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견’ 포기한 ‘청와대 경비견’이 언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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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조선·동아 등 세월호 특별법 “황색 저널리즘” 규탄

<조선일보>·<동아일보>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본질을 왜곡·은폐하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언론·시민단체들이 규탄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언론들은 오히려 축소 보도하거나 정치적 논리로 치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노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8개 언론·시민단체들은 13일 오전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조선일보>·<동아일보>, 종편채널인 TV조선·채널A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는 경찰 12명이 현관 앞에 배치됐다.

이들 단체들은 <조선일보>·<동아일보>와 종편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본질을 왜곡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이 지난 6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방송 3사(KBS·MBC·SBS)와 종합편성채널(JTBC·TV조선·채널A), 그리고 5개 주요 일간지에서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와 관련한 보도들을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와 TV조선, <동아일보>와 채널A 보도가 은폐·왜곡 보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제도권 언론들이 ‘쓰레기’라는 말로는 부족할 수준으로 광기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한 결과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발견돼 국정원이 세월호 증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들 매체들은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오히려 유병언 일가 소식을 도배질했다”고 지적했다.

박태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공동대표도 “언론은 진실을 파헤치고, 사실을 밝혀내는 등 감시견 역할을 해야 하지만 <조선일보>·<동아일보>는 ‘청와대 경비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선일보>·<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면 국가적 비극과 국민적 슬픔을 과연 느끼고 있는 건지, 혹시 정치적 협상으로 해결하는 ‘교통사고’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노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8개 언론·시민단체들은 13일 낮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세월호 국조특위 기관보고를 비롯해 유가족의 단식 농성, 새누리당 의원들의 유가족을 향한 막말 논란 등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각종 이슈들이 쏟아졌음에도 <조선일보>·<동아일보>·TV조선·채널A의 보도량은 타사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한겨레>는 각각 39건과 36건을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동아일보>는 각각 12건, 18건으로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또 종편채널인 TV조선·채널A의 보도 건수도 각각 6건, 9건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여야가 합의 난항을 겪던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야당이 지난 7일 유가족이 요구하는 기소권·수사권을 배제한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가 재협상을 추진하자 <조선일보>는 지난 9일자 사설에서 “야당이 합의를 뒤집으면 국민이 등 돌릴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세월호 특별법은 형사법 체계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타협 뒤집는 강경파에 끌려가면 야당 또 망한다”며 여야 간 특별법 협상 표류의 책임을 야당에게 돌렸다. 이들 매체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가족대책위의 요구가 제대로 수렴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선 외면했다.

이에 대해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파헤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협조하고 국민의 여론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지만 <조선일보>·<동아일보>·종편은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정상적인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구지 법으로 정하지 않아도 진상규명하고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은 기존 법체계로는 진상규명이 어려운 나라”라며 “<조선일보>·<동아일보>·종편이 특별법 제정에 대해 뭔가 숨기고 밝히지 않는 모습 자체가 반증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사흘 뒤면 어린 학생들이 가라앉은 지 넉 달이 된다. 넉 달 동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완전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멸시하고, 청와대 경비견 노릇을 한 언론들을 청산해야 한다. 목숨을 걸고 단식 농성을 벌인 유가족들과 목숨을 빼앗긴 아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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