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선택적으로 2곳만 의무편성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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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아닌 정치집단” 비판받는 종편 개국 3년, 정상화 방안은?

1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개국 3년을 맞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김일성이 보낸 간첩”(채널A <이언경의 직언직설>)이라고 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지령에 따른 것”(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이라고 주장하는 출연자의 근거 없는 발언을 어떤 제재도 없이 방송하는 등 다수 종편의 3년은 불공정과 편파·왜곡으로 가득했다.

종편 개국 3년을 맞아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과 최민희 의원 공동 주최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한 목소리로 종편의 정체성에 대해 “언론이 아닌 정치집단”(민병두 국회의원)이라고 평가하고 종편의 보도·시사프로그램을 두고 “정치 쇼라는 측면에서 예능에 가깝다”(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지적을 쏟아낸 이유다.

특혜로 성장한 종편, 특혜를 걷어낼 때…의무편성 축소 및 폐지, 재승인 제도 개선

그러나 이런 지적들과 별개로 종편이 지난 3년 동안 언론시장 안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종편 4사의 합산 시청률은 현재(11월 기준, 닐슨코리아) 6.65%로 지상파 방송 4사의 5개 채널 중 가장 높은 평균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KBS 1TV 6.488%를 상회하고 있다.

광고매출에서도 종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의 지난해 광고매출은 2조 675억 원으로 2012년(2조 1833억 원)보다 1158억 원 줄었고, 종편을 제외한 일반 PP(채널사용사업자)의 광고매출 또한 같은 기간 1조 770억 원에서 1조 281억 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종편의 광고매출은 2012년 1709억 원에서 646억 원이 증가한 2355억 원으로 무려 37.8%의 점유율 상승이 있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소 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종편은 경로당 방송이니 SBS처럼 기존의 방송영역을 침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종편은) 상당한 정도의 정치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원식 의원 등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종편 3주년 현황 및 평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분명하나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종편의 부정적 영향력의 최소화와 개선을 위해선 어떤 정책들이 필요할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종편이 부여받은 특혜를 걷어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우선 현재처럼 4개 종편 채널 모두가 아닌 2개 채널만 선택적으로 의무편성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53조에 따라 종합유선방송(SO)과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개수에 상관없이 모든 종편 채널을 의무편성 해야 한다. 반면 보도전문채널의 경우 2개 이상을 포함하도록 개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지금처럼 4개 채널 모두의 의무 전송이 아니라 보도채널과 같이 ‘2개 이상의 의무 편성’이라는 선택적 의무전송으로 개정해 사업자 간 협상을 통한 경쟁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성 위반 지적을 계속 받는 질 낮은 콘텐츠와 시사·보도에 편중된 콘텐츠 투자 미비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종편이 의무편성 지위를 통해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는 현재의 환경은 종편 콘텐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인위적인 광고 집행 구조나 황금채널 배정 등의 문제를 깨기 위해선 의무편성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는 종편 자체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역시 “의무편성 자체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지만 일단 선택적 의무편성 주장에 동의한다”며 “다만 선택적 의무편성이 성공하기 위해선 SO가 편성의 독립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종편은 케이블 등에서 20번대 이내의 황금채널에서 방송되고 있지만, 종편을 황금채널에 편성한 게 온전히 케이블 등 유료방송 플랫폼의 의지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종편이 단기간에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의무편성 특혜이고, 이에 더해 20번대 안에서 고정채널을 받아 높은 시청률과 고정 시청자를 확보해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재승인 심사의 실효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동원 팀장은 “현재 종편 재승인 절차와 심사는 지상파와의 비교를 통한 심사항목과 배점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광고매출과 콘텐츠 투자비용 간의 관계를 고려한 평가, 보도가 아닌 차별화된 장르 안착에 대한 평가 등 3년 뒤에는 종편 6년차에 걸맞은 재승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콘텐츠 다양화를 목표로 출범한 종편이 이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재승인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서중 교수도 “올해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뉴스 공정성과 관련해 심사위원 대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낮은 점수를 줬지만 최종적으로 종편은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물었다. 재승인 심사에서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등을 평가하는 항목에 방심위 심의가 영향을 미치지만, 심의 구조 자체가 정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종편 방송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에도 (재승인 심사에서) 할 수 있는 비중이 너무 적다”며 “방심위가 정파적으로 움직이며 종편에 문제가 없어도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 투자와 반비례하는 시청률…‘선정주의’ 아닌 ‘콘텐츠’로 경쟁해야

일련의 지적과 주장들에 대해 종편 당사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우선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석봉 JTBC 정책팀장은 종편 의무편성 폐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임 팀장은 “의무편성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주어진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이런 법제적 상황을 고려해 사업을 신청했던 것인데 이제와 특혜라며 뺏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종편 콘텐츠가 다양화할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다. 임 팀장은 “JTBC는 개국 이후 3년 동안 적자를 감내하고 콘텐츠 투자를 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2000억 이상을 투자했다”며 “종편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얘기될 때 (JTBC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편 4사는 2012년보다 많은 광고·협찬 매출을 올렸지만 제작비를 인상한 곳은 JTBC와 MBN뿐이다. JTBC와 MBN은 각각 전년대비 광고·협찬 매출이 178억 원, 107억 원 증가했고, 자체제작비 역시 각각 389억 원, 141억 원 증액했다. 반면 채널A와 TV조선은 광고·협찬 매출이 각각 153억 원, 139억 원 증가했지만 자체제작비는 각각 전년보다 244억 원, 141억 원 줄었다.

그러나 평균 시청률은 MBN 1.895%, TV조선 1.583%, 채널A 1.427%, JTBC 1.214% 순서다. 김재홍 상임위원은 “종편의 시청층이 다양한 콘텐츠보다도 편성비율이 높은 보도 프로그램의 자극적인 막말과 선정주의에 의해 형성됐음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지적했다.

임석봉 정책팀장은 “JTBC에는 방심위의 여론다양성 파괴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에 대한 보도가 잇달아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는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임 팀장은 “(정치·사회의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려 하면 규제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빵이나 과자에 바퀴벌레가 한 마리라도 들어있다면 온 나라가 난리가 나지만 종편은 하루 종일 편향된 방송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무감각하고 국민적 저항이 없는 상태”라며 종편의 문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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