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긴축경영 움직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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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긴축경영 움직임 가시화
거품 원인 규명 없는 제작비 축소 강요는 안돼
  • 승인 199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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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체제하의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이 방송사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tv 방송3사가 연이어 드라마, 예능 책임자들의 모임을 갖고 출연료 동결, 해외제작 자제 등을 합의해 제작비 절감운동에 나서는 한편 지난 9일 편성책임자들이 방송협회 주최로 모임을 열어 방송시간 축소, 드라마 편수 조정 등을 뼈대로 하는 방송비용 절감안을 마련했다.kbs는 최근 홍두표 사장이 일련의 간부회의를 통해 긴축 경영을 강조하고 [열린음악회], [기차타고 세계여행] 등 일부 해외제작 프로그램의 제작 중단, 해외 상품권 줄이기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또 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인원 동결, 제작비 삭감, 외부제작요원 삭감이라는 기본 방침 하에 경영, 방송, 기술부문별로 내년 예산 조정 소위원회를 구성해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mbc는 가칭 ‘imf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역시 유사한 졸라매기 전략을 내놨다. △스포츠 중계 및 외화구입 등 외화 사용 중계권 및 방송권의 과당경쟁을 피하고 △해외 촬영 자제 △출연료 상한제 도입 등을 통해 제작비를 절감하는 한편 외주제작물의 협찬유치를 강화한다는 것 등이 기본적인 방침이다. 또 해외여행 경품 중단, 사치·호화분위기 연출 자제, 출연자와 아나운서 등의 화려한 의상 자제 등을 통해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mbc의 이같은 방침 중 눈에 띄는 것은 명예퇴직제의 본격 시행이다. 93년부터 정년 잔여년수 10년 미만자를 대상으로 하던 것을 그 범위를 확대해 근속 10년 이상 사원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퇴직금 중간정산제도 시행할 예정이다.sbs도 8일부터 주부대상 아침퀴즈프로 [살림을 잡아라]를 종영하고 임시로 시트콤 [아빠는 시장님]을 재방송하고 있다. [기쁜 우리 토요일]의 해외제작 코너나 [세상체험! 온 몸을 던져라], [뉴욕 스토리] 등의 해외제작부분을 축소할 방침이다. 목동 신사옥 건립계획을 백지화하고 신입사원 채용도 하지 않았다.방송사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광고격감으로 손익구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일부 방송사의 경우 광고판매량이 전체 광고재원의 70%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 각 사가 자구책 마련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는 최근 일간지들이 ‘imf신탁통치시대’를 배경삼아 일제히 그동안 문제가 돼왔던 일부 인기연예인들의 고액 출연료와 스포츠 중계권료 등을 둘러싼 잡음, 눈요기성 해외 제작물, 드라마 범람 등을 집중 비난하고 나선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방송사들이 비용절감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방송계 내부에서는 차제에 확실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방송의 소비적 성향과 오락적 기능에 묻혀버린 사회적 기능을 되살리고 방송이 보다 건실화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론적 견해가 일고 있다. 시청률 과당경쟁에 따른 고액 출연료, 무분별한 드라마 편수 늘리기, 해외제작물 범람 등은 방송사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돼 온 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방송사들의 이러한 시도가 분위기에 휩쓸린 형식적인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또 방송사들의 보여주기식 경제살리기 동참은 비용절감의 원칙을 무분별하게 적용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제작여건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kbs의 경우 해외제작물 축소방침과 더불어 홍두표 사장이 [세계는 지금]의 전체 제작분을 외화소비억제를 위해 pd특파원에게 모두 맡긴다는 방침을 내려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3개국에 파견돼 있는 3명의 pd특파원은 [세계는 지금] 외에 [일요스페셜] 등 해외제작물 다수의 제작·지원을 맡고 있어 매달 16편 방송되는 [세계는 지금]의 전체 분량을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원칙과 기준이 없는 획일적 비용절감운동이 무조건적인 제작비 절감으로 몰리고 있는 것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임금 등 경직성 비용은 손댈 수 없으니까 상대적으로 유동적인 제작비 부분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방만한 행정체계나 시청률 경쟁에 따른 비용상승 등 실제로 거품이 어느 부분에서 발생했는지 명확한 분석이 뒤따르지 않고 무조건적인 졸라매기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방송사간 합의내용들이 과연 실현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mbc의 경우 방송부분에서는 시청률이 떨어지면 치명적인 수입감소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시청률 1위를 고수하는 것이 경영전략이라는 전제하에 “매체력의 근간이 되는 드라마 트로이카(월화 미니시리즈, 수목드라마, 주말연속극)와 일일극, 뉴스데스크 등의 주력 프로그램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드라마 편수를 줄이자는 합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것으로 기존 드라마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광고수입 격감에 대처하는 시청률 경쟁이 더욱 가속되리라는 우려가 오히려 설득력 있다. 한 pd는 “방송의 거품 빼기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지만 이렇게 무원칙해서는 노동강도만 높이자는 얘기밖에 안된다”며 “방송시장 개방을 앞둔 시점에서 실질적인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할 거시적 안목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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