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 지도부 최후 진술]

2012년 MBC본부의 170일 파업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시작된 지 14시간 만에 업무방해 혐의로 피고인석에 앉은 정영하 전 MBC본부장과 집행부 4명(강지웅, 이용마, 장재훈, 김민식)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검찰 측이 파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영하 전 본부장에게 징역 3년, 집행부 4명에게 징역 2년을 구형을 내린 뒤였다.

정영하 전 MBC본부장은 “노사 간 일방의 진실이 아니라 소통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제도가 단체협약 내 공정방송협의회”라며 “노조가 파업을 즐기고 있다고 누군가 말하는데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권력을 비호하는 상황에서 공정방송을 지키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은 파업으로 힘들었던 개인사를 얘기했다. 그는 “드라마 프로듀서를 하다가 연차가 돼 집행부를 했다. 평소 아버지로 모셨던 장인어른이 폐암을 앓았는데, (사위가) 파업으로 두 번이나 구속영장심사를 받는 걸 보곤 늦가을에 돌아가셨다”며 “파업이 그렇게 큰 죄였나 싶었다. 그럼에도 공정방송은 근로조건이라고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용마 전 홍보국장은 “세월호 보도를 보면서 언론의 기능이 남아있지 않고 정부 홍보 매체로 전락한 상황을 봤다”며 “언론사의 파업은 최소한의 양심이고, 방송의 주인인 여러분이 MBC 파업을 평가해주길 바란다”고 배심원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말을 아꼈던 강지웅 전 사무처장과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은 업무방해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동료들이 서울 여의도 MBC본사 앞에서 마련한 축하 자리에서 못 다한 말을 꺼냈다.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했다. 파업 때 사회를 보면서 조합원 얼굴을 보는 게 힘들었다”며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면서 즐겁게 살았는데…. 조합원에게 미안하고 너무 힘들었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강지웅 전 사무처장은 “MBC 파업 상황을 듣던 배심원들이 밤이 깊어갈수록 눈이 반짝거렸다. 배심원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표정을 고스란히 담아 동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엄청난 격려와 지지를 안고서 지금 상황을 견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