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벌써부터 삭풍이 부는 지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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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안하무인, 점입가경. 요즘 지역방송 앞에 쌓여있는 풍성한 볼거리이다. 햅쌀과 싱싱한 과일이 아니라 반가울 리는 없다. 몇 가지 사례에 대한 관전평을 싣는다.

#1. 유료방송 재송신료 권리 요구 : 이제는 대놓고 동생들의 먹을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려 하고 있다. 현재 지역사가 계약의 주체가 되어 지역MBC 권역내의 유료방송을 대상으로 받고 있는 ‘실시간 재전송료’에 서울 몫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중 70%를 내놓으라는 요구다. 방송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본․계열사간 네트워크 협정에도 지역 지상파 방송의 실시간 재전송 권리는 모두 지역사가 갖도록 하고 있는데 본사의 무려 5개 핵심부서가 협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 창피하게도 민영방송인 SBS도 실시간 재전송에 대해서는 저작권료를 주장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2. 전파료 조정 요구에 숨은 의도 :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밀어붙이던 전파료 재배분 요구보다 훨씬 교묘해진 ‘김종국표’ 조정안. 지난해 5월 강압으로 전파료 배분협상을 시작한 후 본사는 욕심이 없다면서 슬쩍 뒤로 빠지는 척했다. 더 받을 생각도 욕심도 없다는 사람들이 왜 전파료배분을 재촉하는 걸까? 전파료 체계의 불합리성을 개선한다는 미명하에 결국 지역MBC간의 자중지란을 불러일으켜 지역의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중앙의 강력한 통제와 규제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결국 ‘꼭두각시’ 지역사장들은 원칙도 일관된 기준도 없이 스스로 만든 합의안에 덜컥 서명하고 말았다지? 하기야 내년 2월의 목숨 연명권을 쥐고 흔드는 놀부 형이니 아무리 흥부라고 해도 별 뾰족한 수가 없었으리라. 간 쓸개라도 다 빼내어 줄 수밖에….

#3. 셀프징계 : 요즘 유행하는 말이다.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이사회에 부의하지 않았다며 징계를 요구한 본사. 그런데 징계 수위를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또다시 재심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사장의 재심청구로 징계 수위를 높였는데 그것마저도 마음에 안 든단다. 결국 담당자인 본인들이 징계 수위를 높여달라는 ‘셀프 재심’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단협은 사규에 우선하고 자율적인 노사협의에 따른 체결인데도 어이없는 본사의 징계 지시를 모두 따랐다. 그런데 그 결과는 정년연장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기관경고나 담당자 중징계로 내리겠다며 지역사를 이 잡듯 하고 있다. 본사 부장의 헛기침에 ‘셀프징계’ 결과 출근정지가 내려졌고, 나머지 지역사들에 대한 본보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본사의 의중을 거스르면 큰일 난다는 훌륭한(?) 선례가 되었다.

▲ 강병규 안동MBC PD
일찍 찾아온 늦가을 강추위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소식. 남은 두 달 동안 제작비를 아껴 적자를 만회해 보겠다고 자체 제작프로그램을 모두 내리겠단다. 적자폭을 줄이면 지역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까? 지역MBC 구성원들에게 이익일까? 더구나 지금은 지상파 재허가 심사기간이다. 그리고 아마 올해 당기순이익도 흑자가 될 거라지? 참 눈물겨운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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