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마봉춘(MBC)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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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PD, 온라인 사이트에 방송 현실 솔직 고백

막내급인 MBC 예능 PD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현 MBC의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시 싸움을 시작하려 할 때 싸우는 이들과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권 모 PD는 17일 새벽 온라인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에 “(MBC 내부에서) 어째서 맞서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상황’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변명처럼 보이고, MBC 밖의 분들에게나, 안의 분들에게나 그리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경솔한 발언인 것 잘 알고 있지만 설명을 드리고 싶다”며 글을 올린 이유를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012년 170일 파업에 돌입할 당시 MBC에 입사했다고 밝힌 권 PD는 파업 이후 현재 MBC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담담하게 전했다. 권 PD는 파업 이후로 보도부문의 방송 공정성 회복이 요원할 뿐 아니라 파업 참여자에 대한 지속적인 업무 배제 및 징계, 외부 인력 대거 충원 등 MBC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MBC 파업과 관련해 권 PD는 “파업은 졌다.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봤지만, 결국 방문진에 의해 좌우되는 사장인사의 문제는 정치 역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며 “문제의 경영진 대부분이 유지된 채, 얼굴마담일 뿐이었던 김재철 사장은 전혀 다를 바 없는 다른 허수아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PD는 “그 사이 사측은 ‘시용직’이라는 전무한 고용형태로 대체인력을 대거 뽑았고, 눈에 거슬리는 이들은 차례차례 해고해나갔다”며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은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도, 사측의 직원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와도 이들은 콧방귀를 뀌며 오히려 보란 듯이, 이미 두 차례나 중복 징계한 바 있는 <PD수첩> 제작진에게 또 다시 징계를 내렸다”고 말했다.

권 PD는 도마에 오르고 있는 MBC의 보도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이템을 거부할 수 없다면, 리포트의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바꿔가며 그래도 차라리 차악의 형태로 바꾸어 방송에 내려 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세월호 관련 보도는 그 싸움을 하지 않는 이들의 작품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기자와 아나운서 당사자들은 못한다. 어쨌든 같은 배를 타고 나간 뉴스이니까 묵묵히 ‘기레기’임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 PD는 “계속해서 싸워온, 원래의 마봉춘(MBC)을 자랑스러워했던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시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독을 차고 있다”며 “부디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목소리가 나왔을 때는 힘을 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근 KBS와 MBC의 보도국장들과 관련해 노조와 기자협회 등에서 성명서를 내고 발언을 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차가운 반응들을 본다”며 “실망하고 분노하신 마음들 이해한다. 물타기나 여론전환용이 아니라 그 속의 사정은 이랬고, 이런 싸움들이 이어져왔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자 MBC 해직 PD인 최승호 <뉴스타파>PD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후배가 MBC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준다”며 “이 후배가 징계를 당하는 것이 걱정은 됩니다만 어차피 MBC의 그 누구도 징계라는 박근혜의 올가미를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링크한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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