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널리스트 슬그머니 방송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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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널리스트 슬그머니 방송 복귀
김은혜 MBN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이동관․ 유정현 등 종편서 활동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4.09.16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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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앵커 출신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씨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하면서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들의 방송 복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폴리저널리스트는 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로 권력을 비판해야 할 언론인이 정·관계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을 일컫는다.

김은혜 씨는 오는 22일부터 MBN 시사․ 토크 프로그램 <뉴스&이슈> 진행자로 나선다. 김 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MBC 앵커를 지내다 청와대 외신담당 제1부대변인으로 발탁됐으며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제2대변인으로 근무했다. 이어 그는 ‘낙하산 논란’ 속에서 2010년 12월 KT로 자리를 옮겨 전무를 맡다가 다시금 방송 복귀를 결정해 입길에 오르고 있다.

▲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좌),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우)

종합편성채널 출범 이후 폴리널리스트의 방송 복귀와 폴리테이너(정치인과 연예인의 합성어)의 방송 활동은 두드러지고 있다. <동아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선 캠프에 합류한 뒤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됐던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은 지난 5월부터 시사 뉴스를 분석하는 채널A <이동관의 노크> 진행을 맡고 있다. 또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유정현 씨도 최근 방송 복귀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정권 혹은 특정 정당의 이해를 대변해온 폴리널리스트가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맡을 경우 방송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인의 방송 진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선거 직전 90일 동안 방송 출연이 금지되고, 방송사 내부에서도 언론인이 지켜야 할 윤리규정을 자체적으로 제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선거기간이 아닌 경우 이들의 출연을 규제할 강제력이 없다.
특히 권력을 비판해야 할 언론인이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정치권으로 발을 돌렸다가 다시 언론에 복귀하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방송에 돌아온 폴리널리스트는 다시 기회가 되면 정계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칫 방송이 이를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이 폴리널리스트나 폴리테이너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색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강용석 변호사는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내용의 ‘성희롱 발언’으로 지난 2012년 의원직에서 자진 사퇴했지만 종편 및 케이블 채널에서 다수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이런 이유에서 폴리널리스트의 언론사 복귀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있다. 전북기자협회가 선거 캠프나 자치단체 비서 또는 홍보라인에서 활동한 전직 기자의 언론사 복귀를 2년간 제한하는 규약을 최초로 제정한 것이다. 정치권 또는 행정기관과 유착될 수 있는 폴리널리스트의 유입을 막아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하자는 게 규약의 취지다.

그러나 2년이라는 방송 제한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폴리널리스트의 방송 복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인 대신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택한 이들이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하는만큼 방송에 복귀하더라도 보도의 공정성은 물론 방송인으로서 자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 해도 폴리널리스트들은 유예기간을 가진 뒤 정치색을 드러내지 않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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