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수단된 방송…시청자 권리 실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 논란 왜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내놓은 방송발전계획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4일 토론회를 열고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을 공개했다. 방송정책 청사진이 담긴 종합계획안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다.

방송의 공적 책무는 간과한 채 방송사업자들의 민원을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게 방송사업자들과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을 최종 확정짓겠다는 입장이지만 벌써부터 ‘정책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합계획계획안의 내용은 방송산업 발전을 막는 규제를 대폭 풀겠다는 게 핵심이다.  8VSB(8레벨 잔류 측파대) 확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MMS), DCS(접시 안테나 없는 위성방송) 등 방송 사업자들이 각각 요구해왔던 내용이 포함됐다.

종합편성채널 등이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8VSB는 현재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만 허용된 전송방식이다. 이를 아날로그 케이블TV까지 확대할 경우 화질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지만 SO가 송출하는 채널 수가 줄어들게 된다. DCS는 위성안테나가 없어도 인터넷망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서비스로 KT스카이라이프가 추진했다가 방송 역무 위반으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MMS는 지상파 방송 채널을 쪼개 3개까지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다채널 서비스다.

▲ 정부가 발표한 방송산업발전 종합계획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지상파 방송·케이블TV·위성방송사업자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기도 하다. 발전계획안을 발표했던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최소 5년 동안의 장기 계획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했지만 방송사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유료방송 관계자들은 “지상파 MMS가 어떻게 기술 규제에 포함됐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고, 지상파 방송 관계자는 8VSB 확대에 대해 “종편 특혜”라고 맞받아쳤다. 방송 사업자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부처가 오히려 방송사업자들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종합계획안에 대해 보내는 언론계 안팎의 우려는 계획안의 내용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언론단체와 전문가들은 종합계획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방송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점을 꼽고 있다.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방성철 MBC 전략기획부장이 “창조경제의 한 축인 방송은 산업의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그동안 공공서비스와 공적 책무가 강조되어 왔다. 정부의 안은 유료방송 위주의 규제 완화와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방송 콘텐츠를 꼽은 이후 방송의 효율성·경제성에 줄곧 주목했다. 종합계획안 마련을 위해 미래부가 구성한 방송진흥정책 자문위원회 첫회의에서 윤종록 미래부 차관은 “방송 진흥 정책을 미래부가 맡게 된 것은 방송이 지닌 산업적 가치를 충분히 발현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방송 정책의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종합계획안에 포함된 과제 대부분이 시장 경쟁 활성화와 투자 유도에 방점이 찍힌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상대적으로 방송의 공적 책무와 시청자의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미래부가 미디어 복지 차원에서 제시한 수신환경 개선, 재송신 제도 개선 등은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오히려 수신료 인상과 중간광고 허용 등은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부담을 주는 사안들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논평을 내고 종합계획안에 대해 “‘편익’이 ‘복지’로 이어질 거라는 편의주의적 발상을 미래부가 교정하지 않는 이상 방송의 공적책무와 여론다양성, 지역성 구현 등은 더욱 위기로 몰릴 것”이라며 “방송 산업 규제 혁신은 시청자를 향한 방송서비스 강화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종합계획안을 둘러싼 논란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 정책을 나눠 가지면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방통위의 ‘수수방관’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종합계획안을 놓고 미래부와 방통위간에 빚어졌던 갈등의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옛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간에 보였던 갈등의 재현”이라며 “방통위가 미래부에 제동을 걸어 (방송정책이) 더욱 나빠지지 않도록 막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방송을 산업의 논리로 바라보는 미래부와 규제 기능을 맡는 방통위가 끊임없이 충돌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미래부에 의해 방송이 산업의 논리로 장악된다면 그 피해는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