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자료·의미 분석, 두 마리 토끼 잡기
임진모
<팝 칼럼니스트>

|contsmark0|외국 팝음악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 예외 없이 갖는 의문이 있다. “팝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며 또 록은 도대체 무엇인가?”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 주목할 만한 답변이 ‘팝은 미국과 영국의 대중음악 전체이며 록은 그 부분집합’이라는 것이다. 팝과 록을 동격으로 놓고 팝은 상업적이요, 록은 저항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해석도 있다. 하나는 덩치, 다른 하나는 성격에 치중한 해석인 셈인데 둘을 종합하면 그럴듯한 정의가 나온다. ‘상업적인 팝의 큰 덩어리 속에 저항적 성격의 록이 있다’이렇게 되면 솔직히 김이 빠진다. 우리 가요도 정리가 어려운 판에 우리보다 10배나 큰 시장규모의 영미권 음악을 어떻게 개괄한단 말인가? 하지만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소위 ‘인기차트’란 것이 있다. 50년대부터 팝의 인기차트, 이를테면 빌보드차트를 뒤져보는 것은 팝을 이해하기 위한 확실한 지름길이다. 여기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시대별 팝의 흐름과 의미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문제는 록이다. 상업적인 팝은 냇킹 콜, 프랭크 시나트라 이래 지금의 머라이어 캐리에 이르기까지 음향의 차이를 빼고 실은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록은 시대를 떠안고가는 성격이 있어서 그 노래의 시대적 환경을 모르면 왜 평론가들이 그 음악을 높이 쳐주는지 이유를 알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록에게는 ‘역사성’이 있다.따라서 록은 인기차트로는 불충분하다. 록의 역사를 다룬 책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 점에서 팝 칼럼니스트 하세민 씨가 쓴 ‘시대별 록을 찾아서’(도서출판 꾼)가 개론서로 안성맞춤이다.이 책은 1950∼1975년 그리고 1976∼1997년을 시점으로 묶어 두 권으로 편집했다. ‘시대별’이라는 단서가 붙었듯이 록 특유의 시대성을 담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50년대의 엘비스 프레슬리를 시작으로 60년대의 비틀스와 밥 딜런, 70년대의 엘튼존과 비지스, 80년대의 마이클 잭슨과 본 조비, 90년대의 너바나와 오아시스까지 주요 아티스트를 빠짐없이 기록했으며 미흡하나마 시대별 의미망을 파악할 수도 있다.무엇보다 연대기로 집약한 앨범들에서 드러나듯 소개하는 앨범수가 보여주는 ‘소화력’이 돋보인다. 의미 추적보다 다양한 자료가 급선무인 사람들, 이를테면 방송사 프로듀서들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으로 보인다.또한 소개된 앨범들이 저자의 풍부한 청취경험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해외 자료에 의존해 각색한 책들보다는 친화력과 공감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 앨범 반(半)이라도 구입해 들었다면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팝 전문가다. 하세민 씨는 “팝이나 록을 알기 위한 대전제는 많이 들어본다는 것이며 그것이 또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90년대 들어서 그러나 갑작스레 록에 대한 담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록이 저항음악이라는데 그것이 과연 사실이냐’로부터 ‘저항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이냐’에 걸친 전반적 논의를 말한다. 특히 우리 대중음악이 10대 중심의 댄스음악 ‘독재’로 치달으면서 록의 대안(代案)음악 가능성에 대한 진단이 한층 활성화되었다.논의가 진전되면서 동시에 일각에선 ‘록의 저항은 한계가 있으며 그리하여 대안음악이 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불거져나왔다. 주류(主流)음악에 대한 카운터의 의미는 이해하겠지만 결국 록이라는 것도 미국 음악산업자본이라는 마차를 굴리는 수레바퀴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음악평론가 신현준 씨가 엮은 ‘얼트 문화와 록음악’(한나래)이 의문해소에 적합한 책으로 생각된다.90년대에 부상하며 세상을 휘몰아친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을 중심으로 그 주변음악을 총괄했다. 자료수집도 빛나지만 의미분석이 특히 날카롭다. 아티스트와 앨범을 기초로 한 ‘음악 사회과학사’라 해도 무방하다.역시 2권으로 엮었는데 이 책이 제시하는 물음은 ‘저항의 화두인 얼터너티브 록이 마침내 주류에서 거드름을 피우게 된 아이러니를 어찌 볼 것인가?’로 집약된다. 팔리지 않는 걸 원했는데 결과적으로 수백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면 별 수 없이 그것도 ‘상업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다. 이 책은 록에 대한 신뢰를 지키면서도 ‘록의 대안 가능성은 상실했다’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가닥을 잡고 있다. 접근과 답안제시가 무척 진지하다.서문의 내용을 참고해보자. ‘음악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성가시고 때로 불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우린 얼터너티브든 모던 록이든 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놓아두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팝’이라는 용어를 새로운 뜻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린 80년대 이후의 모든 대중음악 새 조류들을 록의 특수한 역사가 아니라 팝의 일반적 역사 속에 위치 지으려 한다’80년대 이후의 록(또는 팝)을 살피는데 더 이상의 저서가 어렵다고 본다. 다만 하세민 씨의 책을 포함해 공히 두 책에 가슴에 살아 있는 팝송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앞서 지적한대로 인기차트로 메워야 할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역사란 무엇인가’, ‘사회학으로의 초대’와 같은 교양·개론서가 없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전문서만 양산되는 것은 불안하다. ‘거꾸로 가지만 제대로 가면 된다’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겠지만 씁쓸한 기분은 마찬가지다.
|contsmark1||contsmark2|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