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방송의 위기, ‘넷플릭스’로 옮겨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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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최 OTT 세미나에 관심 집중…지상파 규제문제 등 제기

지난 19일 오후 ‘지상파 방송사의 OTT 플랫폼 전략’ 세미나가 열린 서울 MBC사옥 골든마우스홀. 200여석 규모의 세미나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MBC가 주최하고, 방송문화진흥회가 후원한 MBC 사내 행사였지만 참석자 중엔 다른 지상파 방송사 정책팀 관계자도 보였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와 밀접한 방송 정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 세미나는 많았지만 이 정도의 참여율은 흔한 일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 OTT(Over The Top) 전략을 모색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세계적인 인터넷 동영상 업체인 넷플릭스의 사례 발표였다. 넷플릭스는 영화와 드라마 등을 월정액을 받고 제공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으로, 미국을 포함한 5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가입자 규모는 53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으로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날 ‘넷플릭스 성공의 비밀’을 발표한 전강훈 넷플릭스 SDK 개발 엔지니어는 넷플릭스의 마케팅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기술력, 기업문화 등을 1시간 동안 소개했다.

▲ ⓒ넷플릭스
전강훈 연구원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꼽으면서 “이용자 대부분은 최신 영화를 선호하는데, 예컨대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본 이용자에게 드라마가 끝난 뒤 이 사람이 좋아할만한 영화 3편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라며 “이용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묶고, 앞으로 이용자가 어떤 걸 원할 것인지 예측하는 빅데이터 분석 능력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경쟁자가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회사들이 스트리밍이 대세라고 인정하고 있고,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데 디즈니, 소니 등과 장기 계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고,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도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네덜란드 등 현재 50여개국에 진출했는데 내년 3월에는 호주에도 나갈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진출 국가는 유럽이 가장 가능성이 높고, 아시아 시장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는 당장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며 “유럽에도 가야하는 국가도 남아있는데다 아시아 시장의 공략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한국 진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전 연구원의 발표 뒤에는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고 있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 광고 없이 유료화를 고집하는 이유, OTT서비스의 케이블방송 대체 가능성, 망중립성 이슈 등 참석자들이 쏟아낸 궁금증은 다양했다.

참석자들이 넷플릭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디어 환경 변화로 지상파 방송사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에 이어 ‘국내외 OTT서비스 현황 및 MBC 대응전략’을 발표한 신용우 MBC 기술연구소장은 “디지털 미디어가 급성장하면서 최근 4년 동안 지상파 광고 수익이 매년 134억원씩 감소하는 등 지상파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며 “디지털 미디어는 양방향 서비스, 비실시간, 멀티스크린, 개인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지상파는 어느 것 하나 총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넷플릭스
신 소장은 이어 지상파의 위기 대응에 대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실시간과 다시보기로 제공하는 ‘푹’을 발전시켜나가는 동시에 다른 대안도 필요하다”며 “네이버 웹툰 ‘챌린지 리그’에 착안해 방송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개방형 콘텐츠 공유 플랫폼에 올리고 시청자(사용자)들이 이 자원을 활용한 창작물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광고수익도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서비스 시장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받고 있는 높은 규제 등으로 국내에선 OTT 서비스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푸념도 나온다.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을 운영하고 있는 콘텐츠연합플랫폼의 김혁 이사는 “통신사까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돈을 안내고도 콘텐츠를 얼마든지 볼수 있기 때문에 한국 OTT 서비스는 아스팔트에서 모내기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OTT 서비스가 기존 유료방송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러 면에서 현실에 기반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OTT 서비스를 어떤 수준까지 규제해야 하느냐를 놓고는 국내 사업자,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제기됐다.

김 이사는 “기존 방송사업자의 규제 수준을 완화해 새로운 OTT 서비스 업체의 규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출석을 부르고 회초리를 때릴 수 있는 반 아이들만 잡고, 반을 왔다가갔다 하는 애들은 못 잡게 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진형 미래부 디지털방송정책과장은 “스마트 미디어 산업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OTT사업의 규제 이슈에 대해선 현행 체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OTT 사업자에 다만 방송법보다 규제수준이 낮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하되 OTT사업자의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시장조사과장도 “현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나 사업자들이 불공정 경쟁을 하는 문제는 업계에서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대처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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