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재3 유전자 조작과 복제 기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로운 천년 그리고 불안한 약속
생명공학의 두 얼굴
변광호
<생명공학연구소장>

|contsmark0|녹색혁명과 신약개발19세기에 영국의 경제학자 malthus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 등 생존자원의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류의 대부분은 필연적으로 기아와 궁핍에서 해방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었다. 다행히 금세기에 이루어진 농작물의 다수확 품종개발과 화학비료의 발명으로 그러한 비극적인 상황은 현실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아프리카 여러나라뿐 아니라 우리의 동족인 북한에서까지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주리고 있다.통계에 의하면 현재 이 지구상에는 약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2030년 세계인구는 72억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풍요에 따른 소비증가와 12억의 새로운 입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30년 뒤의 세계는 적어도 오늘날 보다 두 배나 많은 곡물을 생산해야 한다. 그것도 종래와 같은 화학비료와 독성이 강한 살충제 및 제초제의 사용을 대체하는 새로운 방식의 농업기술이 아니고서는 지구환경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될 것이다.이제 21세기에 인류는 환경보호와 제2의 녹색혁명을 동시에 이룩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여 생명공학자들은 인간에게 유리한 유전자를 식물이나 동물에서 뽑아내어 서로 바꾸거나 재조합하는 기술로 지난 15년간 약 100여종의 새로운 식물들을 만들어 내었다. 이들은 각종 병에도 강하고 해충도 이겨내며 바이러스 공격까지도 견디어 낸다. 수확후 상당기간 싱싱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장거리 수송에도 상하지 않는 토마토가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전분함량이 50%나 증가된 감자, 제초제에도 살아남는 채소, 잡초보다 생장력이 강한 슈퍼옥수수, 씨앗처럼 만든 인공씨감자 등 무수한 슈퍼 식물들이 녹색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볼 때 malthus의 예언은 다음 세기에도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한편, 유전공학을 이용한 신약개발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분야이다. 미국에서는 96년말 현재 22개의 바이오의약품이 상업화 되었으며 2백80여개 품목이 임상시험중이다. 그중에는 빈혈치료제 epo, 당뇨병치료제 인슈린, 간염치료제 인터페론 등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신약도 포함되어 있다. 항암치료 분야에서는 30여종 이상의 생명공학적 차세대 항암약물들이 임상실험단계에 와 있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한 인공단백질 설계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단백질의 인체내역할은 그 구조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가 밝혀지면 많은 신규의약품들이 새로운 합성단백질의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다.뿐만 아니라 치료효과가 있는 인체 속의 유용물질이나 면역증강유전인자를 동물이나 식물에 이식하여 그로부터 의약품성분을 대량으로 뽑아내는 연구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생명공학분야 연구개발 투자의 약 60%가 의약개발 및 의료분야에 집중되고 있어 ‘생명공학은 의약개발의 엔진’이라고 말하고 있다.
|contsmark1|인간유전체연구(human genome project)와 21세기 의학미국은 단일프로젝트로는 사상최대의 투자라고 말하는 인간게놈연구를 1990년부터 수행하고 있다. 2005년까지 15년 계획으로 3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현재의 진행속도로 나간다면 2년정도 앞당겨 완료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인간게놈(염색채 한쌍)은 5만에서 10만개의 유전인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모두 23개의 염색체의 조합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염색체에서 유전인자를 찾아내려면 지도(地圖)가 필요하다. 이 지도는 유전자(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만들어진다. 인체를 형성하는 모든 유전정보의 문자수는 대략 30억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염기서열을 순차적으로 해독하여 각 유전자의 기능과 정보를 밝혀내어 전체적인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완성된다는 것은 인체의 설계도를 획득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종 질병의 원인유전자가 규명될 것으로 전망되어 종래의 의료개념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어 건강한 유전자와 바꾸어 준다든가 새로운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치료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 실용화 될 것이다. 특히 암 관련 유전정보가 밝혀지면 불치병의 치료방법에도 획기적인 대안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contsmark2|생명공학의 극치 - 동물복제기술금년 2월 영국의 과학자들이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를 사용하여 복제양(羊)을 출생시켰다.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언론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전까지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성장한 포유동물의 무성생식(無性生殖)’을 성공시킴으로써 생명체의 발생과 분화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실험방법을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여자는 남자 없이도 자신과 똑같은 자식을 낳을 수가 있다. 