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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방송결산] ①다큐멘터리·교양·시사

2014년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와 방식으로 ‘인간’과 ‘욕망’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진 다큐멘터리들이 두드러졌던 한 해였다.

2014년 대한민국을 관통한 사건은 ‘세월호’ 참사다. 이번 사건으로 속보 경쟁과 눈치 보기 언론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시사 프로그램에 군불을 지피지는 못했다. 그러나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한 노력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독립 다큐멘터리는 스크린을 통해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는가 하면, 상영 외압 논란 속에서도 사회의 이면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 KBS <색, 네개의 욕망> ⓒKBS
■다큐, ‘인간’을 고찰하다= 올해도 지상파 4사의 굵직한 대형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방송됐다. HD보다 4배 선명한 4K로 제작해 보는 즐거움을 제공하는가 하면 색깔, 가족, 기후 등 다양한 주제를 인문·사회·심리·미술 등 다각도에서 바라보면서 다큐멘터리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인간에 대한 고찰이었다.

KBS 글로벌대기획 4부작 <색, 네 개의 욕망>은 빨강, 파랑, 초록, 하양을 ‘불멸’, ‘소유’, ‘구원’, ‘탐미’에 대비해 인간의 욕망을 다양한 비유와 상징으로 파헤치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SBS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아름다울 美> 3부작도 <색, 네 개의 욕망>처럼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한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사회학·인문학적인 시각에서 조명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성찰했다.

EBS 대기획 9부작 <다큐프라임-가족쇼크>는 ‘가족’이라는 화두를 통해 2014년 대한민국을 되돌아본다. 세월호, 고독사 등 사회 내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을 ‘가족’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그 근간에는 ‘사람’에 대한 공감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8일 처음 방송한 MBC 창사 5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기후의 반란>은 자연뿐 아니라 사회와 경제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현재를 말하며, 인간의 욕망이 돌고 돌아 ‘인간’에게 피해를 미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KBS <파노라마> ‘고개 숙인 언론’ⓒKBS
■‘세월호’ 침몰에 고개 숙인 언론= 지난 4월 16일 475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는 참사가 벌어지자 지상파 3사 주요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일제히 침몰 사고와 함께 사건에 대한 의혹을 파헤쳤다. 그만큼 방송계에도 세월호는 중요한 이슈였지만 세월호 참사는 ‘언론’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졌다.

<KBS 파노라마>에서는 지난 7월 24일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이틀에 걸쳐 특집 방송을 마련했다. 그 가운데 ‘고개 숙인 언론’ 편은 “전원 구조” 오보로 시작해 추락한 언론에 대한,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지상파에서 대대적인 자기 고백과 반성을 했지만 여전히 세월호 유족 관련 방송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세월호 100일 관련 <MBC 다큐스페셜>은 해당 PD가 “투쟁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제작이 중단됐으며, 세월호 유가족들의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현장을 담을 예정이었던 KBS <다큐멘터리 3일>도 해당 프로그램의 팀장과 PD의 마찰로 제작이 불발됐다.

▲ MBC <시사매거진 2580> ‘끝나지 않은 2000일의 비극’ 편 ⓒMBC
■시사 침체 속 일부 방송 호평= 세월호 방송 아이템 누락, 지상파에서는 보기 힘든 간첩 조작 사건 등 지난 2008년 이명박 정권 이후 시작된 시사 프로그램의 침체는 2014년에도 여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발 빠르게 이어지고 관계자가 자살하는 등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아직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정윤회 문건’ 보도를 보기 어렵다.

이처럼 권력과 그 중심부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데 날을 세웠던 시사 프로그램이 무뎌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와중에도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는 적법했다는 대법원 판결을 짚어 본 MBC <시사매거진 2580> ‘끝나지 않은 2000일의 비극’ 편과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증거조작 파문 어디로?’ 편, MBC <PD수첩>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3부작과 동성애와 인권에 대해 다룬 ‘게이·레즈비언, 안녕들하십니까?’ 편, 4대강 사업을 다룬 KBS <추적 60분> ‘금강 떼죽음의 진실’ 편과 노동자들을 향한 거액 손해배상 소송 제기 문제를 다룬 ’파업 손배소의 덫’ 편, 민간인 학살 문제를 주목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뼈 동굴의 비밀’ 편과 여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친 ‘여간첩 미스터리’ 편 등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 MBC 1000회 특집 '돈으로 보는 대한민국' ⓒMBC
■간첩 조작 사건과 언론 탄압= 국정원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대한 독립 언론의 활약이 돋보였던 한 해이기도 했다. 국가 최대 정보기관의 ‘조작사건’임에도 그 전말을 폭로한 언론은 지상파 방송이 아닌 <뉴스타파>였다.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언론이 계속 제 역할을 못하고 검찰과 법원이 국정원의 눈치를 본다면 대한민국에 진정한 자유는 없다”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으로 불리는 유우성씨 사건부터 끊임없이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을 파헤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여간첩’ 사건 수사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을 방송했지만, 이로 인해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되면서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 <뉴스타파> 9월 30일자 '국정원 위조 지시 드러난 초안 문건 입수' 보도. ⓒ뉴스타파
■독립 다큐의 선전= 올 연말 TV가 아닌 영화관을 통해 선보인 독립 다큐멘터리가 관객을 사로잡았다. 76년을 연애하듯 살아온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11월 27일 개봉)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156개관에서 개봉해, 개봉 18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상영관도 늘어나는 등 이례적인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목숨>(12월 4일 개봉)도 35개라는 적은 스크린 수에도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상영 외압 논란에도 사회의 불편한 곳을 꼬집는 영화도 눈에 띈다. <트루맛쇼>, <MB의 추억> 등 문제작을 발표해 온 김재환 감독은 지난 10일 개봉한 <쿼바디스>를 통해 ‘한국 교회,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신앙보다 탐욕에 물든 교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 투입 여부와 성과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다이빙벨을 전면에 내세운 <다이빙벨>(10월 23일 개봉)은 정부와 해경의 방해와 언론의 여론몰이가 다이빙벨 실패의 진짜 원인이라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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