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치적 독립 보장할 지배구조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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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정치적 독립 보장할 지배구조로 바꿔야”
방송학회, 특별다수제·공영방송위원회 도입 제안…“KBS 구성원 쇄신도 필요”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5.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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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임명·해임 제청권을 지닌 KBS 이사회에 특별 다수제 도입 또는 독일의 공영방송처럼 공영방송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하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방송학회(회장 유의선)는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KBS의 위기’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공영방송인 KBS가 세월호 참사 보도를 기점으로 청와대의 보도 개입 의혹에 따른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이 불거지는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한계를 드러내자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자들은 KBS 이사회에 특별다수제를 도입(재적이사 3분의 2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KBS 사장에 대한 임명·해임 제청권을 지닌 KBS 이사회는 여야 추천 7대 4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 한국방송학회(회장 유의선)가 2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공영방송 KBS의 위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PD저널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는 “KBS 사태에서 여야 이사들은 자기들끼리 뭉치고 흩어지며 이사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정치와 맞물려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도 “KBS 사태를 정치 문화의 탓만으로 돌리 수 없기 때문에 사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을 때까지 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밖에 없다”며 특별다수제 도입에 동의했다.

KBS 정필모 보도위원도 특별다수제 도입에 동의하면서도, 독일의 공영방송인 ARD, ZDF처럼 이사회 대신 ‘공영방송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제안했다. ZDF의 경우 노동자연맹, 공무원연합 등 다양한 사회이익단체의 대표 7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선진 사례로 꼽힌다.

정 위원은 “공영방송을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대신 ‘공영방송위원회’를 새로 신설해 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행정적, 정치적 통제 방식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영방송위원회’의 형태로 규율 방식을 바꾼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 이사를 지낸 황근 교수는 “특별다수제 역시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는 “현재 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야가 자리를 주기 위한 안배일 뿐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바꿔도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공영방송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의 배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독일처럼 공영방송위원회를 구성하는 데에 동의한다. 위원회에 사회적 대표들을 대거 포함해 민주적 거버넌스를 보장하고, (방송과 관련해) 전문위원을 둬 내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인사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개선이 시급하지만, 내부 구성원이 길환영 KBS 사장에게 불공정 보도의 모든 탓을 돌리고 있지 않은 지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학자들은 KBS 양대 노조가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정작 KBS의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부족하다고 평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방송영상학)는 “길환영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넘기면서 내부 구성원은 선의로 포장되고 있다”며 “내부 구성원 스스로 쇄신하지 않고선 KBS 저널리즘과 정당성의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저널리즘의 본질과 최소한의 윤리는 무엇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근 교수도 “KBS 저널리즘의 문제는 내부 구성원이 그동안 권력의 힘을 받으면서 스스로를 권력기구화한 데서 비롯됐다”며 “KBS 보도를 보면 권위주의적 발상이 보이고, 정치권력과 교감하면서 보도하는 게 일상화됐다. 내부 구성원이 먼저 관료주의적, 권력지향적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필모 위원은 “권력을 지향하는 기자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경영진이 인사상 선택과 배제를 통해 보도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온 측면도 있다”고 밝힌 뒤 “사장과 경영진 자리에 민주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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