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같은 드라마, 알고보니 ‘눈속임’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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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간접광고’ 패키지 계약…시청권 침해·광고투명성 훼손 지적

간접광고(PPL) 허용 이후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들이 협찬과 간접광고를 ‘패키지’로 묶어 계약하면서 방송광고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협찬 관련 규제를 무력화해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4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 드라마 제작사와 협찬대행사에서 체결한 계약서를 공개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제작사와 대행사는 전체 협찬비 2억 원 가운데 1억 3000만원과 7000만원을 각각 협찬비와 간접광고 비용으로 분배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협찬주는 자사의 주력 제품을 에피소드 2회, 단순노출 3회 등 총5회에 걸쳐 간접광고 형식으로 노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노출방법과 관련해선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해당 제품의 광고 모델이 등장할 때 해당 상품을 진열하도록 하며, 주인공 단독 출연 장면에선 경쟁 브랜드 제품을 노출시키지 않고, 다른 주인공과 공동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최대한 경쟁 브랜드의 노출을 피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A드라마 관련 제작사와 협찬사의 ‘협찬+간접광고’ 패키지 계약서 ⓒ최민희 의원실
문제는 이 같은 협찬과 간접광고 패키지 계약이 광고판매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협찬 관련 규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이다. 방송법 제74조에 따라 정한 협찬고지 관련 규칙에선 프로그램 종료 시 종료자막을 통해 협찬주명을 밝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협찬과 간접광고 패키지 계약을 통해 드라마를 진행하는 동안엔 상표와 제품을 노출하고 종료 시점엔 상표와 회사명까지 노출하는 상황이 가능해진 것이다.

광고주 입장에선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때때로 이야기의 흐름을 깨는 광고에 사실상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광고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리는 장면들로 인해 시청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협찬과 간접광고 패키지 계약은 광고판매 투명성 저하의 우려도 낳는다. 위와 같은 패키지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전체 협찬비 2억 원 중 1억 3000만원은 제작자나 방송사가 광고주로부터 직접 받게 되고, 간접광고에 해당하는 7000만원만 미디어렙을 통해 판매 대행하면 된다. 즉, 그만큼 미디어렙의 광고판매대행수수료가 적어질 뿐 아니라, 방송광고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또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최 의원은 “‘협찬+간접광고’ 패키지 관행은 해당 드라마뿐 아니라 이미 방송계 전반에 만연해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자사 미디어렙을 소유하고 있는 민영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그리고 광고를 직접 판매하는 유료방송채널의 경우 간접광고 매출액과 협찬매출액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한 종편은 재산상황을 제출하면서 협찬매출액이 없다고 밝힌 이유에 대해 ‘광고와 협찬을 분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협찬과 간접광고 패키지 계약과 함께 협찬 내역이 영업상 비밀 등의 이유로 대부분 공개되지 않고 있는 현실 또한 최 의원은 문제로 지적했다. 최 의원은 “방통위를 통해 지상파 방송 3사와 종편 4사에 대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협찬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KBS를 제외한 방송사들 모두 ‘영업비밀’을 이유로 구체적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재산상황에 대한 거짓 자료 제출도 발생한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최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에서 공표한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자료에 따르면 종편 사업자인 MBN과 JTBC는 협찬매출이 없다고 밝혔으나, 현실은 달랐다.

우선 MBN은 2012년 5월 한국전력(이하 한전)으로부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프로그램에서 설명한다는 명목으로 2000만원의 협찬을 받았고, 2013년에도 한전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7000만원의 협찬을 받았다. 또 보훈공단(6000만원), 한국수력원자력(1억원), 병무청(400만원), 국민체육진흥공단(200만원) 등의 협찬을 받았다. JTBC의 경우 2012년 10월 <특집다큐-절망이 준 새로운 시작, 눈물을 희망으로>를 제작하면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7700만원의 협찬을 받았다.

최 의원은 “방송협찬으로 인해 방송계에서 어떤 비리가 횡행하고 있는지 다들 수군대고 있을 뿐, 그 실상은 업계 카르텔의 장막에 가려져 있다”며 “방통위가 방송사들의 협찬 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즉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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