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특혜 ‘유지’ 시청 권익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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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특혜 ‘유지’ 시청 권익은 ‘뒷전’
[통합방송법, 공공영역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②]
  •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총장
  • 승인 2014.11.06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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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통합방송법 제정’은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유일하다시피 한 방송정책이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채택한 국정과제이자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강조했던 부분인데 뚜껑을 열고 보니 정부의 면이 무색해지게 됐다.

지난 10월 28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후원으로 열린 ‘유료방송규제 정비 토론회’에 방송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정부입법안 발의를 11월 말로 잡고 있는 만큼 법안에 대한 의견 수렴 단계인 공청회로 가기 전 마지막 논의의 장이었다. 미래부 ․ 방통위는 공동연구반에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 변호사들까지 참여시켰는데, 정작 여기서 나온 입법안에 대한 관련 업계의 반응은 이상야릇하다. 모두의 불만과 모두의 안도라는 이중적 반응을 끌어냈으니 ‘입법기술적 미세원칙’이라는 통합 방향은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평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 ‘창조경제’를 창조하기 위해 만든 거대부처인 미래부의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부가 방송시장의 산업적 성과를 목표로 힘을 실어 주겠다고 했으면, 방송시장의 구조적 불공정을 해소해 산업적 성과를 계량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합입법의 방향이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사업자 모두의 불만은 기존의 불만이고, 모두의 안도는 ‘현행유지’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로비의 공간이 여전히 남아있는 입법방향의 허술함 때문에 통합입법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업자들의 기대감(?)마저 더해졌다. 이 정도면 한시적 거대부처라는 꼬리표가 더욱 길어지고 규제행위의 무력함은 깊이를 더할 수밖에 없다.

▲ 과천정부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노컷뉴스
정부는 이용자(시청자) 권익증진,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수립, 유료방송사업과 IPTV사업간 규제형평성 실현,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규제정비의 목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할 주요 내용으로 △ 방송법 중심으로 IPTV법을 통합 △실시간방송 ․ 비실시간방송으로 규제체계 구분 △ IPTV 직사채널 금지 현행유지와 기존 직사채널은 공지채널로 제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간 채널별 양도·양수를 허용 △ 의무전송채널 수 현행 유지 △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보도PP의 소유규제를 방송법 수준으로 맞춘다는 것이다.

먼저 입법안은 이용자(시청자) 권익증진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그에 맞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외 조항도 목적에 맞는 세부 내용을 연결하려 했지만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 립서비스 차원으로 치더라도 ‘규제의 실효성 확보’라는 실무적 차원의 하위 목적에는 논쟁거리라도 던져줘야 ‘밥값’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안은 방송 환경의 혼란과 공공성 훼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했다. 시장과 환경을 극심한 갈등 구조로 몰고 간 원인은 과도한 종편의 진입과 유료방송시장의 1인 지배력 강화다. 소유겸영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면서도 KT가 두 개의 유료플랫폼(IPTV, 위성)을 소유하고 있는 현실은 국회 계류 중인 ‘특수관계자 합산규제안’을 핑계로 넘어갔다. 채널구성과 운용 안에는 명분 없는 특혜로 제기되어 온 종편 의무전송 지위를 그대로 인정했다.

또 방송 체계를 실시간과 비실시간으로 나누겠다는 안을 제시하면서 전체 환경, 시청 편익 등에 대한 영향 평가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실시간과 비실시간으로 나눌 경우 비실시간 방송은 규제완화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높아 T-커머스 등 광고방송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플랫폼 층위에 수익구조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지상파 방송 등 공적 광고영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지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에 발제를 맡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수익구조에 있어 실시간엔 답이 없이 끝난 상태라는 판단에서 비실시간을 어떻게 풀어 줄 것인가로 접근했다”는 답을 내놓은 채 말을 마무리했다.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든 통합방송법이든 ‘공공성 회복’이 철학적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규제방향을 잡을 수 있고 날로 복잡해지는 방송환경 속에서 규제의 융통성이라도 발휘해 시청자(이용자)중심의 규제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통합방송법의 핵심은 지상파의 저널리즘과 물적 토대를 동시에 회복하는 것, 과도한 KT 계열의 1인 지배력을 해소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견인하는 것, 종편의 의무재송신(must-carry)을 걷어내 획일적인 광고 집행 구조를 깨고 콘텐츠 경쟁을 유도하면서 방송플랫폼 사업자의 핵심 공적 책무인 ‘균형 있는 노출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등이다.

법은 한 번 만들어지면 고치기 힘들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밀실 논의가 만들어 낸 부실한 법안을 고집하지 말고 제대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틀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동등하게 결합하는 범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입법기술적인 미세정비가 아닌 방통융합, 스마트미디어시대 시청자 중심의 새로운 규제체계를 만들어 보자는 간절한 제안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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