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가치 빼먹은 통합방송법 논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합방송법, 공공영역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①]

방송법, 종합유선방송법, 유선방송관리법 및 한국방송공사법을 묶어 단일한 법 체계를 갖춘 통합방송법이 다시 한 번 통합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번 통합은 14년 전과 다른 층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선 2000년 통합방송법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여 공개 논의를 통해 합의한 결과로써 민주적 이념의 통합이었다. 그러나 지금 논의는 방송통신정책연구원,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가 제한적으로 구성한 연구반의 결과물로 방송법에 특별법 성격의 IPTV법을 편입하는 법률 간 형식통합이다.

연구반이 발표한 방송법 개정안은 주로 유료방송에 대해 동일서비스 동일규제 적용을 위해 방송 유형을 다시 정의해서 방송사업자를 재분류 하는 내용이다. 방송법의 규제체계를 따르는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에 IPTV법의 IPTV 방송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을 전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데이터방송사업자, IPTV 콘텐츠 제공사업자를 한데 묶어 PP에 통합해 규제체계를 하나로 한다.

이와 같은 규제체계의 통합 배경은 IPTV 사업자인 KT가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와 특수 관계자를 형성함으로써 유료방송 플랫폼에 독과점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실체적 의심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로 선택한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의 수단으로 방송법과 IPTV법 통합 등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를 공약한 정치적 이유도 있다. 유료방송 내에서 케이블 SO와 위성방송 그리고 IPTV사업자에 적용하는 점유율과 소유겸영 규제가 방송법과 IPTV법에 달리 정해져서 사업자 간 공정경쟁에 다툼이 있어 속히 해결해야 한다. 규제체계 정비가 잘 마무리 된다면 방송과 정보통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 과천정부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노컷뉴스
그러나 현재 논의는 규제법률 조문을 통합하는 기능 자체에만 빠져 매우 중요한 두 가지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방송법과 IPTV법의 통합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를 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를 증진하는 게 목적이다.반면 IPTV법은 적정한 방송사업의 운영으로 이용자 권익보호,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 국가 경제의 발전에 공공복리 그리고 방송의 공익성 보호 및 국민문화 향상을 추가한 것이 목적이다. 이렇듯 방송법은 산업진흥을 위한 목적보다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여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 이와 달리 IPTV법은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기술과 서비스의 출현으로 생겨 난 산업적 사업법이다.

그러나 현행 방송법은 케이블TV, 위성방송이 유료방송이라고 해서 지상파 방송에 비해 공익과 공공성 의무를 낮게 부여하지 않는다. 때문에 산업법적 성격의 IPTV법에 의한 IPTV방송 규제를 방송법에 통합 할 때 통합방송법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이념은 무엇인지를 정하지 않은 법률 조항의 기술적 통합은 앞뒤가 바뀌었으며 수단의 정당성과 합리성도 인정받기 어렵다.

다음으로 규제체계 통합 범위를 국정과제 대상인 유료방송 분야로 한정한 잘못이 있다. 지상파 방송은 유료방송 시장질서 확립 후 단계적으로 처리한다고 했다. 연구반이 제시한 개정안과 함께 국회를 존중하여 발표하지 않았다는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제한 규제는 사실 통합방송법의 실질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종합하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점유 규제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플랫폼 계층에서 유료방송이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콘텐츠 계층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제공 채널 범위를 그대로 유지시켜 종합편성채널의 사업편익을 보장한다.

지상파 방송사업자들도 공영방송 TV 수신료와 광고 제도를 포함한 재원문제, 의무 재송신과 재전송료, 수신환경 개선과 UHD(초고화질)TV 방송, 다채널방송 서비스, 소유겸영, 외주프로그램 제도 등 유료방송 못지않게 규제변화가 급하다. 연구반의 뜻대로 하면 이미 유료방송이 과점적 시장 지배력을 형성한 후에나 지상파 방송의 규제체계를 논의하게 되어 이미 매체 간 불균형은 해소할 수 없다. 동일시장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타당하다. 그런데 같은 시장에서 유료방송 규제를 풀고 지상파 방송의 규제 정비를 굳이 제외한 것은 지상파 방송에게는 규제를 강화하는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채수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