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고축소, 중소방송 생존 ‘직격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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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방송 결합판매 광고 매출 하락 가능성…코바코도 타격

KBS가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2TV 광고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같은 인상안이 현실화할 경우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들과 광고를 결합판매 하고 있는 중소방송사들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 이하 방통위)에 제출한 수신료 인상안은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000원으로 올리고 광고도 연간 2100억 원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 BBC와 일본 NHK 등 해외 공영방송처럼 KBS도 전체 재원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겠다는 것으로, 이는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광고를 없애는 게 공영방송”(1월 20일 기자간담회)이라는 요구와도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이다.

■“KBS 제외 지상파 공멸 가능성”= 그러나 KBS가 전체 재원의 39.8%를 차지하는 광고 비중을 22%로 줄여 2100억 원 규모의 광고를 축소할 경우, 공영 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KBS 광고와 결합판매 하고 있는 6개 방송(경인·극동·불교·원음방송·EBS·tbs FM)의 광고 수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라 미디어렙은 지상파 방송의 광고를 대행 판매하면서 지역·중소 지상파 방송의 광고를 같이 판매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코바코는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액의 12.2964%를 결합판매 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BS의 광고매출은 현재(2012년 기준) 6235억 원이다. KBS가 수신료 인상과 함께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는 2100억 원의 광고는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산술적으로 이는 KBS와 광고를 결합판매하고 있는 중소방송의 광고매출 또한 3분의 1 줄어듦을 의미한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와 광고를 결합판매하고 있는 중소방송사들의 광고 상황은 현재도 ‘연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이들에게 있어 1억~2억 원의 광고매출 감소는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KBS와 광고를 결합판매 하고 있는 tbs-FM(10억 3000만원)과 극동방송(36억 6000만원), 원음방송(41억 6000만원) 등의 광고매출은 10억~40억원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수신료 조정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노컷뉴스
노남종 KBS 광고국장은 “광고축소로 KBS와 결합판매를 하고 있는 매체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는 없다”면서도 “KBS만이 아닌 전체 지상파 광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결합판매 비율을 정하는 만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KBS 광고 축소에 따른 효과가 나머지 지상파 방송에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만큼, 코바코에 연결돼 있는 결합매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고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KBS 광고 축소에 따른 이익이 타 지상파 방송, 즉 MBC와 SBS에 돌아갈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5일 방통위 주최로 열린 수신료 인상안 의견수렴 토론회에서도 지적된 부분으로, 문철수 한신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는 “그간의 연구들과 광고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KBS에서 줄인 광고가 MBC와 SBS로 옮겨 갈 것이라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인터넷에 광고매출 선두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제일기획의 매체별 총 광고비 통계에 따르면 지상파 TV의 광고 매출(1조 9307억 원)은 2012년을 기점으로 인터넷(1조 9540억 원)에 역전됐으며, 2013년 또한 1조 8800억 원으로 인터넷(2조 800억 원)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 교수는 “지상파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 속 KBS에서 포기한 물량이 MBC나 SBS가 아닌 다른 매체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 경우 결합판매에 의존하는 중소방송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KBS에서 포기한 광고의 상당 부분이 MBC와 SBS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은 물론 광고를 축소한 KBS의 시청률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광고주가 지상파 몫의 광고 물량을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결합판매 비율은 고시로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KBS의 광고 축소로 줄어든 결합판매에 대한 부담이 공영 미디어렙에 속한 또 다른 매체인 MBC에, 장기적으로는 민영 미디어렙에 속한 SBS로 전이될 가능성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만 놓고 볼 때, 최악의 경우 KBS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은 물론 이들과 광고를 결합판매 하고 있는 중소·지역방송들이 공멸하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 방송계 관계자도 “KBS와 방통위에선 수신료 인상에 따른 광고 축소의 혜택이 타 지상파로 갈 것이라고 말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의 시청률을 합하면 5% 수준으로 지상파 평균 시청률에 육박하는 현실인 만큼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MBC와 SBS에 돌아올 광고 혜택이 그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지도 모르는 결합판매 비중보다 많다는 것 또한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누구도 부담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칫 여론의 다양성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중소방송 등의 고사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정책 당국에서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의 ‘당근’으로 이들 지상파를 달래려 한다면 이번엔 유료방송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어느 하나 쉽게 결정해선 안 될 민감한 문제들임에도, 방통위가 종편을 키우려 지상파 광고 문제를 섣부르게 건드리고 나선 것 같다”고 비판했다.

■“KBS 광고 폐지? 결국 1사 1렙”= KBS가 수신료 인상과 함께 광고 축소를 추진하는 데 따른 영향은 비단 방송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KBS의 광고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코바코 매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코바코는 광고판매 대행 수수료로 전체 광고액의 14%를 챙기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11%는 광고를 기획하고 만드는 광고대행사에 지불하고 실제 코바코 몫으로 돌아오는 건 3% 정도다.

KBS에서 2100억원의 광고를 줄일 경우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 또한 산술적으로 60억원 안팎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현재 코바코 광고판매 대행 매출의 45% 정도를 KBS가 차지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타격은 적지 않다. 더구나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2019년까지 KBS의 광고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통위원장의 말대로라면 공영 미디어렙 체제는 사실상 무너지고 ‘1사 1렙’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며 “KBS 광고 축소가 코바코와 광고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신료 인상에 앞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디어렙 체제를 마련한 까닭이 방송사가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한테 부당한 압력을 가하거나 광고주가 광고를 빌미로 방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아주기 위함”이라며 “방통위원장은 KBS에 대한 광고주의 부당한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광고를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현재의 미디어렙 체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부터 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예종 교수)도 지난 15일 방통위 토론회에서 “한국 공영방송에서 과연 광고가 얼마나 구체적인 압박과 통제의 사례로 작동했는 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 정치 권력에 의한 KBS 보도와 제작 자율성 등에 대한 침해보다 광고로 인한 부분이 많았다는 근거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현재 방통위 등에서 내세우고 있는 KBS 광고 축소 주장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일련의 문제제기에 방통위 관계자는 “KBS 광고 축소에 따른 중소방송 생존 등에 대해 토론회에서도 지적이 나온 만큼, 이 부분까지 함께 고려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남종 KBS 광고국장은 “필요하다면 방통위, 코바코와 SBS 미디어렙(미디어크리에이트), 지상파 방송 3사와 결합판매를 하는 중소·지역방송사 대표자 등이 참여해 (광고 축소와 관련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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