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으로 한국 사회 갈등 푸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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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이 말하는 교황 방한 의미]

유럽 중심의 바티칸에 파격적인 개혁 의지를 보이고, 소외된 이에게는 먼저 손을 내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프란치스코 열풍’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곳곳에서 갈등이 곪아터지고 세월호 참사비극까지 떠안자 평화와 화해 메시지를 전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지혜와 위안을 얻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취재했던 PD들은 교황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볼까.

▲ SBS <SBS스페셜>'거리의 교황, 프란치스코'(8월 3일 방송)ⓒSBS

프란치스코 교황 행보를 취재해온 PD들은 ‘낮은 곳으로 향하는 교황’이라는 수식어에서 ‘프란치스코 열풍’의 원인을 짚었다.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1주년을 맞아 KBS<세계는 지금>에서 ‘교황 신드롬, 바티칸을 가다’를 연출한 강윤기 PD는 “바티칸 촬영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 교황들과 달리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람들과 인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만났다”며 “그런 교황이 방한하자마자 평신도를 먼저 만나고, 방탄차 대신 경차를 타는 모습에서 인간적 면모와 함께 교황의 방향성까지 읽히면서 열풍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PD는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1주년을 맞아 로마 바티칸과 아르헨티나 현지 취재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1년간의 기록을 쫓았다. 프로그램에서는 교황이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몰려든 인파 속에서 스스럼없이 순례객에게 입을 맞추고 사진을 찍으며 스스럼 없는 모습을 담았고, 신경섬유종증을 앓는 비치니오 리바 씨가 교황과의 인상 깊었던 만남을 통해 교황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짚었다.

강 PD는 “교황의 행보를 보면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먼저 방문한 것을 비롯해 방한 일정에서도 세월호 희생자 가족, 위안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해군기지 반대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만나는 걸 보면 정치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하지 않고,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려는 교황의 원칙을 볼 수 있다”며 방한 의미를 짚었다.

SBS <SBS 스페셜> ‘거리의 교황, 프란치스코’(연출 조욱희) 제작진도 교황 프란치스코의 “우리는 정당한 시스템을 원한다고 외쳐야합니다”, “돈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합니다”라는 발언을 앞세워 교황이 한국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제작진은 로마 바티칸과 교황이 태어나고 활동한 아르헨티나를 찾아 젊은 시절 교황이 군부독재로 얼룩진 아르헨티나 역사 이면에 빈곤, 마약, 폭력으로 뒤엉킨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묵묵히 봉사해온 모습 자체가 한국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연민도 없이 욕망과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교황은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우리 스스로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MBC <다큐스페셜> '파파! 프란치스코'(8월 10일, 18일 방영)ⓒMBC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간 일정을 마치고 떠난 후에는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강 PD는 “우리나라는 첨예한 갈등과 정치적 편향이 얽혀있는데다가 진정한 리더도 부재한 상태”라며 “교황이 권위의식을 내려놓은 것처럼 우리나라 정치인, 종교인을 비롯해 작은 단위의 리더들부터 지도자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해보고, 갈등 구도를 완화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MBC <다큐 스페셜> 교황 방한 특집 ‘파파! 프란치스코’에 이어 ‘교황의 길’ 방영(18일 밤 11시 15분)을 앞두고 있는 한학수 PD도 “교황 방한으로 한국 사회의 갈등과 아픔에 대한 위안을 받고자 하는 소망이 있을 순 있어도 어느 공동체이든 교황 방문으로 문제를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전쟁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 사회의 한 부분을 돌아보고, 갈등을 완화하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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