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거부, 타당하지도 않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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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BS <다큐멘터리 3일> 홍기호 PD

오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 맞아 세월호 유가족의 72시간을 따라가려 한 KBS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 3일>)의 방송이 불허됐다. “국회의 농성 상황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게 되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불방 이유로 전해졌다.

<PD저널>은 세월호 100일 특집 <다큐 3일>을 준비하고 있던 홍기호 PD와의 22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과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홍기호 PD와의 일문일답.

▲ 홍기호 KBS PD
- 세월호 침몰 사태로 촉발된 KBS 사태가 마무리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지금의 심경은.
“답답하다. 제작 PD가 프로그램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갖는 만큼 데스크도 권리와 책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걸 행사하고 세월호 참사 100일 아이템 취재 승인을 거부하는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 납득하기도 힘들다. 과연 국장과 부장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는지 의문이다.”

- 아이템에 대한 반대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은 대한민국의 현실 이모저모를 3일이란 제한된 시간에 보여주는 게 취지라 이해했기에 아이템이 취소될 지 전혀 생각지 못했다.”

- 준비 중이었던 방송은 어떤 내용이었나.
“내일 모레(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유가족들의 현황을 3일 동안 보여주려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희생된 학생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그리고 세월호 사고로 아이를 잃은 이후 가족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왜 국회에서 농성을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었다.”

- 불방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큐 3일> 장연주 CP는 세월호 유족들은 이익집단이며 국회 내 농성은 불법이라 방송으로 내볼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이익집단으로 보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또한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이 불법이라고 한다면 4·19 혁명이나 5·18 광주민주화항쟁 역시 당시에는 다 불법이었다. 불법 여부가 취재의 판단 기준이라고 말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 현재 유족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어 <다큐 3일>이 정치적으로 흐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시사프로였다면 방송을 허락했을 거라고 CP는 말한다.
논쟁적인 이슈가 있다는 건 나도 알고 있고, 데스크로서 우려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의 의미를 다시 리뷰하자는 게 우리 프로그램의 목적이지, 특별법을 둘러싼 대립이 방송의 대부분은 아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여야,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간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균형 감각을 가지고 다루면 된다. 여야 의원들이 수시로 국회 본관 앞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과 면담을 한다. 그럼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여야 의원들의 입장을 들을 수도 있다. 혹시 어느 한 쪽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고 해도, 내레이션을 통해 간접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 아이템이 승인될 여지는 없는가.
“현재로서는 그렇다. 어제(21일) 노조 중앙위원과 PD협회장이 조율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패했다. 방송은 시의성이 중요하다. 어떤 시점을 취재해서 어떤 시점에 결과물을 내보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세월호 100일 아이템은 서로 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판단해서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번 아이템 취소를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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