그런데 영국의 윌머트 박사팀은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연구와 실험을 했는가? 그것은 생명복제기술이 동식물의 품종개량 수단으로는 기존의 어떤 방법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량가축을 복제하여 고기와 우유생산을 증가시킨다든가 질병치료 효과가 있는 특정한 유전인자로 형질전환된 동물을 만들고 이를 복제생산하여 암(癌)이나 혈우병 등의 난치질병을 치료하는 약품을 동물체에서 대량으로 추출하는가 하면, 사람의 장기(臟器)와 비슷한 크기를 갖는 동물에게 사람의 유전자를 이식해서 그것을 대량복제생산하여 대체장기로 사용하게 되면 인체내의 거부반응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다 자란 6년생 암양의 체세포를 씨앗으로 복제양이 태어남으로써 ‘분화(分化)가 끝난 성숙세포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종래의 세포분화이론이 부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이번 실험이 인체의 노화연구에도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
|contsmark3|생명윤리와 안전성 문제첨단과학의 발전은 한계점 없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발전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마치 브레이크와 후진기어가 없는 자동차가 질주하는 듯이 보인다. 특히 생명현상을 연구하고 생명의 본질인 유전자(dna)를 다루는 생명공학이 급기야 생명창조의 영역에까지 관여하는 듯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동물복제기술이 인간복제에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언론과 사회단체 등에서 많은 논란과 문제제기가 있었다. 토론회와 공청회도 여러번 열렸다. 이러한 결과로 국회내에 ‘생명공학안전·윤리협의회’가 설치되어 활동하고 있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실험지침’을 제정하여,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재조합 등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실험을 금지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였다. 이 문제는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론의 지속적인 관심과 문제제기, 학계, 종교계, 사회지도층의 더 많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다음은 생물안전성에 관한 문제이다. 위에서도 언급이 되었지만 이제는 자연상태의 곡물이나 육류, 생선, 채소 등만 먹고 살 수는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요사이 흔히 “자연산”이라고 하면 무엇이든 값이 더 비싼 것만 보아도 자연산 식품이 점점 줄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까운 장래에 유전자조작으로 생산된 식품이 대중화될 날이 불가피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되는 식품의 경우 반드시 포장지에 표기를 하여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상품화단계까지 온 유전자조작식품이 없는 상태이지만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당장 내년도에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가 국제조약으로 체결되면 생명공학산업의 국제간 무역은 우르과이 라운드와 같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인간게놈분석이 완료되면 개인의 유전정보에 대한 보호를 어떻게 할 것이냐도 문제이다. 게놈분석에 의한 개인의 유전정보가 공개된다면 그 사람의 유전질환이나 암발생가능성, 심지어 성격까지도 미리 알 수가 있게 된다. 유전질환이 예상되는 태아를 산모가 출산해야 하는가? 배우자가 될 사람의 유전정보를 요구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현재의 결혼제도가 유지될 것인가? 또는 이러한 정보들이 보험회사나 고용주들의 손에 들어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끝없이 복잡한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최근 유네스코본부에서 80여개국의 정부대표들이 모여 ‘인간유전체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여 발표하였다. 그 요지는 ‘모든 인간은 유전적 특성에 관계없이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제규범이 탄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contsmark4|맺는말우리는 새로운 천년을 여는 21세기의 문턱에 와 있다. 그 21세기는 생명공학이 지배하는 세기가 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명공학기술의 무한한 잠재력과 긍정적인 면을 살려 인류복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인구폭증, 환경오염, 난치병의 증가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생명공학을 국가차원에서 육성하고 투자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어 보인다. 필자는 인간복제를 위한 복제실험은 결코 해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모든 생명과학자들이 이러한 지성과 양심의 가이드라인을 마음속 깊이 설정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식량증산과 의약개발을 위한 동물복제실험은 계속되어야 하며 인간유전자를 조작하여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질병치료효과가 있는 생체활성물질을 생산하는 등의 연구도 정부가 마련한 ‘유전자재조합 실험지침’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위축되지 않고 수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선진국에서 윤리논쟁으로 멈칫거리고 있는 동안 투자를 더욱 늘리고 일관성 있는 정책지원을 통하여 하루빨리 기술수준을 선진국만큼 끌어 올려 놓는 것이 급선무이다. 기술수준 자체가 열악하다면 윤리논쟁과 안전성 문제도 선진국의 몫일 뿐이기 때문이다.
|contsmark5|
|contsmark6|※ 과학기술 연재는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공동기획으로 게재됩니다.|contsmark7|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