부장은 프로그램을 기획한 배경을 이렇게 이야기했다.부산에서 태어나 PD로서 잔뼈가 굵은 그에게 요즘 부산이 겪는 어려움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는 ‘부산의 오늘’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극복의지를 북돋우는 것이 PSB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올해로 두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는 그 해법에 힌트를 주었다. 인구 5백만의 거대도시인 부산은 집중도가 뛰어난 영화소비시장으로 이미 영화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 2위의 영화수출국으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있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됐다는 역사적인 사실은, 우리 부산에 주어진 새로운 기회는 아닐까?이런 취지에서 기획되고 제작된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21세기 부산, 이제는 영화다]는 10개국 현지촬영이라는 거대한 스케일과 PD 4명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함께 작업한 공동작품이라는 것 때문에 기획단계에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프로듀서는 기본적으로 솔리스트지요. 그런데 이 작품을 혼자 한다면 내년에나 방송할 수 있을까요? 그때는 환경이 바뀌어 시의적절한 방송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 방송의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한 거죠. 이 프로그램의 제작형태는 일손 달리는 지역방송에서 대형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4명의 PD가 맡고있던 정규프로그램에서 한달 이상 손을 뗀다는 것은 무모하기까지한 발상이었다. 결국 대신 프로그램을 맡아준 다른 PD들의 초인적인 노력이 이 프로그램의 절반을 가능케 한 것이다.9월 7일, 이탈리아, 폴란드, 프랑스를 촬영하기 위한 1진이 출발했다. 호주-홍콩, 일본-싱가폴, 그리고 미국-캐나다까지 4개팀이 속속 출국하고, 돌아오는 대로 국내 촬영이 병행됐다. 프리뷰와 최종 구성작업, 편집이 말 그대로 전쟁처럼 진행됐다. (사실, 이 부장은 담당PD들을 ‘전사(戰士)’라고 불렀다. 아마 후배에 대한 믿음, 수고에 대한 고마움을 한데 묶어 표현한 말이 아니었을까.)‘제1부 - 스크린 로드는 열려있다.’(10월 5일), ‘제2부 - 틈새시장을 노려라’(10월 12일), ‘제3부 - 시네포트 부산’(10월 19일). 이렇게 3부작 시리즈가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이 충분히 논의되기를 바라는 것은 프로듀서의 지나친 욕심일까.3부의 끝 타이틀을 보면서 이상조 부장은 3주간의 밤잠을 고스란히 반납했던 PD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이, 전사(戰士)! 오늘밤 소주 한 잔 하지.” 곽병익한국 프로그램, 잘 만들지만 독창성 안보여한국 방문 중인 칠레 독립제작사 디렉터 파올라 콜칠레 독립프로덕션 누에바 이마젠(Nueva Imagen)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파올라 콜(Paola Coll, 28세). 지난 9월 26일부터 시작된 KBS 국제방송인 워크샵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체류 중인 그녀는 크고 총명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젊은 나이에 아직 미혼이지만 디렉터로 활동한지 7년이나 된 프로다. 대학에 방송영상 관련 학과 하나 없는 칠레 상황-70년대 초에 영화학교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없어졌다고.저널리즘 관련 학과는 있다-에서 정열 하나로 시작, 지난해부터 입지를 굳혔다고 한다. 그녀가 제작한 [Licanco, Children in the Network]는 미국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사갔다.그녀가 전하는 칠레의 방송환경은 우리 나라와 매우 흡사하다.20년 가까운 피노체트 군부독재 이후 90년대 초부터 정치·사회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칠레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방송영상 관련 직종이 인기가 높다고 한다. 프라임 타임 대에 9시 메인뉴스와 뉴스 직전에 편성된 가족드라마, 그리고 그 드라마를 놓고 방송사들이 경쟁한다고 한다. 방송 프로그램 중 약 40%는 외국의 프로그램이다. 미국 영화가 주로 많고 브라질이나 멕시코에서 제작된 가족드라마가 방송되는데 일본 프로그램도 있다. 나머지 중 10% 가량이 독립프로덕션에서 제작해 납품한 것인데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언론 자유의 수준이 어떤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선 이렇게 답했다.“전체적으로 봐서 직접적인 제약은 없다. 방송사들이 알아서 조심한다. 군부, 피노체트, 가톨릭교회 등은 잘 안 다룬다.”그녀는 개인적으로 칠레의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하는데 관심이 있다.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세웠던 아옌데 전 대통령을 주제로 당시 정황을 재정리하는 작업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칠레에서는 어느 누구도 과거를 돌아보려하지 않는데 그것은 여전히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칠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은 그녀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앞으로 그녀는 문화 전문 디렉터의 길을 걷고자 한다고.한달이 채 못되는 방문기간치곤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그녀의 평가는 상당히 날카롭다.“한국의 프로그램들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되지만 독창적이거나 실험적인, 새로운 시각을 갖춘 것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고 대체로 평이한 것 같다.” 한국은 처음인데 김치를 아주 잘 먹고 젓가락질에 익숙해 지기 위해 포오크를 거절하고 보신탕도 기회가 되면 먹어보고 싶다는 파올라. 그녀는 11월 초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강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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