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집행부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조문하기 위해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 김한광 수석부위원장, 그리고 지역MBC 지부장 등은 19일 오후 6시 20분경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았다.
검은색 옷차림으로 분향소에 도착한 MBC노조 집행부들은 세월호 희생자에게 국화를 헌화하고 묵념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오후 6시 35분경 조문을 마친 뒤 분향소 옆에 위치한 유가족 대기실로 향했다. 이들은 유가족 대기실 앞에 줄지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유가족을 폄훼한 MBC 보도에 대해 사죄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MBC노동조합에서 왔습니다. 유가족 분들께 사죄를 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자 이를 본 한 유가족은 “이제야 사과한다고. 처음에나 제대로 하지”라며 문전박대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조문하러 왔으면 조문하고만 가는 게 예의”라며 혀를 찼다.
한 유가족은 이 본부장에게 MBC는 “누구를 위한 방송이냐”고 물었고, 이 본부장은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고 답했다. 답변을 들은 유가족은 “MBC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냐. 정부를 위한 방송”이라며 “기자들만 (보도를) 제대로 했으면 애들은 많이 살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유가족은 “노동조합이면 사장한테 직접 말할 권한도 없나. 정식으로 사장에게 (보도에 대해) 면담을 요청해봤나”라고 말한 뒤 “이제 와서, (애들을) 다 보내놓고 나니 가슴이 아프냐”라며 질타했다. 이 본부장과 조합원은 약 7분여가량 묵묵히 유가족의 항의를 듣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한편 MBC는 지난 7일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 박상후 전국부장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니냐’라며 희생자 가족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용을 내보내 ‘보도 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도국의 수뇌부인 김장겸 보도국장과 박상후 전국부장은 유가족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