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편과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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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경쟁속 창의성 발휘 공염불
권위주의적 의사결정에 참여제도 유명무실
  • 승인 1997.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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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pd 개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창의력, 창조성의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인가?신세대들이 pd를 이시대 최고의 인기직업으로 꼽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 직종의 창의성에 있다는데, 많은 pd들은 이 점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방송사 간의 시청률 과당경쟁이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한 이래 개편시기는 흡사 전쟁을 방불케하는 양상이다. 눈치보기, 대응편성에 봄·가을 개편이라는 시기적 규정이 무색하게 시청률에 따라 수시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의 개폐. 이러한 와중에 실제로 프로그램을 만들내야 하는 pd들의 창의성이 보장되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실제로 개편과정에 pd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나 장치는 극히 제한적이다. 다시말하면 pd들은 창의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구상하고 자율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대와 프로그램을 맡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얘기다.게다가 무제한적인 시청률 경쟁의 풍토는 pd들의 그나마 남은 창의성조차 압살하고 만다.‘왕pd’란 단어가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도 그 단어가 뜻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면 ‘시청률 경쟁’이란 단어로 대치해도 무방할 듯 싶다.개편과정에서 폐지대상이 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이유는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신설되는 프로그램의 형식이나 내용, 시간대를 좌우하는 것도 ‘시청률’이다. pd는 ‘시청률’의 수지타산을 맞추는 사람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는 드라마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다. sbs는 이번 개편에서 유명한 프리랜서 pd와 작가, 출연자를 고액의 비용을 들여 세트로 투입했다. 사정은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작가와 출연자와 작품이 결정된 다음에 pd가 ‘붙는다’. 쇼·오락 프로그램이나 라디오의 프로그램들도 mc가 미리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점점 늘어난다.mbc의 한 드라마 pd는 “유명 작가나 연예인은 숫자도 많지 않고 워낙 경쟁이 심해서 국장급이 나서야 해결된다. 시청률 경쟁이 빚어낸 결과다. pd들이 기획해서 그 작품에 맞는 출연자를 고르거나 작가를 고른다는게 이제는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mbc는 부서별로 프로그램의 개폐를 논의하고 개편안을 만든다. 이것은 편성기획팀의 안과 팀장들이 모이는 개편회의에서 조정된다. 형식상으로 다소 열린 체계지만 결국은 국장회의 선에서 결정되거나 사장실에서 되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게 현실이다.보통 개편을 위한 준비는 개편시기보다 3개월 정도 이전에 시작된다. 프로그램 신설을 위해서 프로그램 공모전 등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윗선’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sbs의 경우 이번 개편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들이 시도됐다.편성실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pd가 하고싶어 하는 프로그램을 하겠다는 것이 방침이었다. 신설프로 중 대부분이 pd들이 제안한 것이다. 4∼5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갔고 시사회도 거쳤다. 시사회에서 재미없다고 얘기된 프로그램도 제안한 pd와 편성팀이 관철시킨 것도 있고 [그것이 알고 싶다]의 경우 일요일 황금시간대인 7시를 제작진이 원해 그대로 배치했다”고 말했다.한동안 침체상태였던 sbs는 그 원인을 새로운 것은 선보이지 않으면서 인기 연예인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프로그램 형식에 있다고 판단했다. 편성방향은 ‘가족채널 선언!’이고 주말저녁 프라임타임대에 10대 위주의 버라이어티쇼 프로그램 편성을 지양하는 과감한 정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pd들의 반응은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런 첫 시도가 불안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 pd는 “드라마 문제에서 보듯이 여전히 목표는 시청률이다. 이런 변화도 기존의 것으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sbs의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kbs의 개편은 여러 가지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근에는 2tv의 과도한 오락성향에 대해 비판하는 지적이 많지만 이번에도 별반 성과가 없다는게 중평이다. 일부 심야시간 시청률사각지대에 다큐멘터리를 편성해 면피를 해보려한 정도다.kbs는 개편 전에 프로그램 기획 공모전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외부 제작사까지 포함해 7백여 건의 안이 쇄도했다. 이 공모전은 강제적인 것으로 팀당 몇 개의 안을 제출하도록 요구받는다. 신설된 12개의 프로그램 중 그 가운데서 채택된 것은 7개다.하지만 나머지 개편과 관련해 이루어지는 소위 ‘업무분장’은 국장과 cp 선에서 결정된다. 프로그램 신설과 시간대, pd의 프로그램 배치 등은 ‘통보’되고 대부분의 pd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다. 프로그램 배치 정도의 문제는 재조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개편과정에 하고싶은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지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한 pd는 반문했다.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편성부서와 각 실국의 대표인 cp들이 워크샵을 갖는 것이 개편과정의 전부다. 폐지해야 할 프로그램도 신설될 프로그램도 pd가 무슨 프로그램을 맡을 것인지도 각 실국의 cp가 결정하는 구조에서, pd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통로는 단지 cp의 개인적 노력 여부에 달려있다. 그런 후에 pd의 창의성은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다.서로 눈치보느라고 개편 예정일이 수도 없이 연기되고 한 방송사가 오전 주부 시간대에 드라마 명작선을 시도한다고 대응해서 걸작선을 편성하는 전쟁속에 pd들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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