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왜곡 종편 고화질 제공이 시청자 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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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왜곡 종편 고화질 제공이 시청자 복지인가”
방송협회·언론연대 등 종편 8VSB 허용에 “종편 특혜” 철회 요구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4.03.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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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 이하 미래부)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8VSB(8레벨 잔류측파대) 전송 방식의 허용을 결정한 데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이 11일 “시청자가 아닌 종편과 일부 케이블 방송에 대한 특혜일 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회장 이웅모)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래부의 이번 결정은 방송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적 일관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종편과 케이블 등 특정 사업자들에 대해 특혜를 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며 정책의 전면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했다.

8VSB 방식은 현재 디지털 지상파TV에 채택되고 있는 전송표준으로, 이번 방침에 따라 전국 850만 가구에 달하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별도의 디지털 상품으로의 전환 없이 일부 채널을 HD(고화질)급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 디지털 방송 복지가 확대된다는 게 미래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방송협회는 “이번 조치 하나로 종편들은 전국 850만 가구에 이르는 아날로그 가입자들에게 단번에 지상파와 동등한 화질로 제공될 수 있는 막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며 시청자가 아닌 종편이 최대 수혜자라고 주장했다.

또 “IPTV, 위성방송 등 타 유료방송 플랫폼이 급성장함에 따라 무더기 가입자 이탈 위기 속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를 사수하려는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도 8VSB 허용을 애타게 기다리던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협회는 “이번 조치는 양방형 서비스조차 불가능한 변칙 디지털 전환으로 유료방송의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을 후퇴시킬 것이며, 저가 유료방송 시장을 고착화시켜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송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발맞춰 경영 압박 속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며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다”며 “이번 조치는 그간 디지털 전환 투자에 소극적으로 버텨온 케이블 SO에게 ‘버티면 정부가 해 준다’라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도 있고, ‘종편이 요구하면 정부 정책 방향도 바뀔 수 있다’는 사례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6월 12일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종편 4사가 특혜 담합을 위해 비밀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한 정황이 담긴 회의록을 공개했는데, 이에 따르면 종편들은 △8VSB 전송방식 허용 △종편 수신료 배분 △종편 미디어렙법 적용 유예 연장 등을 논의했다.

종편 등에 대한 특혜 논란과 더불어 8VSB 허용에 따른 중소 PP(채널사용사업자) 퇴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의 쾀(QAM) 방식보다 주파수 대역이 넓은 8VSB를 도입하게 되면 SO가 6㎒ 당 송출할 수 있는 채널수가 줄어들어 선택받지 못한 중소 PP들이 퇴출돼 미디어 다양성 축소와 시청권 훼손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미래부는 8VSB 상품으로 전환하는 이용자에게 SO들이 자체 부담으로 디지털 컨버터를 무상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언론단체들은 이 또한 한계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8VSB 전송방식 변경으로 케이블 사업자들은 아날로그 수상기 보유자들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엄청난 컨버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결국 중소 PP에게 지급돼야 할 수신료를 줄여 영업이익을 메우거나 저가 디지털 상품으로 둔갑해 컨버터 비용을 시청자에게 전가시키는 영업 행위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더욱이 케이블 방송 규제 완화로 케이블의 기반인 지역성의 붕괴와 케이블 사업자들의 과도한 불공정 영업행위, 이윤극대화를 위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 확산으로 시청자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임에도 시청자 복지를 화질로만 국한시켜 내세우는 미래부의 행태는 기만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막말과 역사 왜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저널리즘의 본령은 내팽개친 채 재방송만 주야장천 해대는 방송인 종편을 고화질로 본다고 시청자 복지에 기여한다는 발상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정책 철회와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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