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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공개 개정 방송법 발효… KBS·방문진, 후속 규정 이제 논의

방송법 개정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는 지난 4일부터 회의를 공개해야 하지만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방청 및 회의록 속기록 공개 기준 등이 포함된 후속 규정을 마무리하지 않아 법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국회는 지난 5월 2일 본회의를 열고 공영방송사 이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공영방송 이사회 공개 조항이 포함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KBS)과 방송문화진흥회법(MBC),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  개정안 등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지난 4일부터 시행돼야 한다. 다만 명예훼손이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 조항을 두었다.

시청자의 대의기구인 공영방송 이사회의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영방송 이사회 회의 공개 조항은 방송사 종사자는 물론이고 시청자면 누구나 이사회의 의사 결정 과정을 직접 보고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공영방송 이사회는 회의 공개와 회의록·속기록 작성 및 공개를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법규에 따라 회의를 공개하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비교가 됐다. 일부 이사회는 국정감사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공개 요청이 있을 경우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지만 모호한 기준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관련법 제정으로 ‘밀실 이사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자료사진 KBS 이사회 회의 장면. ⓒKBS
그러나 이사회 회의 공개를 규정한 개정 방송법이 시행 보름째 접어들고 있지만 KBS와 방문진 이사회는 후속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들 이사회는 이사회 방청 여부, 회의록·속기록 공개 수준에 대한 세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 이사회는 1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공개와 관련해 KBS 내규 가안을 안건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그러나 최근 ‘뉴라이트’ 이인호 이사장 선출에 반발하며 야당 이사들이 이사회를 보이콧한 상황에서 논의의 진전이 있을 지 불투명하다. 또한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이날 이사회 지난 15일 방청 의사를 전달했지만 KBS 이사회 사무국 측은 확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이사회 공개 방청을 허용하고자 하지만 시설 문제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록·속기록 공개와 관련해서도 “공영방송이지만 한편으론 방송사업자로서 핵심적 사안을 이사회에서 논의하는 만큼 합리적인 공개 수준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문진 이사회 방청도 빨라야 오는 10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이사회는 오는 18일 이사회에서 회의 공개와 관련한 시행 세칙 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KBS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방문진 이사회도 회의 공개를 위한 방청 공간 마련 및 모니터 설치 등 시설 보강에 따른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 시일이 더 걸릴 수도 있다.

EBS 이사회의 경우 오는 18일 이사회부터 방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지만 회의록·속기록 공개에 대해선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EBS는 간담회와 이사회 논의를 거친 뒤인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공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EBS 이사회 정관을 개정했으나 회의록·속기록 공개에 대해선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EBS 사무국 관계자는 “이사회 방청을 허용하지만 회의록·속기록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차기 이사회 전까지 내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신문방송학) 교수는 “법 개정 3개월이 넘었는데도 방송사가 세칙 논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은 의지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개정안의 의미는 공영방송의 주요 권한을 지닌 이사회가 투명해야 한다는 당위가 있었음에도 그렇지 하지 못한 데 따른 사회적 경고”라며 “공영방송 이사회는 방청 허용과 회의 기록 공개 등 투명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임으로써 권력이 언론을 개입한다는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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