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홈쇼핑 신설, 시청자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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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제7홈쇼핑 추진…기존 채널과 중복 논란

정부가 ‘제7홈쇼핑’ 채널 신설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신규 홈쇼핑채널 신설의 근거와 효과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책 실패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중소기업 전용 공용 홈쇼핑 채널을 2015년에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해 중기 제품 전용 홈쇼핑채널인 홈앤쇼핑이 설립됐지만 여전히 납품업체들의 방송수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중기제품이나 농수산품은 오프라인 유통구조에 진입하기 쉽지 않아 판로 확보를 위해 홈쇼핑 진입 장벽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래부는 조만간 중소기업청과 농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제7홈쇼핑 채널 심사와 선정 등과 관련한 후속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가 제7홈쇼핑 채널 신설의 명분으로 내세운 중소기업 판로 지원은 과거 홈쇼핑 채널을 승인해 줄때마다 나왔다.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 확대를 취지로 내걸었다. 농수산물 전용 채널인 NS홈쇼핑과는 취급 상품이 겹친다.

2006년 우리홈쇼핑을 인수해 설립된 롯데 홈쇼핑도 중기제품 판매 전용 홈쇼핑으로 인가를 받았지만 최근 납품비리가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가 인수한 우리홈쇼핑은 지난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재승인을 받을 때 중소기업 제품 비율을 65% 이상으로 편성하는 등 중소협력업체 보호 및 상생 방안, 고객보호 방안,  공익성 확보 등의 조건을 부과받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중소기업 전용으로 승인받은 홈쇼핑 채널에 대한 면밀한 평가 없이 또 중기 전용 채널을 신설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 13일 논평을 내고 “2012년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을 허가한지 불과 3년만에 또다시 같은 목적의 홈쇼핑 채널을 신설한 것은 미래부 스스로가 홈쇼핑으로 ‘중소기업 판로 확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홈쇼핑 채널의 신설로 과당경쟁과 송출수수료 증가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제 홈앤쇼핑이 승인을 받은 2011년 업체간의 좋은 채널을 배정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송출수수료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 업체들의 송출수수료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0%대의 증가폭을 보이다가 2011년 43.2%로 급증했다. 이는 이 기간 홈쇼핑업체의 매출액 증가폭 17.9%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에 대해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지난 1월 미디어시민모임이 주최한 ‘홈쇼핑채널 정책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홈쇼핑 채널 하나의 증가로 송출수수료가 1513억원이나 불어난 셈”이라며 “송출 수수료의 증가는 새로운 홈쇼핑 채널의 개국에 따른 과도한 경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홈쇼핑 정책이다. 미래부는 최근까지 홈쇼핑 채널 신설에 긍정적인 입장이 아니었다. 미래부가 이번에 제7홈쇼핑 신설과 병행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이터방송 홈쇼핑’(T커머스) 정책도 갈지자 행보다. 이 때문에 미래부의 깜짝 발표에 생색내기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도 “홈쇼핑 승인을 요구하는 곳이 4군데 정도 있었는데 이를 데이터방송 홈쇼핑으로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중소기업들과 지자체에서 신규 홈쇼핑 채널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꾸준하게 제7홈쇼핑에 대한 검토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제7홈쇼핑 채널 신설로 인한 기대효과와 과당경쟁 등의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신규 홈쇼핑 채널이 지상파 채널 사이의 ‘황금채널’에 배치 될 경우 시청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홈쇼핑 정책은 상품 유통과 유료방송 시장을 관통하기 때문에 채널의 목표와 방향 등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며 “신규 채널 신설은 과학적인 근거와 신설 효과를 따져 본뒤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공론화한 이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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