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물거품’ 월드컵 올인한 지상파 ’초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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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3사별 100억원대 적자 예상…광고 판매 부진 중계권료 밑돌아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안방극장에서 중계경쟁을 벌였던 지상파 방송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방송사들은 광고 판매가 기대치에 한참 밑돌자 암울한 분위기다.

아직 브라질 월드컵이 진행 중이라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브라질 월드컵으로 거둬들인 매출이 얼마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대형 스포츠 경기 중계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당초 지상파 방송사들은 브라질 중계방송의 광고 매출 목표를 중계권료 상회 수준으로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SBS가 FIFA에서 사온 중계권료는 7500만달러(약 760억원). SBS와 SBS에서 공동중계권료를 확보한 KBS, MBC는 최소 250억원의 광고매출을 목표로 세웠다는 계산이 나온다.월드컵 공동중계권은 SBS 4: KBS 3: SBS 3의 비율로 분담한다.  중계권료 외에 제작비까지 감안하면 애초부터 적자 예산을 편성한 셈이었다.

하지만 체감 경기는 더 나빴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예상됐던 경기 부진과 세월호 참사 여파, 지상파의 매체력 저하 등이 고스란히 광고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KBS와 MBC 광고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와 SBS 미디어렙인 미디어크리에이트는 가까스로 한국전 예선 3경기에 대해선 광고를 모두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 27일 새벽 (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코린치안스 경기장에서 열린 한벨기에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한국이 0대 1로 패하면서 16강 본선 진출이 무산되자 선수들이 울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미디어렙사들은 월드컵 경기와 일반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광고주의 구매를 유도했다. 광고 가격의 최대 50%를 깎아주거나 청약한 건수의 60%까지 보너스 광고를 내주는 파격적인 패키지 상품도 등장했다.

하지만 3사 모두 한국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는 광고물량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는 한국전 경기 이외에도 월드컵 조별 예산 경기로 KBS는 35개, MBC와 SBS는 각각 34개를 편성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 브라질과의 시차, 미디어 소비행태의 변화 등으로 광고 판매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며 ”7월에도 경기가 남아있지만 (16강 탈락으로) 시청자의 관심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걸 보면 중계권 수준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낱같은 16강 진출도 물거품이 됐다. 방송사는 국가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각 사별로 40억원이상 광고를 추가로 팔수 있어 내심 기대를 품었다. 16강 경기는 조별 예선 광고 단가와 비교해 1.5배 정도 높아 16강 진출 경우 지상파 3사를 합산해 100억원 이상의 광고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였다.

지상파 안팎에선 이미 국가대표팀과 알제리와의 경기가 끝난 뒤에 “브라질 월드컵 흥행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3일 알제리 전에서 국가대표팀이 4대 2이라는 큰 스코어로 패한 뒤 27일 벨기에전에 광고를 청약한 광고주들로부터 청약 취소가 쇄도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코바코 관계자는 “월드컵 중계방송의 성공 기준은 수익을 많이 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지 제고 측면에서도 볼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의 광고 판매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월드컵 종료 이후에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적자 월드컵’의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단독중계했던 SBS는 시청률이 KBS와 MBC에 모두 밀리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BS 한 관계자는 “MBC와는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영표 해설위원이 큰 활약을 보인 KBS에도 뒤질 지는 몰랐다”며 “기대밖의 결과에 내부에선 안일하게 월드컵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과의 재송신 분쟁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월드컵이 종료되면 지상파는 광고 수익으로 채우지 못한 중계권료를 보전하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IPTV에 요구한 재송신료 대가 문제를 본격적으로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사업자와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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