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이스라엘 대사관 후원 특별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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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이스라엘 대사관 후원 특별전 논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상영 중단 촉구”…EBS “시오니즘과 관계없는 작품”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8.0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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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영화제)에서 이스라엘 다큐 특별전이 열리는 것과 관련해 인권 단체가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7일부터 한 달여 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을 왜곡하는 부적절한 행사라는 지적이다.

EBS는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7일 간 ‘다큐, 희망을 말하다’(Hope Lies Within Us)라는 주제로 EIDF영화제를 개최한다. EIDF영화제는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진행돼온 영화제로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수 백편 다큐멘터리 가운데 작품성을 인정받은 50여편을 엄선해 상영해왔다. 하지만 올해 EIDF영화제는 팔레스타인 공습으로 국제적 비난을 사고 있는 이스라엘의 다큐 특별전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권·시민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 <루디의 마지막 유산>ⓒEIDF

올해 EIDF영화제는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전파진흥협회,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서울역사박물관 등 9개 기관의 후원으로 열린다. EIDF영화제는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의 후원을 받는 만큼 <슈퍼마켓의 여인들>, <루디의 마지막 유산>, <히틀러의 아이들> 등 세 편의 이스라엘 다큐멘터리 특별전을 개최하고, 한국전파진흥협회와 공동주최로 ‘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이스라엘’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7일 “영화제가 캐치프레이즈로 삼은 ‘희망과 공존’이라는 가치는 점령자와 점령 당한 자를 마치 동등한 것처럼 대하는 왜곡된 바탕에서는 설 수 없는 가치”라며 반발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이날 △이스라엘 관련 모든 프로그램 전면 중단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협력관계 중단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대사관과 공조 관계 형성 및 관련 프로그램 기획 중단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요청서를 EBS와 EIDF 영화제 측에 발송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이번 영화제의 공식 후원처이고, 영화제의 이스라엘 특별전에 나온 영화들이 현재 점령 현실과 문제의식을 담고 있지 않다”며 “사실을 통해 진실을 담는 다큐영화제이므로 영화제가 최소한 자기성찰적 시선으로 민간인 학살이 계속되는 국면에서 이스라엘 대사관과 공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지난 4일 “이스라엘은 각종 학술·문화 행사를 유치·참여해 이스라엘을 점령자나 학살자가 아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도록 국가 브랜드를 세탁해왔다”며 “이스라엘을 문화적 주체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정상화하고 승인해주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질의서를 EBS와 EIDF영화제 측에 전달한 바 있다.

EIDF영화제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특별전은 매년 특정 국가의 특별전 또는 컨퍼런스를 마련하는 EIDF영화제의 일환으로, 작년 EIDF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기획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EIDF영화제 측은 2011년 콜롬비아 특별전 토크쇼를 비롯해 2013년 한국-캐나다 수교 50주년 기념 및 주한 캐나다 대사관의 후원을 받아 ‘세계 다큐멘터리의 최전선, 캐나다’ 컨퍼런스를 진행한 바 있다.

이협희 EIDF영화제 사무국장은 이날 <PD저널>과의 통화에서 “EIDF영화제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30편 넘게 이스라엘 다큐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시각을 담은 작품들도 상당 수 소개해왔다”며 “이번 특별전도 이스라엘의 다큐 산업을 조명하자는 차원에서 마련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의 후원도 상징적 차원일 뿐 작품 선정과 무관했고, 민족주의나 시오니즘과 전혀 관계없는 작품들이 선정됐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초청하는 이스라엘 감독, 기자설명회를 통해 시청자와 약속을 한 측면이 있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요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IDF영화제 측은 오는 8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측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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