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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생명의 시원에 대한 친절한 해답
김제완<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contsmark0|신문과 방송이 온통 정치판의 일들로 뒤덮여 있다. 정치관행인 불법 정치자금은 불문에 붙여야 한다는 국민회의와 하필이면 대선에 접어든 이런 때에 폭로를 하는 신한국당이 사생결단이나 낼 듯이 서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치고 있다. 덕택에 10월 16일자 신문에 발표된 노벨 물리 및 화학상은 관례적으로 차지하던 1면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따라서 국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그렇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누가 돈을 먹었든 또 누가 남을 헐뜯든, 이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사라질 것이지만 금년도 노벨 물리와 화학상이 밝힌 생명체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화학적인 원리나 또 지극히 낮은 온도를 실현하여 정확한 원자시계를 만들어내는 물리적인 방식은 우리 인간들에게 길이길이 그 영향을 미치고 잊혀지지 않는 역사로 남을 것이다.이런 과학들이 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딱딱하고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려고 과학과 관련된 두 권을 책을 pd들에게 권하고 싶다. 스티븐 와인버그(steven weinberg)가 쓴 ‘처음 3분간’(the first three minutes)과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에덴 밖의 강’(the river out of eden)이란 제목의 이 두 권의 책. 정말로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교과서 같은 저서라고 할 수 있다.‘처음 3분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대우주가 탄생하여 최초의 3분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필름에 담은 영상처럼 생생하게 그려낸 걸작이며, ‘에덴 밖의 강’은 우리들의 생명체가 기나긴 세월의 강을 따라 그 유전자를 어떻게 전달해왔는가를 친근감 있게 그려놓은 책이다.와인버그 교수는 태초에 있었던 에너지뭉치가 퍼져나가면서 티끌보다 작았던 이 우주가 자몽만큼 커졌을 때 존재했던 원시물질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최초의 3분이 되면 이 우주는 원자핵과 전자의 안개로 가득 찬 ‘이온’상태인 프라즈마의 뭉치이며 30만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이 생겨나는 그 과정을 머리가 명석한 그 어떤 사회인이라도 쉽게 이해가 되도록 표현하고 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원자로 되어있는 물질이 생기는 순간 그 찬란한 태초의 빛이 이 우주를 가득 메우는 그 과정을 눈앞에 보듯이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는 나아가서 그때 그 태초의 빛이 팽창하는 우주에 얼어붙어서 지금은 차디찬 영하 2백70도의 마이크로 파가 되어 있는 생생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이 우주의 변두리에 얼어붙어 있는 화석 같은 그 ‘화광’(化光)을 발견한 20세기 최대의 사건을 잘 표현하고 있다. 와인버그의 ‘최초의 3분’은 이렇게 우주에 관한 대 서사인 것이다.와인버그의 책이 웅장한 우주를 그려내고 있는 반면 도킨스의 ‘에덴 밖의 강’은 다윈의 진화론을 어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재치있게 쓴 책이다. 다윈의 불독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헉슬리가 영국 노르윈치시의 일반대중을 상대로 하는 ‘한 조각의 분필’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마치 눈앞에 보듯 도킨스는 진화론의 불가피성을 역설한다. 우리들의 말이 스물네 자로 된 한글로 표현되듯이 유전을 전달하는 그 말은 단 네 개의 글자로서 이루어진 64개의 단어에 해당되는 코드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서 디지털 형식으로 전달되는 유전코드가 수십억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정확하게 전달되고 그 과정이 마치 시간의 강을 연상하게 하는 그 당위성을 생생하게 우리들에게 설득하여 다가오고 있다. 우리들의 조상은 이런 유전자를 잘 간직하고 혹은 발전시키기 위하여 얼마나 현명했고 강했는가를 설득하고 우리들의 조상이 ‘아프리카의 이브’로 불리는 아프리카생 원시인임을 그 누구나 이해할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꿀벌들이 왜 그런 춤을 추며, 표범이 살아남은 그 유전자의 생존 본능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말이나 원숭이들뿐만 아니라 밀과 보리 같은 생명체도 그 조상을 따져보면 우리와 같은 조상으로부터 번져 나왔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와인버그의 책이 대우주의 거대한 서사시라면 도킨스의 책 ‘에덴 밖의 강’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쓴 책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어느 누구나 꼭 읽어야 할 교양서적일 뿐 아니라 어떤 소설 못지 않게 재미있다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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