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의혹에도 ‘문창극 구하기’ 나선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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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의혹에도 ‘문창극 구하기’ 나선 언론
SBS 단독보도 누락에 기자들 반발 MBC 문창극 의혹 월드컵 소식 뒤에 배치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4.06.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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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오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언론이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가 문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내비치자 언론이 문 후보자의 의혹을 축소하면서 거드는 모양새다.

문 후보자는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고회 강연 내용을 시작으로 온갖 반민족 역사관과 종교 편향적인 발언 논란으로 총리 후보의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문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를 앞두고 여야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청원 의원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거론하는 등 새누리당 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과 보수 언론은 인사실패라는 여론을 정면돌파를 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듯 일제히 ‘문창극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선 KBS가 지난 11일 단독으로 문 후보자의 교회 발언을 보도한 것을 빼곤 이렇다 할 검증 보도를 찾기 어렵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마저도 소극적으로 보도해 축소·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BS는 KBS보다 먼저 문 후보자의 교회 발언 동영상을 입수하고도 이틀 동안 보도하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SBS는 문창극 후보자가 국무총리로 지명된 지난 10일 문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지만 이틀 동안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결국 KBS가 11일 교회 특강 발언을 단독 보도한 이후 SBS <나이트라인>에서 뒤늦게 보도했다. SBS 안팎에서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보도국장이 지난 13일 편집회의와 지난 16일 편성위원회에서 “판단 실수”라고 해명을 했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SBS 기자협회는 지난 16일 총회를 열고 ‘문창극 보도 누락’과 관련해 보도국장의 해명과 사과가 미흡했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SBS 기자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전환해 책임자 문책과 향후 재발방지대책 등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SBS보도국 내부에선 성회용 보도국장이 취임한 이후 1년 동안 누적된 불신의 문제가 이번 사태로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SBS 한 기자는 “SBS가 결국 문창극 후보자의 검증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이번 사태가 확산된 발단이 됐다”며 “권력에 대한 검증은 언론의 소명인데 (보도국장이) 신중한 태도를 취한 게 ‘눈치보기’가 아니면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선 월드컵 올림픽 개막 이후 문창극 관련 보도는 스포츠 소식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지난 14일 <뉴스데스크>는 톱뉴스부터 시작해 일곱꼭지를 월드컵 소식으로 채운 뒤에야 문 후보자의 ‘위안부 관련 발언’ 등을 둘러싼 논란을 전했다.

문 후보자가 해명 기자회견을 한 지난 15일 <뉴스데스크>의 톱뉴스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조별예선 결과였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우리나라 대표팀과 다른 조의 예선 경기 결과와 ‘무회전 킥’의 비밀 등의 꼭지에 이어 여섯 번째로 ‘문창극 후보 위안부 발언 사과…청문회 정면돌파 의지’를 보도했다. 같은날 KBS <뉴스9>와 SBS <8뉴스>는 문창극을 둘러싼 논란을 첫 번째 소식으로 보도한 뒤 월드컵 관련 보도를 전했다.

MBC가 월드컵 이슈를 앞세워 문창극 논란을 축소하는 경향은 초반에 문 후보자 지명을 놓고 온도차이를 보였던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조선·동아는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문 후보자에 대해 국정 운영 경험 등을 들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는 문 후보자의 논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YTN 내부에서는 YTN이 문 후보자를 적극 옹호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문창극 대변방송”으로 전락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YTN지부 공추위)에 따르면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으로 의혹보도가 쏟아진 지난 12일 YTN은 문창극과 총리실의 해명과 여당 반응을 다룬 보도를 각각 11건, 5건을 내보낸 반면 의혹 보도는 1건, 야당 반응은 4건에 그쳤다.

YTN지부 공추위는 지난 16일 낸 성명에서 “당연히 논란이 된 사안을 먼저 보도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다뤄야 하지만, 논란 자체는 보도하지 않고 해명만을 추가해 방송하는 식”이라고 YTN 보도를 총평한뒤 “지난 11일 이후 YTN정치부에서 생산된 문창극 발언 관련 기사는 말 그대로 ‘문창극의 해명을 위한 방송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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