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우리 방송 해도 너무한다 6 … 시사고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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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리즘? 말이 아깝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선정성

|contsmark0|지금까지의 연재순서1. 집단무의식 조장 귀신물 홍수2. 인생도 없고 감동도 없는 드라마3. 모방, 몰개성화 가속화 예능프로그램4. 철학없는 편성, 힘없는 편성5. 연예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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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위험 수위 10대의 성문화, 두 여고생의 고백”, “비상! 캠퍼스 성폭력 - 여대생이란 것이 죄인가요?”, “중고생 출연 포르노, 위험한 10대의 성”, “퇴폐의 숨은 방 -전화방”, “천호동 텍사스촌의 불은 꺼졌는가”, “환락에서 파멸까지”, “마약, 그 파멸의 지름길”, “퇴폐의 숨은 방, 전화방에서 폰팅까지”, “토막살인”….다름아닌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소재들이다. [추적60분], [pd수첩],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사건과 사람들]로 이어지는 프로그램들에서 최근 6개월내의 아이템 중 골라낸 것이다. 이른바 충격영상효과를 노린 폭로성 아이템들을 일일이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우리의 여섯 번째 이야기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과도한 선정성 소재다.물론 외견상 나타나는 소재의 성격만을 놓고 이 프로그램들이 선정적이라느니 시청률을 노린 흥미위주라느니라며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자는 뜻은 아니다. 선정적인 소재라 하더라도 다루는 방법과 시각에 따라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진지함을 갖출 수 있고, 더욱이 저널리즘에는 그 사회를 추수적(追隨的)으로 반영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마후라에서 시작해 마침내 ‘매매춘과의 전쟁’이 선언되는 1997년 한국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들 프로그램들이 그런 소재를 다루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또한 tv저널리즘 프로그램의 특성상 ‘논문쓰기’식보다 강렬한 상황과 영상흡인력을 가진 소재에 쏠리기 쉬운 경향 또한 부인할 수 없다.그러나 최근 이들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선정·흥미·폭로 위주의 소재 선택은 부쩍 그 빈도가 지나치게 잦다. 이러한 소재를 다루면서 아무리 근엄한 척(?) 점잖을 떨며 고담준론을 늘어놓는다고 하더라도 매매춘 얘기는 매매춘 얘기일 뿐이다.우리 사회가 처한 오늘의 현실을 생각할 때 시사고발프로그램들이 정열과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가 그런 것들뿐일까. 매매춘, 마약, 자살, 인신매매, 성폭력…. 백번 양보해서 이런 아이템들이 현 시점의 주요 이슈라 치자. 시사고발프로에서 이런 아이템을 다루었다고 문제가 치유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때그때 반짝단속이 있을 뿐이다. 아무리 다루어도 대증요법만 나오고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이룰 수 없는 그런 현상과 징후를 요즈음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거의 탐닉하고들 있다. 작위(作爲)의 오류도 나쁘지만 부작위(不作爲)의 폐해는 더 나쁘다. 주간정규방송물인 이들 프로그램에서 다른 이슈는 안 다루고(못 다루고) 특정 분야의 소재에 치우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직무유기다. 그 시간의 아이템에서 ‘이것’을 선택해 취재·방송하면 ‘저것’은 사장(死藏)되어 방송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의 다른 주요 현안들이 은폐되거나 비호된다는 말이다. 총체적 부조리가 횡행하는 한국사회 - 정경유착, 공무원의 부정, 교육비리, 인명경시의 문화, 부실공사, 장애자·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혹한 착취… 등 마땅히 다루어야 할 더 많은 모순들을 방치하고 우선 카메라 들이대기 좋고 시청률 올리기 좋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치마자락 아래나 들추고나 있을 것인가.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런 구조적인 문제에 관한 아이템을 다루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아이템은 증거를 영상적으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아 원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3∼4주만에 돌아오는 방송순번에 밀착취재는 불가능하다. 이런 분야에는 내부자 제보도 별로 없다. 인터뷰로 당위론이나 늘어놓다가는 시청률만 떨어진다. 우리가 뭐 출입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들이 하는 [시사매거진 2580]이나 [뉴스추적]도 “집중취재-홍등가”니 “나쁜 영화 아이들”, “티켓 다방” 해 가며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안 하는 것도 아니던데….하지만 어떠한 이유를 대더라도 그것은 모두 내부사정에 불과하다. 인원과 예산투자를 강화하고 제작노하우를 개발하는 등 내부적인 노력을 경주하지 못하면서 현실에 침묵한 채 핑계만 늘어놓는 것은 진정한 pd가 취할 바가 아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pd들은 그래도 pd정신을 실천하고 우리 pd의 사회적 위상을 이만큼이라도 만들어놓은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부디 ‘pd저널리즘’이란 말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그렇지 않으면 고작 ‘휴지통이나 뒤지는 넝마주이’라는 비난을 들을 뿐이다. 얼마전 장기밀매를 제보하겠다는 한 사기범에게 각 방송사 시사고발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차례로 능멸당한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돌려버릴 수 없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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