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저작권 시장 독점 깨는데 9년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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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백순진 이사장

음악 저작권 신탁관리의 독점구조가 무너졌다. 1964년 한국음악저작권협회(회장 윤명선, 이하 음저협)가 생긴지 50년 만이다. 지난달 15일 음악 저작권 분야 신규 신탁관리단체인 (사)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사장 백순진, 이하 함저협)가 정식 업무에 들어가면서 경쟁체제로 돌입한 음악저작권 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함저협 사무실에서 만난 백순진 이사장은 “작가를 위한 협회가 되어야 하는데 마치 협회를 위한 작가가 되면서 ‘갑을관계’가 바뀌어버렸다”며 “작가(작곡가·작사가·편곡자)가 우선이 되는 음악문화 산업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백순진 (사)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작가들은 저작권료 산출 과정을 알 수 없다. 저작권료를 받아도 적게 받는 건지 많이 받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저작권자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끊임없이 토로해 왔지만 개선되지는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탁시장이 둘로 나뉘자 음저협은 “자체 감사활동과 내부 점검을 통해 투명성 강화에 초점을 두겠다”면서 저작권료 징수액 회계를 매달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백순진 이사장은 최근의 이 같은 변화야말로 저작권 신탁 경쟁체제의 진정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백 이사장 자신도 ‘옛사랑’, ‘장미’, ‘바다의 여인’ 등으로 유명한 남성 포크듀엣 밴드 ‘4월과 5월’의 멤버이자 동요 ‘겨울바람’의 작사·작곡자로 음저협 회원이었다. 하지만 저작권료가 어떻게 작가에게 돌아오는지 알 수 없는 구조 등 불투명함과 비리에 실망한 그는 지난 9년 간 음악저작권 시장에 대해 고심하다 최근 음저협을 탈퇴했다. 심지어 5년 전에는 직접 음저협 회장에도 출마까지 했다. 스스로가 ‘을’로서 저작권 문제로 고충을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백 이사장은 “너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김도향, 한대수, 김광희(세노야 작곡), 타루 등과 합심해서 작가가 우선이 되는 협회를 만들자고 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음저협이 독점해 온 저작권 신탁 시장에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은 음저협에도 불편한 일이었다. 1만 7000여명의 회원수와 50년 전통을 넘어설 수 있겠느냐며 음저협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던 작가들마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모두 백 이사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저작권 신탁 업무는 음저협만이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어요. 경쟁업체의 출현을 반대하는 기사들이 쏟아졌고, 심지어 돈 많은 사람이 출자를 한 거니 대기업에서 만든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식의 비난까지 있었어요. 자꾸 반대하는 이야기만 들리니까 많이 외롭기도 했죠.”

그러나 백 이사장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신탁 경쟁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이라고 보았다. 음악 저작권 신탁 업무는 일일이 작가들이 저작권료를 받아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지정한 단체에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50년간 독점구조의 폐해는 상당했다.

음저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점검에서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140건의 지적을 받았다. 방만한 운영과 분배 조작, 저작권료 횡령 등이 문제였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터져 나왔다.

이로 인해 일부 문제가 개선되기도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서 연간 징수액 대비 분배액을 알기 위해 문화부에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의 기록을 정보공개 청구한 결과 2009년과 2010년 각각 미분배금이 65억원, 103억원 달했으나 2011년부터는 분배액이 징수액을 초과해 분배됐다.

그러나 쌓여온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화부는 경영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음저협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문화부는 저작권 관리의 투명성을 제고할 유일한 해결책이 경쟁체제 밖에 없다고 판단해 복수 신탁단체 모집 공고를 낸 것이다.

음저협을 견제하고 독점의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설립된 함저협이 내세운 것은 ‘투명성’과 ‘작가를 위한 협회’다. 백 이사장은 “투명은 기본이고, 작가의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익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쟁체제가 되면 작가가 자신의 이익에 맞게 신탁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저협은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생업체다. 업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들이 신탁관리 업체를 옮기는 데 주저할 수 있다. 함저협이 서태지의 협회 가입에 힘을 쓰는 것도 이와 관계가 있다. 음저협도 위기 돌파를 위해 서태지 영입에 적극적이다.

오는 20일 컴백하는 서태지는 지난 2002년 음저협이 자신의 노래 ‘컴백홈’을 패러디한 음반을 승인한 데 대한 반발로 음저협을 탈퇴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저작권을 관리해왔다. 서태지가 절치부심한 음저협의 손을 들어줄 지, 새롭게 출범한 함저협의 손을 들어줄 지가 저작권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함저협이 주요하게 내세우는 저작권 관리 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전문경영인제 도입 △신탁범위선택제 도입 △세계 표준의 저작권 전산관리시스템 도입 △공연사용료(유흥·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등)의 공정하고 투명한 분배 등이다.

특히 함저협이 추진하고 있는 신탁범위선택제는 창작물에 대한 네 가지 저작재산권인 방송권, 전송권, 공연권, 복제권을 작가가 일부를 제외하고도 신탁할 수 있는 제도다. 즉, 작가가 자신이 맡기고 싶은 권리를 선택해 신탁을 맡기는 것이다. 음저협의 경우 인별포괄신탁제라고 해서 협회에 신탁을 맡기려면 작가가 가진 권리 일체를 신탁해야 했다.

▲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출범 포스터.
함저협은 네 가지 저작권 중 복제권의 일부를 먼저 관리범위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작가 스스로 합리적인 사용료를 정하게 하고,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음악저작물의 본래 의도에 어긋나는 이용이 허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함저협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회원들의 참여를 높여 공정성을 제고했고, 무엇보다도 가입할 때 입회비 등 뒤따르는 제반비용으로 인해 회원가입과 신탁이 어려웠던 신진 작가와 비주류 음악인을 위해 가입에 드는 비용을 면제하는 등 협회 진입 문턱을 낮췄다.

투명성 강화의 일환으로 저작권료 산출 방식을 전산화하고 이를 공개해 언제, 어디서 작가의 작품이 사용됐는지 알리고 있다.

그러나 백 이사장은 음악저작권과 관련한 또 다른 축인 ‘사용자’에 대한 서비스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용자가 좋은 음악을 제 값에 이용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불법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용자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일도 협회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특별한 목표가 있기보다는 작가는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찾고 저작권 걱정 없이 일하고, 사용자는 편하게 작가의 작품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한국 음악 문화 산업을 위해 제대로 희생타를 치고 싶어요. 앞으로 열심히 뛰어서 제대로 자리매김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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