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유족 폄훼 보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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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노조, 유족에 대신 사과

언론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불신과 비판이 극에 달하면서 KBS와 SBS가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지상파 방송사 중 MBC만 요지부동이다. 세월호 참사 한 달째인 지난 15일 공영방송인 KBS가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을 수용한다는 리포트를 내보내고, 민영방송인 SBS도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도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MBC는 ‘반성 없는 한 달’을 보냈다.

이미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MBC는 부적절한 보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사고 실종자의 생사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특집 <이브닝 뉴스>에서 피해자와 희생자의 보험료 산정을 다룬 내용이 보도돼 시청자의 비난이 빗발쳤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즉각 성명을 통해 “패륜 보도”라며 MBC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 지난 7일자 MBC <뉴스데스크> 방송 화면 캡처. ⓒMBC

하지만 안광한 MBC 사장은 MBC 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았다. 안 사장은 같은 달 25일 내부 게시판에 “(세월호 보도는) 국민 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우리 뉴스가 다시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며 자사 보도를 치켜세웠다.

MBC 내부에서 보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안광한 MBC 사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 로비에서 삭발을 한 채 1인 피켓시위를 벌이다 회사로 들어오는 안 사장을 향해 “직접 유족에게 고개 숙여 사과할 생각이 없으십니까”라고 질문했지만, 안 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보도본부 간부들이 잇따라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7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참사 보도를 총괄하는 박상후 전국부장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이 잠수부를 죽음으로 몰아간다”며 실종자 가족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막말’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내렸다. MBC본부에 따르면 박상후 부장은 KBS 보도본부 간부들이 분향소에 조문하러 갔다가 유족의 항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그런 X들은 관심을 주면 안 돼”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한겨레>에 따르면 김장겸 보도국장 역시 실종자 가족을 ‘깡패’에 비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노조는 세월호 유가족의 뜻에 따라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9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김장겸 보도국장과 박상후 전국부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처럼 안 사장과 보도본부 수뇌부는 언론계 안팎의 비난 여론에도 ‘요지부동’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2일과 13일 MBC기자회 소속 121명 기자들과 18개 지역MBC 기자들로 구성된 전국MBC기자회가 해당 보도를 “보도 참사”라며 자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또 이성주 MBC본부장과 18개 지역MBC 지부 중 16개사 지부장은 지난 19일 자사 보도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하기 위해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이 본부장과 지부장들은 “유가족 분들께 사죄를 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유가족으로부터 “MBC가 국민을 위한 방송이냐. 정부를 위한 방송 아니냐”, “기자들만 제대로 보도했으면 애들은 많이 살았다”는 항의를 받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MBC본부는 20일 노사협의회를 앞두고 사측에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논의하자고 사전에 요청했지만 협의가 이뤄진 안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됐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공영방송 MBC가 세월호 보도에 대한 사과나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오만한 태도이자, 국민에게 예의를 갖춘 모습이 아니”라며 “KBS 사태가 커지면서 MBC 경영진이 ‘소나기를 피해가자’는 식으로 몸을 낮추고 있는데 MBC는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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