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예능 불붙은 ‘4시 전쟁’…200분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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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예능 불붙은 ‘4시 전쟁’…200분 편성
‘마라톤 예능’ 영화 2편과 맞먹는 시간 …“콘텐츠 질 하락 우려”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8.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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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3사의 일요 예능 ‘눈치 편성’이 다시금 치열해지고 있다. 방송 3사는 시청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KBS 2TV <해피 선데이>,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의 방송 시간을 슬금슬금 앞당기더니 오후 4시 초반으로 앞당기는 등 프로그램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제공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0일 일요 예능프로그램의 방송 시작 시간은 오후 4시 초반으로 바짝 앞당겨졌다. KBS 2TV <해피 선데이>는 오후 4시 8분(편성 고지 4시 10분), MBC<일밤>은 오후 4시 4분(4시 5분), SBS <일요일이 좋다>  오후 4시 4분(4시 5분)에 방송을 시작했고, 편성 고지 시간보다도 1~2분씩 앞서 방영됐다.  

▲ SBS <일요일이 좋다>, KBS 2TV <해피 선데이>, MBC <일밤>
지난 3일 방송분도 상황은 비슷했다. MBC <일밤>과 SBS <일요일이 좋다>는 각각 3분씩 앞당겨 오후 4시 7분(4시 10분 편성), 4시 2분(4시 5분 편성)에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달 27일 KBS 2TV <해피 선데이>가 편성 고지 시간을 어기고, 4시 3분에 앞서 방송을 시작한 데 따른 조치로, 방송사들이 방송 시작 시간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 3사가 방송 시간을 앞당기는 이유는 시청률 선점 효과 때문이다. 주말 예능이 동시간대 편성돼 시청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어느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다. KBS 2TV <해피 선데이>는 지난달 20일 기존 편성 고지보다 이른 오후 4시 6분에 방송을 시작했고, MBC <일밤>과 SBS <일요일이 좋다>는 오후 4시 18분과 4시 17분에 방송해 시청률 싸움에서 밀렸다.

시청률 조사 결과를 보면 KBS 2TV <해피 선데이>는 시청률 상승을 누렸다. 이날 <해피 선데이>의 첫 코너인 ‘슈퍼맨이 돌아왔다’ 시청률은 12.9%를 기록해  일주일 전에 방송된 13일 방송분(11.8%)보다 1.1%p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MBC <일밤>의 첫 코너인 ‘아빠! 어디 가?’ 시청률은 7.4%로, 지난 13일 방송분(8.9%)에 비해 1.5%p 하락했다.

이처럼 방송 3사가 일요 예능 방송 시간을 앞당겨 프로그램을 확대 편성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 3월부터 급격하게 편성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KBS 2TV <해피 선데이>는 오후 4시 55분(3월 9일)→ 4시 30분(3월 23일)→ 4시 20분(3월 30일)→ 4시 10분(6월 1일)→ 4시 10분(8월 10일)로 점점 방송 시간을 앞당겼다.

MBC <일밤>도 오후 4시 55분(3월 9일)→ 4시 40분(3월 23일) → 4시 30분(3월 30일) → 4시 20분(4월 13일) → 4시 10분(5월 11일) → 4시 20분(5월 18일) → 4시 10분(5월 25일) → 4시 5분(8월 3일)으로 편성 시간대를 앞당겼다. 지난 달 27일에는 <일밤>을 오후 4시로 편성하기도 했다.

SBS <일요일이 좋다>도 오후 4시 55분(3월 9일) → 4시 30분(3월 16일) → 4시 40분(3월 23일) → 4시 20분(5월 4일)→ 4시 15분(5월 11일) → 4시 10분(5월 18일) → 4시 5분(5월 25일) → 4시 15분(6월 1일) → 4시 10분(7월 6일) → 4시 5분(8월 3일)으로 들쭉날쭉한 편성 고지를 이어오고 있다.

방송 3사가 시청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꼼수 편성’이 비일비재해지자 방송 시간은 거의 영화 두 편 상영 시간과 맞먹는 ‘마라톤 예능’이 됐다. 지난 10일 방송분을 보면 KBS 2TV <해피 선데이>(오후 4시 8분~7시 55분) 3시간 47분, MBC <일밤>(오후 4시 4분~7시 51분) 3시간 43분, SBS <일요일이 좋다>(오후 4시 4분~7시 40분) 3시간 46분에 달한다.

방송사들의 마라톤 예능 편성 전략이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은 오래전 부터 나왔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의 기획 의도에 따른 게 아니라 편성 시간의 틀에 따라 제작된 콘텐츠는 질이 떨어지고, 길어진 방송시간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방송사들은 눈치 경쟁으로 기형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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