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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의 힘 그리고 대안적 모색
한정석(연합회보 편집부주간)

|contsmark0|비판적 구조주의자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주체성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호명(interpellation)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개인은 그가 속한 사회의 각종 대중매체나 국가기구 등이 생산해낸 이데올로기의 그물망에 포획되어 있으며 또한 그러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호명(呼名)된다. 그러나 개인은 이러한 타자의 부름을 자신의 주체적인 신념체계로 오인하고 실천한다는 것이다.알튀세르의 호명개념은 우리 매스컴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가능케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논의는 최근 우리 방송의 경제 프로그램들을 징후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논거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금모아 수출하기’를 필두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경제살리기’ 프로그램들의 성격이다.대부분의 경제살리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경제회복의 역할과 책임을 개인적으로 환원시키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소비절약, 재활용, 국산품 애용 등으로 집약되는 텍스트들의 논리는 시청자를 호명하고 동참을 요구하는데 치중할 뿐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이나 재벌들의 경영논리 등과 같은 거시적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해독하고 시청자들에 전달하는데 상대적으로 소홀해 보인다.경제를 살리는데는 금모아 수출하기 홍보나 ‘아나바다’운동 캠페인 못지않게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다. 얼마전 우리가 장롱속 달러모으기 캠페인을 벌이면서 모금통 속 1달러 지폐에 감격해할 때 정부가 환율제도를 변경하자 엄청난 달러들이 장롱속 에서 나왔고 잠자는 달러의 규모가 2백억불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의 행사는 또 얼마나 초라해 보였는가. 80년대 미국이 불황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 미 언론들이 보인 태도는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상대무역국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을 고발하는 것이었다. 지배적 담론을 통해 대중을 호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그것의 결과는 문제를 수반한다. tv 속에서 아껴쓰고 절약하는 지혜로운 이웃들이 등장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가상현실은 실제로는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대체할 위험이 있다. 다시말해 현실의 문제가 tv 속에서 해결되고 그것이 다시 대중의 현실로 치환되는 모사(模寫)로 인해 위기의식의 면역화 현상이 우려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각성을 통해 대안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의 imf극복사례는 소개되면서, 이 국가들의 기업 10개 가운데 평균 8개의 기업이 외국인 소유로 전락한 사실을 애써 눈감으려는 태도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우리의 미래를 전망케 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게 할 수도 있다. 현 경제살리기 방송이 과소비 추방논리를 넘어 근검절약에 대해 신경증적인 강박을 노정하고 있는 현상도 우려할 만한 것이다.과도한 내수감소가 유효수요 부족으로 이어져 디플레를 심화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무시되어도 좋은가. 이러한 내용들은 ‘경제를 살리자’라는 주제와는 거리가 멀다.정부의 입장에서도 그리 달가운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언론은 정부가 최선을 선택하게끔 여론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숙명이고 권리이다.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거기에 맞춰 국민을 계도하려는 자세 못지 않게 정부와 비판적 거리두기의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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