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평 2 MBC-TV [아름다운 TV -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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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비평 2 MBC-TV [아름다운 TV - 얼굴]
스타에만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실험이 되길
간결한 인터뷰 형식은 장점이자 단점 … 오락 프로라고 일부러 의미담기를 피할 이유 없어
대표집필 : 손병우
  • 승인 1997.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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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아름다운 tv - 얼굴](수, 11:00; 송창의, 유근형, 조희진)에 대한 첫 감상은 모두들 ‘새롭다’, ‘흥미롭다’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 첫 회의 앞부분은 평소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는 관심을 갖지 않았던 목소리의 주인공들과 짧은 만남을 갖는 것으로 시작했다. “삐삐 호출은 1번, 음성 녹음은 2번”의 주인공, “지금 다른 전화를 안내 중이오니 잠시만…”하는 114의 목소리, “…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뒤로 한 걸음…”하는 지하철 안내방송 목소리, 훈련 공습경보를 알리는 민방위 본부 확성기 음성의 주인공, 국민체조 구령의 주인공, 대한 뉴스 아나운서 등이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누구나 해볼 수 있는 발상이다. 그런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작성된 목록이 6개나 된다는 점이 놀랍다. pd와 작가들의 회의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템들이 제안되어 어떤 것은 기각되고 또 어떤 것은 채택되었을까. 모두의 동의를 얻은 아이템이 나왔을 때 즐거워했을 모습들이 잠시 떠오른다.[아름다운 tv - 얼굴]은 인터뷰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우선 그 길이가 그 동안의 시청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참 짧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내서, 그의 얼굴을 보고, 정말 그 음성이 맞는지 확인하고, 그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된 사연을 듣고 다음 사람을 찾아 떠나는 식이었다. 제2회에서는 상품 광고에 등장하는 일반인이나 조연들을 찾아 나섰는데, 이것 역시 인터뷰 방식은 간결했다. 담당 pd의 표현에 의하면 이 코너는 이른바 ‘인해전술’의 특성을 띠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두 소화해 내니 일단 프로그램 진행에 탄력이 생긴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 소재 확보 측면에서 얼마나 지속될지 걱정스럽기도 한데, 그런 점이야 제작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이 프로그램의 도입부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것만 봐도 [아름다운 tv - 얼굴]의 핵심은 바로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목에서 ‘얼굴’을 내세웠는데, “얼굴을 보여주되 그 얼굴들이 얼굴 자체만 예쁜 연예인이 아니고, 얼굴을 봄으로써 사람을 보는 것이 되는 그런 얼굴 보기”를 추구한다는 담당pd의 말은 프로그램의 성격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으로서 공감되었다.또, 그는 이 프로그램의 형식상의 특징을 인터뷰에서 찾고자 한다고 했다. 지난 추석 특집 때 내보낸 파일럿 프로그램에서는 재연 형식을 시도했었는데, 거기에 식상함이 있어서 인터뷰 형식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본인이 말하는 자기 이야기”로서의 인터뷰의 특성을 살리되, 지금까지와 다른 인터뷰 방식을 모색 중이라면서, 우선 화면만이라도 새롭게 가려고 하고 있단다.이런 취지가 가장 잘 산 부분이 ‘줄리어드의 이단아, 유진 박’이었다는데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다. 인터뷰 맥락에 따라 촬영 장소를 이동하고, 카메라 각도를 바꿔 주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자기 삶과 음악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갖고 있고 표현할 줄 아는 유진 박이라는 인물 선정 등에서 성공적이었다. 그와 정반대 경우가 ‘송승헌, 스타 모노로그’였다. 삶과 자기 연기 세계에 대한 성찰적 자세를 찾기 어려운 대화였을 뿐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의 고질적인 스타 의존성의 기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물론 스타라서 배제될 필요는 없다. 다만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을 끌어내는 인터뷰가 되어야 하고,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는 스타면 더 좋겠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그가 화면 속 이미지와 달리 ‘빈 사람’임을 나타내 줄 수 있는 진정한 인터뷰여야 할 것이다.어쨌거나 [아름다운 tv - 얼굴]은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들이 강도 높은 감각을 추구하고, 소재의 현란성과 자극성 경쟁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자신과 이웃의 삶을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하는 포맷을 시도하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그런데 우리 토론에서는 이 프로그램의 형식상의 의도에 대한 중요한 지적도 있었다. 즉,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 이외의 일정 부분, 가령 어떤 교훈이나 주제 혹은 시시콜콜한 사생활이나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사소한 문제 등을 과감히 버리는 이 프로그램의 인터뷰 형식은 경쾌함과 탄력성을 부여받는 반면, 약점이 될 수도 있다.축구 원정 응원을 다니는 일본인 토리우미의 경우,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지?’하는 궁금증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왕백수, 그 당당한 얼굴’에서는 ‘저렇게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 왜 취직을 안하지?’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런 사소한 궁금증들은 시청자의 입장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한 배려를 하면 한 마디의 내레이션을 통해 해소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밤길을 걷다 구덩이에 빠진 여대생, 또 왕백수의 경우, 그 에피소드의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자칫 이 프로그램이 표방한 아름다운 얼굴 보기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하는 비아냥거림으로 바뀔 수도 있다. 공사장 뒷마무리 철저라든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시작된 반실업, 불안정 고용 상황에 대한 정서적 준비 등의 의미가 그 코너들에서 언뜻 언급되긴 했지만 분명한 제시가 없어서 시청자의 공감 정도에 따라 그냥 지나치거나 달리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프로그램 전체를 통해 지나치게 시청자에 위임하는 자세로 일관하기보다는, 한 코너쯤은 좀더 진한 빛깔을 띠면 좋을 것이다. 아직은 프로그램의 흐름상의 리듬감이 살지 못해 밋밋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각 소재들이 담고 있는 감동의 여지를 스스로 억제시킬 필요는 없지 않을까. 코너들의 개성을 살려 가볍게 나갈 부분과 강조점을 찍을 부분들을 적절하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 오락 장르라고 해서 일부러 의미를 피해 갈 까닭은 없다.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의 임시 편성으로 잘 죽는 시간대에 그저 잘 나가는 연예인이나 불러 놓고 하는 토크쇼로 쉽게 가지 않고, 뭔가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고 훈훈한 감동을 추구하는 정성을 들인 프로그램을 편성했다는 점만으로도 [아름다운 tv - 얼굴]의 모습은 아름답다. 담당 pd는 방송사에서도 시청률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 안심이 안된다. 오락 장르의 새로운 기조, 인터뷰 형식의 새로운 추구,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전달한다는 이 프로그램의 의도가 계속 더 나은 모습으로 살아나기를 바란다.
|contsmark1|※ 방송비평 모임의 mbc측 참가자가 이채훈 pd에서 김환균 pd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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