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휘청’ 일일·주말극 ‘구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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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로 따져보는 상반기 드라마 결산

올 상반기 지상파 방송 3사가 일일극·주말극·미니시리즈 총 50여 편을 쏟아내며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였다. SBS <별에서 온 그대>, MBC <기황후> 등 서너 편을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들은 2~9%대로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방송 3사를 살린 건 일일극·주말극이었다. 고정 시청층이 확실한 일일극·주말극은 시청률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었지만 이른바 ‘막장 코드’가 늘어나면서 드라마의 질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박’ 미니시리즈는 가뭄에 콩 나는 듯 나왔다. <별에서 온 그대>(24%, TNmS 전국기준), <기황후>(23.4%)를 제외하고, 미니시리즈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방송사들이 톱스타와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은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었다. 배우 윤계상, 소녀시대 윤아, 배우 이민정이 각각 출연한 KBS <태양은 가득히>(3.5%), <총리와 나>(6.2%), MBC <앙큼한 돌싱녀>(7.7%)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다. 1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KBS <감격시대-투신의 탄생>도 9.0%에 그쳐 내부의 기대만큼 시청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 MBC <황금 무지개> ⓒMBC

미니시리즈들이 기대치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면 일일극·주말극은 고정 시청층의 힘을 입어 높은 시청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방영을 시작해 올 2월에 막을 내린 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은 시청률이 40%대에 육박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참 좋은 시절>도 24%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KBS 일일 연속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 <고양이는 있다>, <루비반지>, <천상여자>가 20%대 전후를 기록하고, MBC 주말극 <황금무지개>도 15%대를 나타냈다.

일일극·주말극 시간대는 프라임 타임대로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만 방송사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확대 편성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평일에는 MBC가 뉴스 전후로 일일극 두 편을, 주말 저녁에는 MBC, SBS가 두 편의 주말 드라마를 연이어 방송하면서 채널별 평균 시청률을 견인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일일극·주말극 시청률에서 50~60대 남성의 시청 점유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미니시리즈와 다른 특징 중 하나다. 일일극과 주말극이 방송사 메인 뉴스 시간 전후에 방송하는 데 따른 영향도 있지만, 50~60대 남성이 시청점유율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그룹으로 부상한 것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데다 남성 은퇴 인구가 자연스레 늘어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KBS 일일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남성 60대는 30.8%로, 여성 60대(33.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했다. MBC <황금 무지개>에서도 남성 50대(11%)와 60대(10%)가 여성 50대(13%)의 뒤를 이었다. <고양이는 있다>(23.6%), <참 좋은 시절>(20%)의 시청점유율에서도 남성 50~60대 시청층 분포도가 높았다.

▲ KBS <참 좋은 시절>ⓒKBS

하지만 일일극·주말극은 높은 시청률에 비하면 드라마의 화제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PC, 모바일 이용 행태에 따라 젊은층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한 CoB(2014년 1~6월,CJ E&M 발표) 지수를 보면 시청률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참 좋은 시절>의 경우 뉴스구독(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 직접검색(관심도가 높은 프로그램), 버즈순위(몰입도가 높은 프로그램) 등 세 개 부문에서 50여개 프로그램 중 중위권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또 남성과 여성 20대의 시청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걸 보면 방송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방송사들이 중장년층의 구미에 맞춘 일일극·주말극을 고착화시키면서 드라마의 화제성이 젊은층까지 확대되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일일극·주말극을 살펴보면 이른바 ‘막장 요소’를 곳곳에 배치했다는 게 공통점이다. 홈드라마의 전형을 표방하는 일일극·주말극이지만, 정작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불륜, 뒤바뀐 출생, 도를 넘어선 시집살이 등 과도한 설정과 진부한 스토리 전개로 젊은층의 눈길을 붙잡기에 신선함이 부족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이 생존 조건으로 콘텐츠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약진했지만 지상파는 시청률 압박 때문에 막장 요소를 지닌 일일극 등에 치중하는 등 수세적인 것 같다”며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지상파 프리미엄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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