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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살리기’ 프로그램을 경계한다
  • 승인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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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주 방송위원회는 방송협회를 통해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경제살리기’ 프로그램 들을 제작·방송해 줄 것을 요청했다.국가 전체가 부도위기를 맞은 상황속에서 방송이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분에 입각해서다. 우리는 이에 굳이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현 상황에서 소위 ‘경제살리기’ 프로그램들이 그 테마와 방향성에 있어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contsmark1|우리가 경계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살리기 동참’, ‘고통분담‘이라는 구호 하에 의식 무의식적으로 저질러질 본질의 왜곡과 호도 가능성이다.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과소비를 추방하고,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막연한 논리만이 횡행하면서, 정부의 정책 실패와 오랜 정경유착의 구조적 모순, 재벌들의 과도한 차입경영이라는 ‘리더들의 실패’가 교묘히 감춰지게 될 가능성이다.그동안 우리 방송의 행태와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히 기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불길한 예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일부 방송사가 현재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 속에서는 이미 그 편린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contsmark2|‘위기는 기회’라는 언술(言術)이 안일하게 횡행하고 있음도 역시 경계할 일이다. 위기를 초래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정확한 수술없이, 위기는 결코 기회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정부와 재벌들이 일반 대중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김으로써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위기는 ‘기회’가 아닌 ‘파국’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모호성 또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80년대 미국 경제는 하드웨어산업에서 소프트웨어산업으로 ‘구조조정’을 했고 그것은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그 기저에는 미국 경제가 쌓아올린 튼튼한 하부구조와 충분한 투자자본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드사(社 )나 크라이슬러가 방출한 대규모의 인적자원이 실업화 되지 않고 중소기업으로 ‘효율적 재분배’된 것은 구조조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독점체제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은 곧바로 실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방송은 어떠한 가치기준으로 구조조정을 다루어야 하는가. 대량 실업에 대한 입장은 정리되어 있는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외치면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는 반대하는 재벌들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contsmark3|따지고 보면 느닷없는(?) 경제위기가 초래된 데는 우리 언론의 책임 또한 적지 않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과 그에 따른 붕괴위험이 경고되어 온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과연 그 어느 매체가 이러한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으며 경제 개혁의 필요성을 제대로 제기했었는가? 오히려 낡은 구조하에서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재벌과 정부의 ‘국민 눈가리기’에 앞장서 왔지 않은가? 현재의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방송이 기존에 해왔던 ‘경제살리기’ 프로그램을 답습한다면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을 빚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냉철한 혜안과 구조적인 통찰이 없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의 ‘경제살리기’ 방송은 구태를 반복하려는 확성기 소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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