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세월호’ 선 긋는 교황 방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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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특별법 제정 유가족 목소리 ‘외면’…메시지 보다 신드롬에 주목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18일) 오후 4박 5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내내 ‘평화’, ‘화합’을 강조했다. 특히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 대한 각별한 행보를 보이는 등 한국 사회의 뒤엉킨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과제를 남겼지만 일부 보수 언론들은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위로”, “위안”이라는 표현으로 교황 방한의 의미를 전하는 데 그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일정 첫 날부터 마지막날인 18일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배려했다. 교황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뜻이 담긴 노란 리본을 다는가 하면 미사를 집전하기 전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을 만나 “잊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교황은 또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 시복식장으로 가던 중 차에서 내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한 달 넘게 단식 중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만나 손을 잡아주고,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도보 순례를 한 고 이승헌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직접 세례했다.

▲ 2014년 8월 18일자 <동아일보> 기사

이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는 교황의 행보는 한국 사회에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지만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는 교황의 방한 의미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교황 열풍’의 연장선으로 분석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교황 신드롬’을 이순신 리더십과 비교하며 교황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동아는 18일자 1면에 이은 3면 기사에서 “최근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두드러진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우선 꼽힌다”며 “‘명량’의 이순신이 죽음을 불사하는 무한책임의 리더십이라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을 낮춘 소통과 화해의 리더십”이라고 분석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컨트롤 타워 부재’라는 비판이 쏟아질 정도로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없었다.

이어 동아는 같은 날 ‘“기억하고 있다” 4일 내내 위로…유족들 “상처 일부 치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6일 김영오 씨를 위로하는 모습을 단면적으로 전달했다. 동아는 김씨가 교황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상황을 “약 2분간 이뤄진 ‘짧은 만남’이었지만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순간”이라고 전했을 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권·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김 씨의 편지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중앙일보>도 18일자 ‘유족에게 프란치스코 세례명…“예정 없던 놀라운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황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의 만남을 두고 “14일 입국한 뒤 지난 15일까지 사흘 새 여섯 번 만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각별히 배려했다”고 전했다. 중앙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유흥식 천주교대전교구장으로부터 세월호 참사를 접하게 된 배경을 짚었을 뿐 “기회 있을 때마다 거듭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등 유가족 위로 차원으로 교황 방한 의미를 보도했다.

▲ 2014년 8월 18일자 <조선일보> 사설

보수 언론의 사설에서는 교황의 행보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와 연결 짓는 태도를 경계하는 보도가 두드러졌다. <동아일보>는 지난 15일자 ‘상처입은 한반도…“평화 위해 대화하라”는 교황 메시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겸손을 실천하는 교황의 언행은 늘 세계인의 이목을 끌어왔다”며 “교황의 메시지를 정치적 목적으로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교황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또 18일자 ‘오늘 본회의 팽개치고 방탄국회 열 셈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새정치연합은 방한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호소를 경청했다는 점에 고무된 듯 강경 자세를 고수했다”며 “약자에 대한 교황의 관심 표시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 정쟁에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조선일보>도 15일자 ‘평화, 사랑, 희망의 선물 안고 한국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고의 수습과 해법을 놓고도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 앞에서 교황이 자기편이 돼주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있다”며 “그러나 교황께 뭘 어떻게 해달라고 자기 입장만 주문할 게 아니라 교황의 말과 행동, 인품을 배우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 모두가 새롭게 변화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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