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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주의 조치에 ‘묵묵부답’…언론·학부모단체 사퇴 요구 거세

이춘호 EBS 이사장의 비위 행위를 감사원에서 적발한 지 석 달이 넘어서고 있지만, 당사자인 이 이사장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4월 24일 ‘교육재정집행 관리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이 이사장이 2009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업무용 차량을 사적 유용한 사실을 적발하고 주의를 통보했다. 이 기간 EBS가 이 이사장의 부당 사용에 집행한 금액은 1억 1200만원 (차량 리스료 9500만원+유류비 2800만원)에 달한다. 대부분 해외 출입국 시 공항 출입 또는 호텔 방문 등에 업무용 차량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 이춘호 EBS 이사장 ⓒ연합뉴스
이 이사장은 2009년 EBS 이사 선임 당시부터 자질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사에 선임됐고 2012년 연임에 성공하며 이사장이 됐다.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지낸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에서 첫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부동산 투기 혐의로 낙마했다. 같은 해 KBS 이사로 입성해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는 데 일조했다. EBS 이사로 활동하면서 KT 사외이사를 겸임해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됐으나 사퇴하지 않다가 지난 3월 20일 중도 사임했다.

감사원 지적이 알려지면서 이 이사장에 대한 사퇴 여론이 거세다. 언론노조 EBS 지부(지부장 한송희)는 지난 5월 26일부터 두 달가량 이 이사장 퇴진을 촉구하면서 서울 도곡동 EBS 사옥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학부모 단체들도 지난 17일 이 이사장의 비위 행위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이사회에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춘호 이사장은 감사원 지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EBS 이사회는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5월 이 이사장에게 소명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 24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거취 관련해) EBS 이사회 사무국이 알고 있다”고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최근 이 이사장은 감사 과정에서 리스 차량의 실제 사용된 금액이 부풀려졌다며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BS 사측은 이 이사장을 감싸고, 내부의 비판을 차단하는 데 급급하다. EBS는 지난 21일 사내 게시판에 ‘이사장 차량 건 관련 논란에 대한 EBS의 입장’이라는 글을 올려 “본 사안은 감사 결과 주의요구로 처분 종결된 사안”이라며 “지난 6월부터 배차 신청서를 의무화해 업무용 차량 운행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 가족처럼 공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이사장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압력에 우리 공사는 깊은 유감을 표명함과 아울러 노조도 더 이상 부당한 행위를 중지하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립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사내 게시판에 무기명으로 게재된 ‘나는 이춘호 이사장이 불편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이 이사장 명예훼손을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다.

안팎의 사퇴 요구에도 이 같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엔 공영방송 이사회에 대한 허술한 감시망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BS 이사회는 독립적인 의결기관으로 감사원 감사 대상 기관이 아니다. EBS 임직원이 감사 결과 규정을 위반했거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공사상 재산상 손실을 초래했을 경우 사내 규정에 근거해 징계, 변상, 시정, 주의 등의 조치를 받지만 이춘호 이사장의 경우 감사원 결과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가 없다.

▲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이 지난 11일 서울 도곡동 EBS 본사 앞에서 이춘호 EBS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PD저널
EBS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EBS 이사회는 독립기구이기에 감사를 받는 건 적절치 않다”며 “따라서 이사장의 업무용 차량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도 이사회가 아닌 집행기관인 EBS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은 도덕성 논란 속에 이 이사장을 EBS 이사로 임명하고, 연임까지 결정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송희 EBS 지부장은 “방통위가 EBS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방통위가 EBS 이사진, 사장, 감사까지 모든 임명권을 행사하며 전횡하는 한 EBS의 공영성은 늘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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