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력기자 채용 면접서 ‘사상검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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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냐 보수냐”등 질문 나와…MBC본부 “기존 구성원 물갈이 의도”

MBC가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 과정에서 ‘사상 검증’식 면접이 이뤄져 노조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MBC는 현재 10년차 전후의 경력기자를 헤드헌팅 방식으로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런데 지난 달 중순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서 진행된 경력기자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참석한 보도국 부장 등이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을 지원자에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가 1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공개했다.

MBC는 이번 경력 기자 채용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지난 20일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사측이 인정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MBC는 당초 15년차 전후의 데스크급 기자를 물색하다 난항을 겪자 10년차 전후 기자로 대상을 확대했고 채용규모는 1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사협의회에서 노측이 채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은 “열린 채용이 필요하다”며 설명했고, 면접 전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사상검증에 버금가는 질문들이 이번 경력기자 채용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MBC본부는 보고 있다. 

MBC본부는 이번 경력기자 채용에 대해  “MBC 기존 구성원들을 완전히 물갈이하고 온전히 사측의 지시대로 움직여줄 ‘마리오네트’로 채우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경력기자 채용 과정에서 나온 질문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MBC본부에 따르면 헤드헌팅으로 면접 대상에 오른 지원자는 보수신문 한 곳, 종편 한 곳의 재직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질문에 대해 노조가 적절성에 문제를 제기하자 사측 노사협 위원은 “질문이 적절했냐 아니냐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노사협의에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번 데스크급 경력기자 채용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MBC의 한 기자는 “현재 사측의 예스맨들이 부장 자리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부당한 요구를 막아줄 수 있는 마지노선인 데스크조차 예스맨으로 바뀌게 되면 일선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사라지는 셈”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비취재부서로 쫓겨난 데스크급 기자들이 돌아갈 수 있는 자리는 아예 없애겠다고 선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MBC의 또 다른 기자도 “데스크는 부장과 취재기자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이다. 예컨대 데스크는 기자가 취재한 내용 중 과한 부분은 거르고, 필요한 부분은 부장에게 전달해 관철시켜야 하는데, 신뢰관계가 없는 데스크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사는 특성상 유기적으로 팀이 잘 돌아가야 뉴스가 생산돼야 하는데, 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갈 지 모르겠다. 오히려 데스크가 취재기자와의 조율보다는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시스템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 기술인협회·기자회·미술인협회·방송경영인협회·아나운서협회·카메라맨협회·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도 지난 15일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채용에 대해 회사는 이유도 밝히지 않고, 채용 규모나 기준 등을 인사부에서도 모를 정도로 철저히 비밀에 부쳐 정실 채용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MBC 경쟁력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본부 데스크 급 경력기자 임용 계획을 철회하라”고 규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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