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에 활짝 필 우주 SF물들
박석재
<천문대 천문정보연구실장>

|contsmark0|우주와 외계 생명체를 배경으로 한 sf 연속극, 영화(이하 ‘우주 sf물’이라 한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1세기가 되어도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신세대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우주 sf에 ‘감’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선진국에 가면 서점 벽 한 면에 빽빽이 있는 sf 서적이 어떻게 우리 나라 서점에서는 겨우 몇 권 돌아다니고 있느냐 말이다. 그러다 보니 ‘et는 백인 아이들이나 만나야 한다’는 식의 절망적 고정관념이 우리들 마음 속 깊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왜 우리 한국 어린이는 et를 만나면 안 될까.또한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우리는 sf를 꼭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고 있다. sf, 즉 science fiction에는 ‘공상’이라는 말이 없다. 공상이란 말은 다분히 ‘실현 불가능한 것’,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는 꼭 시정되어야 한다. 사람이 달에 가는 것이 왜 공상인가. 선진국에서는 이미 우주 공간에 호텔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받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이다.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타파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나라의, 우리 나라 주인공에 의한,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한 우주 sf물들이 나와야 한다. 처음부터 먼 은하계에서 레이저 검을 휘두르는 작품을 만들어 봐야 외국 작품의 각색물이나 아류로 느껴질 뿐 우리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엄청난 특수 효과 비용까지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별]이라는 tv 드라마가 제작된 바 있다. 우주 sf물은 어린이들이나 보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는 현실의 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단행한 [별] 관계자 여러분에게 필자는 개인적으로 열렬한 성원을 보낸다. 하지만 [별] 역시 위에서 언급한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어린이 시간에는 그 동안 많은 우주 sf물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대상이라는 이유로 소품이 조잡하다든가 하여 완성도가 낮았다. 어린이들은 ‘개구리 소년들’이 말해 주듯, 탐험 정신이 왕성하다. 필자는 차라리 5∼6명의 ‘천문대 소년들’이 밤에 대덕전파천문대의 담을 몰래 넘어 들어와 외계인의 전파 신호를 포착하고 있는 천문학자와 정부 당국자를 발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연속극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은 [전파천문대의 비밀] 정도가 되겠다. 대덕연구단지를 어린이들에게 친숙하게 만들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대덕전파천문대라는 우리 나라 시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청하는 아이들의 느낌이 기존의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sf물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부터 할리우드식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엄청난 투자를 요하기 때문에 위험할 뿐 아니라 아직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음에는 순한 약을 투여하다가 차츰차츰 강한 약을 투여하는 것처럼, 아직 우리 우주 sf물에 낯선 우리 국민에게는 제작비가 적게 드는 대신 추리적 요소나 구성의 정교함을 무기로 한 창작물을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구체적 대안의 예로서 필자가 쓴 sf ‘가리봉의 비밀’을 참고하기 바란다.(여기서 ‘가리봉’은 설악산의 한 봉우리이다.)저명한 미국의 시사지 ‘time’은 1996년 2월 5일자의 커버 스토리로 ‘is anybody out there?’를 택했다. 이 말은 누가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묻는 말이 아니고 천문학자들이 우주에다가 대고 묻는 말이다. 이제 천문학자들의 외계 생명체 탐색 작업이 매스컴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 we are here!’라고 믿는다. 대답을 할 수 없는 벙어리들은 아마 훨씬 더 많을 것이다.천문학자들은 외계 생명체 탐색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이 시도는 최근 태양계가 아닌 다른 별 주위에서 행성(‘혹성’은 일본말이니 어떠한 경우에도 절대로 쓰지 않기 바란다)을 잇달아 발견하면서부터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이는 물론 외계 생명체가 있다면 행성에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외계 행성은 어두워 찾아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비율로 보면 1천억 w(와트) 밝기의 별을 공전하는 1백 w 전구 밝기의 행성을 멀리서 찾는 셈이 된다.지난 1996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 대학교의 두 천문학자는 큰곰 자리 47번성과 처녀 자리 70번성에서 각각 행성 하나씩을 발견하였다고 발표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것은 두 행성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 중요성은 물이 얼음 상태로 있는 천왕성이나 수증기 상태로 있는 수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일 두 행성에 물이 존재한다면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라는 사실이 서두의 ‘time’지 머릿기사를 구성하게 된 것이다.21세기에는 더욱 발달하는 천체 관측 기술에 힘입어 외계 생명체 문제는 천문학적으로도 활발히 다루어질 것이고, 이에 장단을 맞추어 우주 sf물도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다. 이제 국가의 생존 차원에서 대응해 나아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방송매체가 우주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일본의 nhk-tv는 올해 초 몽골에서 일어난 개기일식을 생중계하기 위해서 약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1.5톤의 장비를 공수했으며, 날씨가 흐려지니까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 기어코 자국민에게 개기일식을 생중계하고야 말았다. 과학기술인도 아닌 방송인들이 이러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화를 지닌 일본에 비하면 신문 기자 한 사람만 겨우 몽골에 파견한 우리의 모습은 정말 초라하기 짝이 없다.새해에는 더도 말고, ‘토종’ 우주 sf 연속극이나 영화 하나만 나왔으면 좋겠다.※ 지난 호부터 프로듀서연합회보에 실리고 있는 ‘과학기술연재’는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공동 기획으로 게재됩니다.|contsmark1|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