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권하는 PD필독서2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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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권하는 PD필독서2 통일
화해·협력의 통일기반 구축이 우선
강정구<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승인 1997.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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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민족사적으로 우리는 지금 통일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통일의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남과 북의 주체적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적조건은 우호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냉전시대에는 남과 북이 서로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지향적인 정책을 주체적으로 추진하려해도 작동하는 규정력이 너무나도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통일은 불가능하였다. 그러나 탈냉전의 구도하에서 새로운 동북아질서는 이러한 규정력의 저하로 인해 남과 북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평화적인 통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통일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객관적인 호조건을 활용해 남과 북이 통일문을 빨리 열려기보다는 오히려 더 반통일적인 적대관계로 나아가 통일시대의 역사행로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들의(특히 프로듀서 등 언론인과 지식인의 선도적 역할과 책임이 더 크다) 과제는 바로 통일우호적인 주체적 조건을 창출하는 것이다. 남과 북은 과거 50여년동안 서로 적대적인 체제아래 살아왔기 때문에 통일의 그 날까지 상호 납득이 잘 되지 않고 또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요소가 비일비재하다. 체제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정부나 언론들이 통일을 위한 고난과 진통의 과정으로 여기지 못하고 당면 현실적인 이해관계나 체면지키기식으로 몰아갈 경우 통일의 주체적 조건은 요원하기 마련이다. 조그마한 빈대 때문에 통일이라는 큰 초가삼간을 태워버리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일이 통일운동의 핵심적 과제이자 원칙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통일기반을, 그 가운데서도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는 기반을 만드느냐에 일차적인 관심이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의 각 영역에서 세부적으로 통일기반이나 환경 조성을 위한 당면과제 등에 대한 제시나 처방은 거의 없다. 예를 든다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의 ‘사상검증 토론회’라는 반역사적인 움직임의 제어, 청소년에서 확산되는 통일무용론에 대한 대처방안, 동북아다자간안보체제 추진 등이다. 이와 같은 부문별 현실문제를 통일기반 및 환경 조성이나 장기적인 통일프로젝트와 연결시키는 작업 등이 일상적 수준에서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론적인 차원보다는 독일, 예맨, 베트남, 홍콩 등의 통합과정에서 교육, 주택, 의료제도, 군사 등 여러 부문별로 일어나는 문제와 해결방안 등에 대한 세부적인 경험연구와 프로그램제작을 통하여 우리의 통일 및 통합과정에 대한 유용한 함의나 지침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 점이 더욱 절박한 것은 통일시대라는 객관적 호조건이 앞으로 얼마나 더 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중국의 경제력이 일본을 능가하고 미국에 따라가는 2015년이나 2020년 경에는 미국과 중국사이에 동북아신냉전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일방위협력지침, 중국 국민 여론조사, 90년대 가상의 적으로 중국을 설정하고 옥죄는 미국의 행위 등 여러 요소들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므로 2015년 이전에 남과 북은 통일의 주체적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최소한 부분통일이라도 이루어 지구촌에서 우리의 통일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만약 이러한 기회를 놓쳤을 경우 동북아신냉전은 바로 과거 50여년간의 미·소냉전과 같은 구도로 회귀하게 되어 우리의 통일은 장기간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요약하면 상호 이해의 촉진,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통일과정에 대한 실질적이고 세부적인 접근, 그리고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이자 또 하나의 엄연한 주체자로 수용하기 위한 북한에 대한 민족중심적이고 역사적인 이해가 근간이 되어야 한다.
|contsmark1|권장하는 책
|contsmark2|김창수. ‘평화만들기, 통일이루기’(대동, 1996)이원섭. ‘새로운 모색’(한겨레신문사, 1997)강정구. ‘통일시대의 북한학: 민족중심적 이해를 위하여’(당대, 1996): 북한을 통일의 동반자와 또 하나의 주체로 설정한 바탕위에 민족중심적으로 통일관련 여러 사항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제시로 세 책 모두 비슷한 유형을 띠고 있다.강만길 외.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하여’(심지, 1997): 각론별로 통일과 북한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와 과제 등을 제시한 포괄적인 개설서한겨레신문사·학술단체협의회. ‘한반도 통일국가의 체제구상’(한겨레신문사, 1995): 각 분야별로 통일국가에 대한 체제를 제시한 것으로서 통일성은 없지만 나름대로 진보적 시각에서 통일 밑그림을 그린 최초의 시도|contsmark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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