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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이여, 글을 쓰자
고희일

|contsmark0|요즘 고등학교에 가서 장래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물으면 합창이라도 하듯 “pd요”하고 대답한다. 한꺼번에 대답하는 것이 신기해 “pd가 뭐하는 건지 알아요?” 하면 역시 한꺼번에 “몰라요”한다. pd가 무엇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불고 있는 언론고시 열풍이 고등학교에까지 번진건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tv와 함께 자란 영상세대라서 그런지 장래직업으로 pd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pd란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취재하고, 편집해서 내보내는 생산자 즉 제작자를 일컫는다고 말을 해준다. 그리고 크게 나누면 교양pd, 쇼pd, 드라마pd로 나눈다고 말을 해준다. 이에 따르는 구체적인 갖가지 질문이 있게 마련인데 그중에서 곤혹스럽게 만드는 질문이 “그럼 드라마와 코미디를 제외한 프로그램의 글은 누가 쓰나요?”이다. 그중에서도 교양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그렇다.
|contsmark1|흔히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말은 맞다. pd는 기자와 달리 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란 최종 결과물로 말한다. 그러므로 유능한 pd란 여하히 신선한 기획과 주제를 잡느냐와 그것을 어떻게 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있지 글을 쓰고 안 쓰고와는 별관계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방송기자는 직접 글을 쓰는데 pd는 왜 쓰지 않고 작가를 두느냐고 수군거리기도 한다.그러나 이것은 아주 잘못된 비교이다. 방송기자가 원고를 쓰는데 비해 pd가 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50분짜리 시사다큐를 예로 들자. 방송기자들의 경우 먼저 원고를 쓴다. 그리고 그 원고위에 촬영기자가 그림을 입힌다. 이 방식은 영상논리보다는 오디오라인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취약점이 있지만 작업 속도가 매우 빠르다.하지만 pd는 원고가 나오기 전에 먼저 직접 편집을 한다. 이 방식은 영상논리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작업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편집을 하고 난 뒤에 원고를 쓸 시간이 pd에게는 거의 없다.또한 일부에서는 말한다. pd에게 있어 작가란 글을 쓰는 의미 이상이다. ‘프로그램이란 섬 안에 갇혀있는 pd의 동반자가 작가다’라고. 옷을 하나 살 때도 고민이 따르는데 하물며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이렇게 구성할까 저렇게 구성할까, 이 컷트를 쓸까 저 컷트를 쓸까 끊임없이 고뇌하고 선택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럴때면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pd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 상대자가 바로 작가인 것이다.
|contsmark2|pd가 만드는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솔직히 속이 시원하지 않다. 그것은 “pd들이여, 글을 쓰자” 이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일부 pd들은 작가에게 다 설명해주고 불러주는데 글을 쓸 시간을 주면 쓰지 왜 못쓰느냐고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부분에선 이런 말을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글로 문장화 한다는 것은 별개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을 쓴다는 것이 마냥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자나 pd나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나와 언론사에 들어왔다. 한쪽은 계속 글을 써왔고 다른 한쪽은 써오지 않아 편차가 생긴 것뿐이다. pd도 충분히 글을 쓸 자질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에서 글을 쓰자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고급문장이 필요하거나 기발한 재치와 감성이 요구되는 프로그램까지 pd가 쓰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관계가 중요한 시사고발프로그램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정보전달 프로그램 및 인사말과 곡소개 위주인 음악프로그램부터 pd가 썼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도 없고 인력도 모자람을 안다. 그러나 막상 용기있게 저지르면 또한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 예가 kbs의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지금]이다. [세계는 지금]의 경우 작가 없이 pd가 직접 글을 쓴다. 3년전 [세계는 지금]이 탄생할 당시의 kbs는 pd도 기자처럼 직접 글을 쓸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분위기가 사장에 의해 주도되던 시기였다. 그 팀의 pd들은 ‘우리도 글을 쓸 수 있음을 보여주자. 본때를 보이자’며 과감하게 pd가 직접 글을 쓰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이 전통이 되어 여지껏 오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3|pd들이여! 어렵고 힘들고 시간도 없고 사람도 모자람을 안다. 그렇지만 용기있게 저지르자. pd가 직접 글 쓰는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pd를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pd여 글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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