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막말’ 감춘 언론, 세월호 특별법 쟁점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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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12개 방송·신문 모니터 결과 …“유가족 뜻 본질 왜곡해”

여야가 지난  7일 지지부진하게 끌어온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지만 수사·기소권이 빠진 ‘반쪽짜리’ 라는 비판이 높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논의 과정에서 여권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막말’이 의원들 입에서 터져나왔지만 언론은 ‘거름 장치’ 역할을 했다.  결국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7월 이후 세월호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된 막말 발언 다섯 가지 사례를 토대로 진행한 언론 모니터 결과를 보면 특별법 제정 논란에 대한 언론의 불공정 보도 패턴을 엿볼 수 있다. 모니터 대상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3사(TV조선·JTBC·채널A), 보도전문채널 YTN의 방송 메인뉴스와 주요 일간지 5개사(조선·중앙·동아·경향·한겨레) 등을 삼았다. 

모니터 결과 언론은 국조특위와 특별법 제정 논의를 지연시키고 본질을 호도하는 막말에 대해 누락하거나 단순 해프닝으로 묘사해 쟁점화를 시키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막말 발언에는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AI)에 비유한 발언(7월 11일), 국조특위 위원장인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을 반대하는 메시지 글(카카오톡) 유포(7월 18일),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초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댄 발언(7월 24일, 29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노숙자’ 비유 발언(8월 1일) 등이 포함됐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7일 발표한 지상파 방송 3사, 종합편성채널, 신문사에서 보도된 일부 의원들 막말 발언 보도량.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관련 막말 발언에 대한 방송·신문 보도량 자체가 현저히 낮았다. 지상파 3사와 YTN은 일부 발언을 한 꼭지 또는 단신 처리했고, 홍문종 의원의 ‘교통사고’ 발언과 김태흠 의원의 ‘노숙자’ 발언 등을 누락했다. 신문 보도에서는 진보 언론인 <경향>·<한겨레>에서는 각각 13건, 12건으로 논란이 된 의원들의 발언을 주요하게 다뤘지만 보수 언론인 <조선> 3건, <중앙> 1건, <동아> 3건으로 처리하는 데 그쳤다.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세월호 국조특위와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막말 발언들이 논란으로 축소 보도됐다. 일례로 MBC <뉴스데스크>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보고 종료’ 리포트에서는 조원진 의원의 ‘AI’ 발언을 단순 해프닝 처리했다. 또 MBC는 해당 리포트를 방송사 중 가장 뒤쪽인 24번째로 배치해 사안의 비중을 축소했다.

민언련은 “조원진 의원의 ‘AI’ 발언으로 인해 유가족이 강력히 항의했고 국정조사가 파행을 빚게 됐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진 KBS·YTN과는 달리 MBC는 ‘조원진 의원이 컨트롤 타워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조류독감에 일일이 지시를 내리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며 비유를 들자 야당과 유족들이 격하게 반발하면서 파행을 빚었다’며 조 의원의 발언으로 일어난 일을 단순 해프닝인 것처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의원들의 막말 발언에 대한 유가족의 입장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심재철 의원이 사실상 특별법 제정 반대하는 메시지를 유포한 내용과 관련해 MBC는 “안전사고 사망자들에게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특별법의 주장”, “유가족들에게 수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고 성금과 기부금 등으로 천억 원이 있는데 그것도 부족해 사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해 달라고 한다” 등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민언련은 “카톡 내용을 상세히 전하면서 정작 그 내용이 유가족들의 뜻과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지적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파장이 컸던 김태흠 의원의 ‘노숙자’ 발언에 대해서도 지상파 방송 3사와 YTN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민언련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향해 던진 ‘막말’이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발언의 후폭풍이 정작 언론은 주요 사안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향>은 13면에서 ‘노숙자라고? 우릴 태풍보다 더 할퀸 그들’이라는 기사에서 유가족의 심경을 반영해 보도했다. 또 <한겨레>는 “새누리당은 7·30 재보선에서 압승하자 노골적으로 ‘세월호 뭉개기’에 나서는 분위기”라는 분석을 담아 1면 기사로 배치해 사안을 쟁점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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