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광고규제 완화에 조중동 ‘자가당착’ 주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 “중간광고, 시청자 짜증 담보로 수입 올리는 것”…종편은 이미 허용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에 대해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포함한 유료방송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은 방통위 발표 다음 날인 5일자 신문에서 “지상파만 감싼 방통위”(<조선일보> 10면), “방통위의 지상파 편애”(<동아일보> 1면), “방통위 ‘지상파 특혜’”(<중앙일보> 2면), “방통위, 도 넘은 ‘지상파 편향’”(<매일경제> 1면) 등 일제히 방통위가 형평에 어긋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1000억~2000억 수익 증가?…지상파 측 “사실무근”

방통위는 지난 4일 정책발표에서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중간광고에 대해선 광고시장과 시청권에 대한 영향 등을 감안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고총량제 허용에 대해선 분명한 의지를, 중간광고 도입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일단 보류키로 한 것이다. 중간광고 도입은 2006년 구 방송위원회 시절부터 검토해왔지만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오랫동안 유보돼 온 내용이다.

현재로선 광고총량제 허용만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유료방송과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의 반발은 크다.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의 연간 추가 광고수익이 1000억~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중소 유료방송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종편 등에서 제기하는 일련의 주장들이 과장됐다고 말한다. 당장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는 5일 성명을 내고 “유료방송 업계가 이번 방통위의 정책과제에 대해 지상파 특혜로, 지상파 중심의 광고시장을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구체적 근거를 결여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 <동아일보> 8월 5일 10면
실제로 <중앙일보>는 5일자 신문에서 방통위 관계자의 말이라며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광고총량제 도입 후 지상파의 연간 추가 광고수익은 약 1000억원을 웃돈다”고 전했지만, 시뮬레이션을 담당한 코바코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보도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동시에 도입할 경우 1000억원 가량의 추가 재원조달이 가능하지만, 현재 방통위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광고총량제만 허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 광고는 프로그램 편성 시간의 10분의 1 미만으로 허용하고 있다. 1시간짜리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15초 광고는 최대 6분(24개)을 넘을 수 없다. 또 토막 광고는 3분(회당 90초), 자막광고는 40초, 시보광고는 20초로 편성 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광고총량제는 시간당 평균 10분(최대 12분)내에서 자율적으로 광고를 편성하는 제도다.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자막시보 광고 등을 인기 프로그램 광고로 모두 대체하면 최대 48개까지 광고를 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선일보>가 5일자 신문에서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할 경우 (시청자들은) <무한도전>(MBC) 같은 인기 프로그램을 보려면 가장 단가가 비싼 15초짜리 광고 48개를 봐야 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 배경이다.

문제는 현재 지상파 방송의 저조한 광고판매 실적을 감안할 때 이런 전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현재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전후에 붙는 광고가 (최대치의) 50~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인데다 시청률도 하락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광고주 입장에선 지상파 방송에 특별히 광고를 더 붙여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기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이 매년 1000억씩 빠지는 상황”이라며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만이 아닌 중간광고까지 허용한다 하더라도 3~5년 후엔 또다시 재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지난 6월 26일 발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서도 이런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012년 2조 1833억원(점유율 61.3%)에서 2013년 2조 675억원(점유율 59.5%)로 1158억원(-5.3%) 줄었다.

조선,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검토에 “시청자 짜증 대가로 수입 올려” 비판…종편 특혜는? 

일련의 현실을 감안할 때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광고총량제를 허용하는 게 지상파 방송 입장에선 엄청난 특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총량제 도입을 반대하는 언론·시민단체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은 지상파의 광고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은 적으면서 시청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유료방송 업계, 특히 종편들이 경계하고 있는 부분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총량제 허용보단 중간광고 도입이다. 광고총량제에 대한 반발을 앞세워 방통위에서 향후 검토 과제로 예고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한계에 직면한 방송광고 시장 속 어려움을 감안할 때 전혀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문제는 종편이 지상파 방송에 대한 방통위의 규제완화를 비판하며 내세우고 있는 지적들이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5일자 신문 31면 사설 <방통위, 지상파 독과점 더 키워주기로 작정했나>에서 “중간광고는 프로그램 중간에 방송을 끊고 광고를 내보내 시청자의 짜증을 돋우는 대가로 수입을 올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대주주인 종편 TV조선은 광고총량제는 물론 중간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조선일보> 표현대로라면 TV조선 역시 “시청자들의 짜증을 돋우는” 중간광고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방송협회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중간광고가 시청권을 침해한다면 종편을 포함한 모든 방송채널들이 중간광고를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이유다.

물론 방어 장치도 있다. 지상파 방송이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한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다. <조선일보>는 “(지상파 방송이) 국민의 전파를 공짜로 빌려 쓰면서 전파의 주인인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중간광고를) 애초부터 금지해왔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8월 5일 31면
그러나 태생부터 시작해 다른 유료방송은 물론 지상파 방송도 누리지 못하는 특혜들로 무장한 종편에서 논할 주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플랫폼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지상파 방송과 같은 형태의 종편은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등의 특혜는 물론 KBS 1TV와 EBS 등 공공성이 강한 채널에만 허용되는 의무재송신 혜택도 오직 신생매체라는 이유만으로 누리고 있다. 더구나 종편들은 이 혜택을 이용해 케이블TV와 IPTV 등으로부터 올해부터 채널 수신료를 받기로 했는데, 이로써 각 사별 연간 100억원 정도의 수입을 확보한 상황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에 대해 “도입이 결정된 게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 4일 정책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간광고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KBS 수신료 인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월 28일 KBS 수신료를 현재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고 2TV 광고를 연간 2100억원 축소하는 내용의 인상안을 국회로 넘겼고, 현재 이 안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KBS 수신료 인상의 조건에 대해선 여야가 이견을 달리하나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엔 모두 동의한다. 언론·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2TV 광고 축소 문제는 다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부담을 전제로 유료방송, 특히 종편이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KBS가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올리고 2TV 광고를 2000억원 가량 줄일 경우 종편의 광고 수익이 최대 1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종편과 대주주인 신문들은 KBS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할 때 시청자에 대한 부담에 대한 언급 대신 2TV 광고 축소, 나아가 폐지에 대한 의지만을 종용할 뿐이다. 실례로 방통위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국회로 넘기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지난 3월 1일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KBS가 진정 국가기간방송으로 인정받으려면 수신료 인상과 광고 폐지를 연동한 일정을 포함해 공영성 강화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청자 관점 방송정책은 어디에?

이런 가운데 언론·시민단체들은 시청자 관점에서의 방송정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3기 방통위의 비전과 정책은 말로만 ‘국민’을 내세우고 있을 뿐 실상은 사업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방통위가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내수 진작과 방송광고 시장 확대를 위해 의료, 주류, 전문 의약품 등 방송광고 금지품목의 규제 완화를 관계부처와 협의 하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민우회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방송광고 금지품목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방통위가 발 벗고 나서서 국민건강을 담보로 방송사에게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 주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라고 지적하며 “ 방통위의 이러한 정책방향에는 시청자를 ‘소비자’로만 보고 있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종편에 대한 규제완화를 지렛대 삼아 지상파 방송의 규제완화를 정당화시키는 방식의 방통위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에 대해 고려는 없다는 지적으로 민언련은 “매체간 제도적 균형을 위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의 원칙’을 위해서라면 온갖 종편의 중간광고를 폐지하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