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VOD시장… ‘본방 시청’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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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VOD시장… ‘본방 시청’ 위협
유료방송 개인녹화장치‧ 다시보기 시간 단축 서비스 출시 지상파 광고 수익 우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02.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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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사업자들이 미디어 이용 행태의 변화를 반영해 선보이고 있는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들이 방송업계의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앞다퉈 내놓은 PVR(개인녹화영상장치)나 VOD 다시보기 업로드 시간 단축 등은 VOD 시청이 많은 이용자를 고려한 서비스다. 하지만 ‘본방’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PP(채널사용사업자)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PVR서비스, 드라마 전회 녹화도 가능= 스카이라이프와 CJ헬로비전이 연달아 출시한 PVR 서비스는 시청자가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녹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CJ헬로비전이 지난 5일 내놓은 ‘헬로tv 스마트’ 서비스는 실시간‧예약 녹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전회 녹화, 방송 도중 바로 전 장면을 볼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까지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도 각각 클라우드와 USB메모리를 이용한 SOD(SkyLife on Demand)를 출시했다.

CJ헬로비전 PVR을 이용하면 최대 한 시간짜리 드라마를 100편까지 녹화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이용한 스카이라이프의 PVR서비스는 아예 용량제한이 없다.

VOD 속도 경쟁도 뜨겁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양휘부)는 지난달 주요 케이블TV사들이 지상파 방송 종료 1분 이후 VOD 서비스를 하는 ‘지상파 1분 퀵 VOD’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다시 보기 업로드 시점을 10분까지 앞당겨 속도경쟁에 불을 붙였다.

VOD에 대한 관심은 미디어 이용 형태의 변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가입자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집밖에서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편한 시간대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형태가 두드러지면서 VOD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케이블TV와 IPTV의 VOD시장은 50%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이들 사업자는 VOD 판매로 2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 CJ헬로비전의 '스마트 녹화' 서비스.

■‘저작권’ ‘계약 위반’ 논란= 하지만 유료방송에서 공격적으로 선보인 VOD서비스는 곧바로 지상파 방송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PVR는 저작권 논란으로 번졌다. 이 서비스가 저작권법상의 사적 이용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다.

저작권법에는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와 CJ헬로비전은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을 적용해 외부 유출과 무분별한 복제를 차단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했다는 이유로 사적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SBS 관계자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마케팅 목적으로 요금을 받고 장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적 이용과는 차이가 있다”며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실시하는 PVR 서비스를 단순히 사적이용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는 “저작권법상의 사적 이용이 성립되려면 상업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며 “새로운 고객 유치나 영업 확장을 수단으로 서비스가 이용된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스카이라이프가 관리하는 서버에 콘텐츠를 저장하는 PVR서비스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빠져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USB나 외장하드를 이용한 PVR에 대해서도 저작권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대 1분까지 단축됐던 VOD 다시보기 업로드 시간도 지상파의 반대로 ‘1시간’ 안팎으로 재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TV업체에 VOD를 공급하는 홈초이스 관계자는 “다시보기 업로드 시간 등과 관련해 SBS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 티브로드 1분퀵VOD서비스.

■“지상파 콘텐츠 공급 시스템 검토 필요”= 지상파 방송사들이 유료방송사의 VOD서비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본방 시청률 때문이다. 이들 서비스가 본방송을 사수하는 시청자의 이탈을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상파 3사도  VOD 판매를 하고 있지만 전체 수익을 따지면 아직까지는 광고 의존도가 높다. VOD 시장의 확대를 꾀하는 이런 서비스로 지상파가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지상파 한 관계자는 “PVR과 VOD 업로드 시간 단축 모두 실시간 방송 시청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물론 지상파도 VOD 판매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시청률에 기반한 광고 수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유료방송의 서비스를 견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방송 부가서비스는 VOD 가 유일하기 때문에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지상파 방송사가 다중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택하면서부터 본방 시청률의 하락과 VOD 수익이라는 상충된 결과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지상파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선 모든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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